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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⑬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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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여행에서 찾은 지방의 매력, 지방 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새로운 곳을 체험하는 것을 좋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고 긴 산행을 하거나 멋진 관광명소를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다. 때로는 승용차로, 때로는 기차로, 여름에는 자동차에 자전거를 달고 시골길을 정처 없이 다니는 여행이다. 출장이나 국제회의에 가도 주변 도시를 돌아 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북유럽 여행길은 몇 개의 연결 고리가 있다. 하나의 고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틀란드 반도를 연결하는 해상로다. 지금은 코펜하겐과 말뫼 사이를 잊는 다리가 생겨 두 반도가 연결되었지만, 예전에는 헬싱보리(Helsingborg)에서 헬싱외르(Helsingør)를 연결하는 배를 타야 서로 왕래 할 수 있었다. 헬싱외르에 있는 크룬보리(Kronborg)성에는 햄릿의 실제 배경이 되는 연유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체취를 느끼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예전에는 스톡홀름에서 침대열차를 타고 코펜하겐을 지나 독일 함부르크까지 갈 때는 페리가 열차를 싣고 연결해 주었기 때문에 꽤나 운치 있는 여행이었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두 번째 연결고리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해상로다.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로 가려면 크루즈선을 타고 건너야 한다. 승용차를 싣고 이동해 핀란드의 전역을 자작나무 숲을 따라 승용차와 자전거로 여름 시골길을 구석구석 다니는 기분은 색다른 묘미를 준다. 핀란드식 사우나는 고단한 몸을 풀어 주는 하루 마지막 일정으로 제격이다. 세 번째 고리는 스톡홀름과 발틱3국과 연결되는 해상로다. 헬싱키에서 에스토니아 탈린(Tallin)으로 연결하는 해상로도 있지만, 스톡홀름을 베이스캠프로 생각하면 3국으로 연결되는 해상로가 제일 좋은 대안이다.스톡홀름에서 탈린까지 가는 크루즈선, 그리고 라트비아 벤츠필스(Ventspils)항으로 연결되는 크루즈선 등은 배에서 내려 리투아니아까지 연결된다. 에스토니아 탈린(Tallin)에서 출발해 라트비아 리가 (Riga) 그리고 리투아니아 빌니우스(Vilnius)로 연결되는 발틱3국의 중세마을 체험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 다음으로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연결하는 육로 고리다. 워낙 두 나라의 국경선이 길다 보니 연결하는 도로는 수 없이 많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스웨덴 예테보리, 노르웨이 오슬로 루트는 북유럽을 체험하고자 하는 유럽대륙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안이다. 이 서해안로 (Västkust)는 독일과 네덜란드, 하물며 이태리에서 캐러밴을 몰고 오는 관광객들이 몰려 여름에는 캐러밴의 대이동을 목격할 수 있다.

크룬보리성 [사진=셔터스톡]

굳이 하나 더 추가하자면 네 번째 연결고리는 스웨덴의 예테보리와 덴마크의 프레데릭스함을 연결하는 해상로다. 어느 해 6월 예테보리에서 탄 스테나 라인으로 프레데릭스함으로 향할 때 스웨덴 젊은이들이 부르는 떼 창을 잊을 수 없다. '여름은 짧고, 비 한번 오면 날아가 버리는 계절'을 노래하는 스웨덴의 여름 찬가다. 건너편 덴마크에 도착해 북쪽 방향으로 버스에 오르면 1시간 안에 스카겐(Skagen)이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유틀란드 반도의 끝, 그리고 덴마크의 끝인 도시다. 발틱해의 물이 빠져나가 북해와 만나는 길목에 있는 도시다. 이곳에서는 스카겐파라는 화가들이 모여 함께 인생과 자연, 그리고 낭만을 화폭에 담아 전시를 했다고 한다. 그들이 모여 그린 작품을 한데 모아 놓은 스카겐 미술관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순례지처럼 꼭 들리는 곳이다.

스카겐 마을의 좁은 도로를 따라 역사를 담은 나무집들이 도열해 있다. 미술관과 멋진 모래사장은 동네 사람들을 부유한 시골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기자기 한 집, 카페, 미술박물관이 잘 어우러져 있다. 진한 커피 한잔 그리고 데이니쉬 페스트리와 함께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그 순간 철학자가 되고, 예술가가 되고, 시인이 된다.

