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ANDA 칼럼] "사케 마신다고 친일파 소리 듣긴 좀 억울하지"

기사입력 : 2023년02월06일 11:10

최종수정 : 2023년02월06일 13:51

[서울=뉴스핌] 오영상 국제부장 = 얼마 전 후배와 술자리를 했다. 장소는 외교관을 그만두고 강남에 우동집을 차린 친구의 가게였다.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한 친구의 추천으로 사케를 마셨다. 평소에도 사케를 즐겨 마신다는 후배가 지인들에게 사케 칭찬을 하다 "친일파냐?"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들었단다. 예전에는 일본 유학만 갔다 와도 친일파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긴 했다. 최근 한일 관계가 안 좋긴 하지만 일본 술 좀 마신다고 친일파 소리를 듣기엔 억울할 법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술 '사케(酒, さけ)'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케는 원래 일본에서 술을 총칭해서 쓰는 말이다. 본래는 '니혼슈(日本酒)'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스키나 와인 등과 같이 일본 술이라는 뜻으로 보통명사화 됐다.

[오영상 국제부장]

사케는 통상 쌀과 누룩, 물을 원료로 해 만드는 '청주'를 가리킨다. 사케를 정종(正宗)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정종은 일본식 발음으로 '마사무네(正宗)'라는 사케 브랜드 중 하나이다. 사케는 와인 못지않게 무궁무진한 세계다. 일본 전국에 1500개 이상의 양조장이 있고, 각 양조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케의 종류는 평균 20개 정도이다. 대충 계산해도 사케의 종류는 3만개 정도에 이른다.

위스키나 와인이 이른바 '빈티지'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듯이 사케도 원재료와 주조 방법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사케는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준마이(純米)' 타입, 또 다른 하나는 '혼죠조(本釀造)' 타입이다.

이렇게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은 사케를 만들 때 사용하는 원재료이다. '준마이'는 쌀과 누룩, 물만을 사용해 만든다. 다른 재료는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순수할 '순(純)'과 쌀 '미(米)'를 써 준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쌀과 누룩, 물에 소량의 양조 알코올을 첨가한 '혼죠조'이다. 알코올 양은 사용되는 쌀 중량의 10% 이하여야 한다. 물론 다른 첨가물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사케의 분류는 이 두 가지에서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분류 기준은 '정미율'이다. 정미율이란 '현미' 상태의 쌀을 얼마나 깎아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사케는 쌀의 외부를 깎아내고 '심백(心白)'이라고 하는 가운데 흰 부분을 사용해 만드는데 보통 70%까지 정미한 쌀을 사용한다. 정미율 70%라고 하면 정미 후 쌀의 흰 부분이 70% 남아 있다는 말이다.

일본의 주세법상 '준마이', '혼죠조'라는 명칭을 붙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정미율 70% 이하의 쌀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명칭을 붙일 수 있는 술을 '특정 명칭주'라고 한다. 여기서 쌀을 더 깎아내 정미율을 60% 이하로 낮춘 사케를 '긴죠(吟釀)'라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정미율을 50% 이하로 낮추면 '다이긴죠(大吟釀)'라고 부른다. 쌀을 많이 깎아냈기 때문에 긴죠보다는 다이긴죠가 좀 더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케 라벨에 '준마이긴죠(純米吟釀)'라고 표기돼 있으면 60% 이하로 정미한 쌀과 누룩, 물만을 사용해 만든 사케라는 의미이다. '준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釀)'라고 써 있다면 50% 이하로 정미한 쌀과 누룩, 물만으로 만든 사케이다. 소량의 알코올을 첨가한 혼죠조 타입은 그냥 '긴죠', '다이긴죠'로 표기한다.

사케는 차갑게 마셔도 좋고, 상온에서 마셔도 좋으며, 따뜻하게 데워 먹어도 좋은 술이다. 이렇게 마실 수 있는 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술 한 병을 가지고 차갑게도 따뜻하게도 마시면서 다양한 맛의 변화를 느끼는 것도 사케를 즐기는 묘미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사케는 데워 먹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사케의 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보통 봄과 여름에는 차게 해서 마시고, 가을과 겨울에는 약간 데워서 마신다. 데워서 마실 경우에도 고온으로 데우는 것보다는 사람 체온 정도로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사케의 알코올 도수는 15~16도이지만 6~8도 사이로 낮은 것도 있고 22도 정도의 사케도 있다. '에치고(越後)사무라이'와 같이 사케의 양조법을 지켜 주조하면서도 알코올 도수를 46도까지 높인 것도 있다.

종류가 많은 만큼 인기 있는 사케도 다양하지만 매해 랭킹에서 빠지지 않는 브랜드 중 하나가 닷사이(獺祭)다. 이 술은 故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가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만찬에서 마셨던 술로 일명 '오바마 사케'라고도 불린다. 그 외 주욘다이(十四代), 핫카이산(八海山), 기쿠스이(菊水), 고시노칸바이(越乃寒梅), 지곤(而今), 하나아비(花陽浴) 등도 꼬박꼬박 순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는 사케 브랜드다.

알고 보면 꽤 괜찮은 술이다. 그러니 사케를 마시든, 와인을 마시든, 위스키를 마시든 어디까지나 기호의 문제다. 위스키를 마시면 친미파, 백주(白酒)를 마시면 친중파겠는가. 술 한 잔에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과하다. 술에는 죄가 없으니 말이다.

goldendo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