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유씨에 먼저 범행 제안"
"부부, 전달받은 코인 현금 세탁 등 동의"
[서울=뉴스핌] 조민교 조재완 기자 = '강남 납치·살해 사건' 주범인 이경우(35)와 '윗선'인 유씨 부부가 지난해 9월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경우가 유씨에게 범행을 먼저 제안했고, 유씨 부부는 이씨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총 7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A씨뿐만 아니라 A씨 남편을 범행 대상으로 노린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중 이경우 씨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4.09 mironj19@newspim.com |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이씨와 황대한(35), 연지호(29) 등 구속된 피의자들 진술을 토대로 이같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주범인 이씨는 A씨를 납치해 코인을 빼앗은 뒤 이를 현금세탁하는 계획을 공범 황씨와 모의한 뒤 유씨 부부에게 제안했다. 유씨 부부는 A씨뿐만 아니라 A씨 남편까지 납치·살해하자는 이씨 계획에 동의했고, 지난해 9월 이씨에게 범행 착수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7000만원 중 1320여 만원을 황씨 등에게 지급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범행 실행책인 황씨와 연씨는 사건 당일 A씨를 납치한 뒤 핸드폰 4대와 현금 50만원이 든 가방을 뺏어 이씨에게 전달한 동시에, 이들은 A씨로부터 코인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시각 이씨는 경기 용인 소재 모 호텔에서 유씨를 만나 황씨로부터 전달받은 A씨 코인 비밀번호 등을 이용해 계좌 등을 확인하려했지만 실패하자 처음 공모했던대로 A씨를 살해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마취용 주사기와 청테이프, 케이블 타이 등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황씨는 대포폰을 구입하는 한편 범행을 함께 할 공범 연씨와 20대 이씨를 끌어들인 뒤 A씨 부부를 미행하며 범행 기회를 엿본 것으로 파악됐다. 20대 이씨는 범행에 가담했다가 중도 이탈했다.
유씨 부부와 A씨는 2020년 9월경 지인 소개로 서로 알게된 후 코인 투자 문제로 얽혔다. 유씨 부부는 A씨 권유로 P코인에 1억원 상당을 투자했고, 직접 P코인 홍보 마케팅 업무를 하기도 했으나 2021년 1월경 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쌍방 책임 공방전이 시작됐다. 이씨도 P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면서 이들과 얽혔다. 이씨는 당초 유씨 부부와 적대적 관계였으나 오해를 풀고 유씨 부부와 친분 관계를 쌓았다. 유씨 부부와 A씨가 상호 민형사 소송전을 이어가며 대치전을 이어가자 이씨는 이를 이용해 범행을 꾸민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유씨 부부 중 아내인 황씨에 대해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이씨 아내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씨 아내는 범행에 쓰인 마취제와 주사기를 이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 피의자는 7명으로 늘었다.
이씨와 황씨, 연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A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살해해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유기했다. 경찰은 이날 이들 3명과 20대 이씨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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