그렇게 해서 다닌 북유럽과 발틱 국가의 구석구석에서 그들의 체취를 느꼈다. 차를 몰다가 식사를 위해, 휴식과 함께 커피를 즐기기 위해, 주유를 위해, 길을 묻기 위해, 아니면 하루 숙박을 위해 잠시 머물며 거처 간 곳에서 사람을 만났다. 10년 전, 20년 전에는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여행 출발하기 전 두꺼운 유럽 지도 책 하나와 노트에 빼곡하게 여행 루트에 따라 잠잘 곳, 식사할 곳, 볼만한 곳을 별표로 그려 가며 적어 놓아야 했다. 언젠가 북유럽 기행의 경험을 책으로 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벌써 15년 전 일이다. 일상에 파묻혀 있다가 새로운 여행계획을 실행 하다 보니 잊혀진 것이 아쉽다.

스카겐 [사진=셔터스톡]

여행에서 발견한 지방 경쟁력

북유럽 4개국을 자동차로 구석구석을 다니며 본 도시들, 사람 사는 모습들, 그리고 문화의 수준과 삶의 질, 그들과의 대화를 떠 올리며 지방 균형발전을 생각해 본다.

스톡홀름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길목은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시골길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국도를 타고 꼬불꼬불 달려야 한다. 북유럽의 국도는 거의 예외 없이 도심을 관통한다. 도심에는 문화의 집(Kulturhuset)이 꼭 하나씩 있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정치토론도 하고, 실내 음악공연,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북유럽의 특징은 전국 어디를 가도 시내 중심가에는 똑 같은 체인점 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아마도 인구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아 중심가 (이곳에서는 센투룸, centrum이라 부른다)는 약속이라도 한 듯 똑 같은 상가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스톡홀름이나 지방 도시 어디를 가도 쇼핑몰 상가 모습은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이 덕분에 같은 브랜드의 옷, 신발, 그리고 액세서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빈부격차나 삶의 질이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헬싱키에서 북쪽 스웨덴 국경지대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분위기다. 처음에는 울창한 숲과 끝없는 호수들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지만 1~2시간 차를 몰고 가다 보면, 이제는 눈의 피로 때문인지, 감동을 워낙 처음에 크게 받아서 그런지 더 큰 감흥은 주지 못한다. 그만큼 끝없이 펼쳐지는 숲, 호수, 숲, 호수, 그리고 조그만 마을, 숲, 호수가 반복된다. 중간 중간 숙박을 하게 되는 마을에서 맥주 한잔을 놓고 이야기 하는 현지인들에게서 핀란드의 두 가지 자랑을 듣는다. 지역 맥주와 사우나. 어디를 가도 체험 추천 순위 1-2위에 오른다. 핀란드의 지역 펍에서 맛보는 맥주는 독특했고 숙박지 사우나는 가는 곳마다 조금씩 다양했다. 두 개의 조합이 핀란드의 관광 산업을 이끄는 동력이다. 여기에 북극권에 속하는 대자연은 관광객을 자석같이 끌어 들인다. 겨울 설원에서 펼쳐지는 오로라관람과 연계된 북구사슴 썰매 체험은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가 갖는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노르웨이는 피요르드 자연이 압권이다. 전국 어디를 가도 피요르드가 깊숙이 들어와 있어 높은 봉우리에서 쏟아 내는 폭포들과 함께 풍광은 그대로 동양화의 화폭을 담고 있다. 피요르드로 연결되는 특성 상 작은 배들도 자동차를 실을 수 있을 튼튼하다. 배에서 내려 자동차를 끌고 조금만 몰면 바로 산중턱까지 이른다. 그만큼 높은 산의 절경과 좁은 길이 굽이굽이 연결되어 감탄과 스릴을 함께 맛 볼 수 있다. 좁은 길에 폭이 넓은 캐러밴이 다가 오면 서로 갓길까지 고개를 빼고 확인하면서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한다. 간혹 자동차 바퀴가 도랑에 빠져 반쯤 넘어져 있는 캐러밴을 볼 때마다 노르웨이 지방정부의 도로계획을 탓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향하는 시골마을 들을 자동차로 구석구석 다녀 보면 여기가 오슬로 인지, 베르겐인지, 시골인지 도시인지 구분이 되질 않을 때가 많다. 그만큼 도시 간 격차를 거의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도시를 가나 외곽에 이케아가 들어서 있고, 노르웨이 특유의 건축양식이 도시마다 반복된다. 나무집들은 수채화의 색채로 옷을 입고 있어 자연과 함께 곳곳에 서양화를 품고 있는 듯하다. 북유럽 국가들을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시골마을 조차 대도시의 일부를 옮겨 놓은 것과 같이 부의 분배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국제적 매너와 영어 소통도 큰 차이가 없다. 