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이번 작품은 제 인생 후반에 만난 새로운 문인 것 같아요. 어딘가를 향해 새롭게 갈 수 있는 문이 나타난 느낌이죠."
JTBC에서 시청률 고공행진의 작품이 탄생했다. 매회 시청률 자체 경신을 한 '닥터 차정숙'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 명세빈이 데뷔 28년차에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가정의학과 교수 최승희를 연기하며 버뮤다 삼각지대보다 더 미스터리한 삼각관계를 연기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명세빈 [사진=코스모엔터테인먼트] 2023.05.31 alice09@newspim.com |
"예전부터 이런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늘 해왔던 이미지로 연기를 할 수도 없었고, 제가 한 연기만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거든요. 나이는 들어가는데 언제까지 청순가련으로 가겠어요(웃음). 처음에 감독님한테 승희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드렸는데 고민하시더라고요. 저한테는 지금껏 해온 청순가련한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라 악한 모습도, 질투심도 있거든요. 이런 걸 다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를 선택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닥터 차정숙'은 4.9%(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으로 첫 시작을 알린 후 4회 만에 10%를 돌파했다. 반환점을 돈 8회는 16.2%를 기록했으며, 매회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며 큰 사랑을 얻었다.
"정말 꿈같았어요. 어느 분이 저에게 작품을 찍으면서 스트레스는 없냐고 물어보시는데, 전혀 없었어요. 그만큼 너무 좋았죠.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다보니 예전에 전성기 때 사랑을 다시 느끼는 기분이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너무 신기하고 새로웠죠. 이런 기분을 다시 맛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극중 명세빈이 맡은 최승희는 가정의학과 교수이다. 의과대학을 다니며 서인호(김병철)과 커플이었지만, 차정숙(엄정화)와 서인호의 하룻밤 부적절한 관계로 인연이 끊긴다. 이후 미국 유학 시절 서인호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번엔 최승희가 부적절한 내연녀가 돼 버리고 만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명세빈 [사진=코스모엔터테인먼트] 2023.05.31 alice09@newspim.com |
"다른 사람들이 승희를 보면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저 역시 승희에 대한 전사가 별로 나오지 않고 띄엄띄엄 설명이 되더라고요. 승희의 감정이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에 별로 없어서 속상하기도 했죠. 그래서 작품 초반에 김병철 씨랑 대화를 정말 많이 했어요."
어린 시절 한 순간의 실수로 차정숙은 임신을 해버린다. 사랑의 상처가 있었던 승희는 운명처럼 다시 만난 인호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자 전개이지만, 명세빈은 이를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설득을 시켜야만 했다.
"승희가 인호랑 특별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그럴 수 없었을 거예요. 승희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모자를 것 없이 자라왔어요. 인호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승희는 남모를 아픔이 있었고요. 그런 걸 인호에게 모두 털어놓은 거예요. 그래서 승희에게 인호는 단순히 연인을 떠나 소울 메이트로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이런 서사를 가지고 연기를 했죠."
작품은 차정숙, 서인호, 최승희의 삼각관계이자 이 사이에서 의사로 성장하는 차정숙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늘 뒤에서 숨어 지내왔던 최승희도 작품 내에서 각성을 하게 된다. 바로 인호와 사이에서 낳은 딸 은서(소아린)으로 인해.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명세빈 [사진=코스모엔터테인먼트] 2023.05.31 alice09@newspim.com |
"사실 승희랑 은서만 생각하면 너무 짠해요. 은서는 사춘기도 있지만, 승희와 인호의 사이를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 했잖아요. 은서 역시 속상하고 힘들었을 텐데, 엄마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커서 너무 안쓰러웠어요. 초반에는 승희 역시 은서랑 둘이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지만, 이랑(서연)이와 은서의 다툼으로 인해 각성하게 돼요. 승희 역시 가정을 포기할 수 있었지만 포기를 안 하게 된 거죠."
1996년 신승훈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드라마 '순수', '종이학', '결혼하고 싶은 여자', '태양속으로', '세자매' 등을 통해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주로 내세웠다. 그러다 2016년 '다시, 첫사랑'을 통해 다소 코믹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그리고 '닥터 차정숙'이 연기 변환점의 정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많이 깨고 새롭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 작품마다 배움이 있는데 그게 다음 작품에서 연결이 되고, 시너지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또 다른, 색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닥터 차정숙'은 저에게 너무나도 특별한 작품이죠. 승희를 연기한 저를 봐주셨을 때, 새로운 관점이 생기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승희와 '닥터 차정숙'은 제 인생 후반에 만난 새로운 문 같아요. 어딘가를 향해 새롭게 내딛을 수 있는 문이 된 작품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