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한때 푸틴 해결사...바그너 그룹 이끌어
우크라 전 과정에서 불만....6월 반란 주도
반란 중단후 벨라루스 갔다가 다시 러시아 복귀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이었던 예프게니 프리고진(62)이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난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개인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서 추락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타스 통신은 이밖에 항공 당국이 여객기 추락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승객 명단에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이름과 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이 비행기에는 승무원 3명을 포함해 10명이 탑승했고, 이들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비행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한 장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부 현지 언론들은 탑승자 중에는 프리고진의 측근인 드미트리 우트킨도 포함돼 있으며, 프리고진 일행은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후 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탑승자 8명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이 중에 프리고진이 포함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와그너 그룹과 연계된 그레이 존의 텔레그렘 채널이 프리고진이 이번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준군사 조직인 바그너 그룹을 이끌어왔다. 한때 '푸틴의 해결사'로도 불렸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도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참전해 성과를 올렸다. 특히 최대 격전지였던 바흐무트를 함락시키는데도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고진은 그러나 전쟁 수행과정에서 크렘린과 러시아 군부와 알력과 불화가 생겼고, 결국 지난 6월 23일 바그너 그룹 병사들을 이끌고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파죽지세로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했지만 다음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한 협상안을 받아들이고 반란을 중단했다.
당시 중재안은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중단하는 대가로 크렘린 당국은 그들에 대한 반역죄 처벌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이들이 원할 경우 벨라루스로 옮겨가거나 국방부에 배속돼 전장으로 복귀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따라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이동했지만 지난 9월초 자신의 자택이 있고 근거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복귀했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자료=야후 뉴스] |
그는 당시 러시아 당국의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몰수된 일부 재산을 되찾는가 하면 모스크바에서도 목격되면서 그의 거취를 둘러싼 궁금증을 자아냈다.
프리고진은 지난 21일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위장복을 입고 사막을 배경으로 소총을 든 채 "바그너 그룹은 모든 대륙에서 러시아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고 아프리카를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반란 사태 직후 군부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에 지원된 막대한 정부 자금에 대한 사용처에 대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또 바그너 그룹의 수장을 다른 측근으로 교체하며 프리고진 축출에 나섰다.
당시에도 푸틴 대통령이 사태 수습을 마무리하고, 바그너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면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반란 수괴' 프리고진을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