지구의 북쪽 끝 도시라는 노르드캅(Nordkapp)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품새, 외국인을 대하는 매너는 오슬로에서 경험한 것들과 한 치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북유럽에서는 시골에서 사는 것이 도시보다 낫겠다는 결론을 내릴 때가 많다. 스톡홀름, 코펜하겐, 오슬로, 헬싱키에서 살면서 높은 주택가격, 물가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전철, 버스, 계단을 오르내리며 출퇴근을 하느니, 좀 더 저렴한 주택 가격으로 생기는 여유 자금으로 여행과 관광, 문화생활, 자연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삶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원하는 직장이 시골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하지만 말이 시골이지 가까운 곳에 대학이나 병원, 시의회, 시청, 박물관, 영화관, 연극 공연장들이 있고, 국가기관, 산업시설이 전국에 걸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도시 간 산업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한 스웨덴의 스몰란드 모델(Småland model)은 성공한 사례로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스몰란드는 이케아의 신화가 시작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지역은 산업화 시기동안 도시별로 특화된 가구산업, 고무산업, 금속산업, 무기산업, 목재산업, 크리스털 산업 등이 경쟁력을 잃고 사양화 될 때 주지사, 시장, 기업인 들이 모여 논의하며 상생모델이 탄생했다. 새로운 디자인과 접목한 가구산업 클러스터, 고무와 금속산업을 연계해 구축한 타이어 산업단지 (자동차 바퀴부터 트랙터 바퀴, 대형트럭 바퀴까지 다양한 모델 개발), 무기산업 경쟁력을 가전, 버너, 등산장비 등 여가산업, 임업장비 산업 특화단지, 목재산업 특화 도시끼리 연계해 조립식 가구 산업클러스터, 크리스털 생산 도시와 대학이 서로 연계한 크리스털 제조, 교육, 관광 등 크리스털 산학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스웨덴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경제 성공 사례가 되었다. 매년 자체 산업박람회도 개최해 지역경제를 세계화 시키는데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지방에 경쟁력 있는 신산업이 활성화되면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주변 도시에서 온 학생들을 교육시켜 지역에 남아 활동하는 비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수도에 있는 대학을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지방공무원과 스톡홀름 시 공무원이나 중앙공무원 임금수준이 비슷하고, 지방에 있는 기업들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니 굳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대 도시로 갈 필요는 더 더욱 없는 셈이다. 지방도시의 국제공항에서 유럽 대도시를 다녀오는 것이 더 쉽다 보니 수도에서 살다가 지방으로 옮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스웨덴 룰레오 [사진=셔터스톡]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도시 사람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 참가한 부부를 소개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부부는 룰레오(Luleå) 라는 북극(Artic circle) 지역에 위치한 작은 시골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핀란드 국경과 가까이 있을 정도로 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시골사투리를 쓰지 않아 물어 보니 본래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35년을 살다가 이사했다고 했다. 북쪽의 사투리는 몇 마디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다. 35년 전 스웨덴 생활을 시작한 곳도 옹에(Ånge) 라는 작은 북쪽 마을 이었다. 북쪽 지방 사람들은 대화할 때 입술을 모아 숨을 들이 마시며 "슈" 소리와 같은 바람소리를 내는 습관들이 있다. 처음에는 이들이 입에 목캔디 같은 것을 입에 넣고 있는지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래, 맞아" 하면서 장단을 맞춰 주는 동의적 표현을 할 때 이렇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몇 마디만 나눠 보면 북쪽 지방에서 온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두 부부에게는 그런 억양이 없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왜 수도 스톡홀름에서 살다가 시골도시 룰레오로 이사 갔을까?

"스톡홀름에서는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둘이 있어 4명이 사는 아파트 생활은 서로의 배려를 필요로 했지요. 값이 워낙 비싸서 큰 아파트는 엄두도 못 냈지요. 그래픽 디자이너인 부인과 공무원인 저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대중교통으로 출근 했습니다. 집에서 직장까지 1시간이 소요됩니다. 주중에는 여유가 없어 출퇴근만 하는 생활이었지요. 주말에는 스톡홀름의 자연을 즐겼습니다. 종종 문화생활도 즐겼지요. 오페라를 좋아해 자주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 가면서 집은 점점 더 작아져 갔지요. 집을 알아보았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더 외곽으로 나가야만 조금 큰 집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스톡홀름 생활에 회의가 생겼습니다. 이 때 TV에서 룰레오 도시를 소개하는 이주홍보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심장도 빠르게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분된 듯 말을 이어 갔다. "아, 여기면 우리가족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겠구나. 바로 실행에 옮겼지요. 직장을 알아보고, 아파트를 정리하고, 그해 봄 룰레오에 올라가 큰 저택을 구입했습니다. 개인주택인데 개인 풀장, 사우나시설, 벽난로, 개인 요트 선착장이 있는 2층 집이었습니다."

문화생활, 학교, 삶의 질에 차이가 없는지 물었다. "문화생활 수준은 스톡홀름 생활보다 경제적 여유가 생겨 파리, 런던, 비인에 가서 오페라를 즐기는 횟수가 많아져 차라리 더 높아진 듯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훨씬 더 좋다고 하더군요. 스톡홀름 때보다 더 자연친화적이고, 수업의 질은 큰 차이가 없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과목이 많아 사람, 역사, 지리, 지역경제 등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부인도 함께 거들었다. "대도시 생활에서 잃는 것보다 시골 삶에서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우선 가족끼리 있는 시간이 많아져 경제적 여유분을 자연과 함께 하는 스포츠에 투자합니다. 겨울에서 함께 크로스컨트리 노르딕스킹을 즐기고, 여름에는 요트 생활과 마운틴 바이크 트래킹을 가족과 함께 합니다. 삶의 질이 훨씬 더 좋아졌지요. 이 도시에는 공과대학이 있어 교육도시라 외국학생들도 많이 옵니다. 시골이지만 국제적 도시인 셈이지요."

북유럽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체험해 본 다양한 숙박시설도 경쟁력을 더 키워준다. 가정에서 운영하는 B&B는 북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다. 농가에서 운영하는 B&B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곳에 묵는 것이 호텔보다 저렴하고 주인아주머니께서 해 주시는 시골 집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나누는 삶의 이야기, 생각 들을 나눌 수 있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조금 큰 B&B에는 아담한 거실, 식당, 도서관 벽난로에서 옹기종기 모여 주인과 손님들이 함께 하는 커피 타임은 다른 유럽 도시에서 맛 볼 수 없는 아기자기 함이 묻어 있다. 지역 특색을 담고 있는 일반 가정의 향취, 농장에서 수확한 과일과 야채, 속이 더 노란 계란 프라이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와 함께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고성과 대저택 들을 호텔, 스파, 승마, 카누, 골프 등의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체험 스포츠와 연계된 고급숙박시설들(Herrgård)도 관광산업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새로운 동네들을 들어설 때 숙박시설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정도로 괜찮은 곳이 참 많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숙박시설들은 관광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모텔 문화가 없어 가족과 함께 숙박과 여가생활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여기에 여행을 더 재미있게 하는 요소 들이 산재해 있다. 물가가 치솟는 요즘에는 세컨핸드와 앤틱 가게들이 인기다. 도시마다 폐점하는 일반 상점들은 늘어나고 있어도 세컨핸드 가게는 불황을 모르고 계속 늘어나고 추세다. 시골 작은 마을부터 큰 도시의 가게까지 지역민 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한다. 각 도시마다 특산물이 있어 중고가게 들은 수집가들에게도 특별한 매력을 준다. 예를 들어 스웨덴 스몰란드(Småland) 지방은 크리스털과 도기 중고제품, 덴마크 전역에는 디자인 가구와 전등, 노르웨이는 양털스웨터, 사냥용 칼 등이 중고로 많이 나와 있어 인기를 끈다. 지역이 배출한 알려지지 않은 화가나 공예가 등이 만든 작품들이 간혹 눈에 띄어 스웨덴어로 퓐드(Fynd), 우리말로 "심봤다"를 하는 행운도 찾아온다.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 보면 국도 주변에 벼룩시장(Loppmarknad)이라 써 붙인 팻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잠시 쉬어갈 겸 퓐드를 하고 싶은 관광객들이 몰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문화의 집 [사진=셔터스톡]

지방은 곧 국가 경쟁력

내가 스웨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지냈던 작은 마을에서 가끔씩 엽서가 온다. "다시 돌아오면 대 환영입니다." 스톡홀름 생활을 접고 다시 돌아오면 더 좋은 이유가 함께 적혀 있다. 위에서 만난 룰레오 부부가 이야기 한 것이 거의 모두 나열되어 있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과 지역과 지역을 묶어 진행되는 거대 지역화(Mega-regionalization)은 도시의 활력과 경쟁력, 그리고 삶의 질을 높여 주는 발전전략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해 볼 만하다. 남부권, 중부권, 북서부권, 북동부권으로 묶고 지방의 산업경쟁력, 연계관광산업, 대학교육 클러스터, 의료(관광)클러스터 등의 다양한 지역간 협조체제 구축은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지방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때 국가는 건강하고, 국민들의 삶은 풍요로워 진다. 지방이 골고루 잘 살고 지방이 강할 때 국가의 경쟁력도 상승한다. 불평불만은 주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 때 생겨나는 현상이다. 이 불평불만이 부의 쏠림과 대물림 현상으로 발생하면 상대적 가치 박탈은 더욱 커진다. 스몰란드 모델은 4차 산업의 도래로 사양 산업으로 발전한 지방 도시들이 새로운 생존과 번영의 길을 모색할 때 유용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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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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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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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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