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송중기가 노개런티로 출연한 영화 '화란'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올해 결혼과 득남 이후 세 번째 경사다.
송중기는 11일 개봉한 '화란' 인터뷰에서 작품을 선택하고 출연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칸 영화제에 진출한 소감을 얘기했다. 진지하게 영화 얘길 하다가도 아내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땐 환한 웃음을 지었다.
"노개런티 기사가 너무 많이 났어요. 작품이 좋아서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이렇게 써주시는데 그 전에는 안좋은 작품이라 노개런티를 안한 게 아닙니다.(웃음) 애초에 제가 받았던 시나리오가 아니었고 다른 작품을 거절하면서 이런 정서의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한 번 읽어볼래? 주인공 아닌데 괜찮아?'하면서 대본을 주셨어요. 몇 년 전 양익준 형님 '똥파리' 보고 나왔을 때 기분이 들어서 하고 싶었죠. 초고는 지금보다도 훨씬 거칠었어요. 그 점이 좋았는데 만약에 제작비가 커지면 불필요한 흥행요소들이 들어갈까 걱정됐죠. 이 영화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개런티를 안받겠다고 한 거예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화란'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2023.10.12 jyyang@newspim.com |
송중기가 그동안 선굵은 남성 캐릭터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1 '빈센조'로 짙은 남성미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화란'에서 그의 모습은 낯설다. 강한 남성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최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의 색깔이 이래서, 남성성이 짙어서 강해서 한다기보다 '빈센조'는 박재범 작가님이 아직도 써주신 기획의도를 갖고 있어요. 코미디 쓰시는 분이라 예상 못했는데 사회에 대한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죠. 몸이 아플 때 쓴 약을 먹으면 너무 쓰니까 캡슐로 만들어서 먹는대요. 사회에 대한 분노를 쓰는데 코미디는 캡슐 껍질이란 말씀을 하셨고 그 지점이 좋았어요. '화란'도 남성적인 캐릭터보다 스산하고 끈적끈적한 정서의 장르 영화를 하고 싶던 차에 보게 됐어요. 굳이 택하자면 캐릭터를 다양하게 하는 것보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은 생각이 커요."
'화란'에서 그의 거친 모습이 낯선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극중 치건은 귀가 거의 반으로 잘려있다. 그도 비주얼적으로 새로운 시도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 해본 게 대부분이다. 그렇게 '치건'의 분장을 입고 촬영을 할 때면 기분마저 달라진다고 얘기했다.
"일단 귀도 짤린 것처럼 돼있고 특수분장 하고 나오면 기분이 달라지긴 했어요. 실제로 얼굴에 어릴 때 다친 흉터가 있는데 다른 작품을 할땐 커버했다면 이번엔 더 돋보이게 하기도 했죠. 좋아해주실지 욕 먹을지 반응보다도 새로운 걸 할 수 있어 좋아요. 확실히 많이 배운 현장이기도 했고요. 더 큰 헐리우드 시장이나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대배우들도 어떤 작품의 예산에 따라 개런티를 줄이기도 하고 많은 작품은 많이 받기도 해요. 단역도 갔다가 조연도 갔다가 자유롭게 이동하죠. 우리 나라에도 유연하게 활동하는 좋은 배우들이 많고요. 전환점까진 아니어도 작품하면서 만족감이 컸고 배움이 많았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화란'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2023.10.12 jyyang@newspim.com |
송중기는 무려 노개런티로 '화란'을 택한 이유로 치건과 연규의 미묘한 관계와 분위기를 들었다. 그는 전도연, 김남길 주연의 '무뢰한'을 언급하며 "그 영화의 미묘한 지점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말했고 비슷한 감정을 '화란'에서도 느꼈다고 했다.
"남길 선배가 도연 선배한테 접근하는데 좋아하는 건지 미션 때문에 하는 건지 헷갈려요. 끝에 가서도 엔딩에서도 표정을 보면 좋아한 건지 아닌 건지 미묘하게 그린 지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이 대본을 처음 봤을 때도 치건이가 연규를 구해주는 건지 더 망가뜨리는 건지 확실하게 나와있지 않았어요. 미묘한 알듯말듯한 그 감정이 시네마틱하게 느껴졌죠. 감독님은 신인이셨지만 정말 좋아하는 '무뢰한' 제작진이 영화를 제작해서 든든했고요. 칸에 간다는 얘길 듣고나니 사나이 픽처스 대표님이 '무뢰한'도 같은 섹션에 초청 받았었대요. 그렇게 연결되니까 더 뿌듯한 맘이 드는 작품이에요."
'화란'에서는 벼랑 끝에 선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그게 도움만은 아닌 미묘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다분히 영화적인 상황으로 보이지만 때로는 어떤 신보다도 현실적이라는 감상이 든다. 송중기는 홍사빈과 촬영 당시 계속해서 들었던 감정을 얘기했다.
"가장 미묘하다고 느낀 신은 연규에게 하면 안되는 짓을 했으니까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손톱 뽑는 장면이에요. 그때 사빈이와 얘기를 많이 나눴죠. 그 친구 손을 잡고 하려다가 이 어린애 데리고 뭐하는 짓인가, 하면서 제 걸 뽑아요. 치건이는 얘를 너무 좋은 곳으로 이끌고 싶구나 한번은 실수할 수 있어. 이렇게 봐주는 거죠. 그렇게 강하게 확신이 들다가도 엔딩 보면은 치건이는 결국 어른으로서 비겁한 놈 같아요. 얘를 확실히 제대로 도와주지 않고 지 혼자 편하려고 떠난단 느낌이거든요. 계속해서 양가적인 느낌이 오가게끔, 영화라서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했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실지도 궁금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화란'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2023.10.12 jyyang@newspim.com |
시간은 좀 지났지만 칸에 갔을 때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칸 초청 소식을 들을 당시 송중기는 헝가리에서 '로기완' 촬영 중이었고 동료 배우들에게 무척이나 자랑을 했다고. 칸에 방문할 때 아내가 만삭이라 영화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며 조금은 아쉬워했다.
"칸에 갔을 때 아내가 만삭이어서 여러 가지로 신경쓸 게 많았어요. 아직도 영화를 못봤죠. 아기를 키우니까 영화 같이 한 편을 볼 시간이 없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영화사에서 아내와 같이 볼 수 있게 칸에서 상영한 자막 들어간 버전을 보내주셨어요. 좀 더 여유 생겼을 때 봐야죠. 이제 아이가 막 100일 넘어서 둘이 잘 모르니 으쌰으쌰하고 있어요. 지금도 얼떨떨해요. 일을 하거나 신문, 책을 보다가도 내가 아빠가 됐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난해 말에는 영국 BBC의 한 작품 오디션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송중기는 영국 국적인 아내의 도움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 전부터 시도해온 글로벌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은 그 전에도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었죠. 감사하게도 많은 선배들이 다져놓은 덕분에 후배들이 혜택을 받고 기회도 열렸어요. 몇 년 전부터 계속 해외 오디션을 봐왔고 아내가 실제로 도움을 많이 줘요. 본인이 영국이나 할리우드에 관계자나 친구들이 많으니 소개도 해주고 덕분에 좋은 기회로 오디션을 본 적도 있죠. 다 떨어져서 슬프긴 한 것도 사실이고요. 늘 다른 문화권, 다른 시스템에서도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오디션 가면 다 조사를 해와요. 아시아에서 꽤 유명한데 네 신밖에 안나오는데 괜찮아? 일단 달라고 해요. 영어가 완벽하지는 않으니까 하나씩 관문을 깨나가는 것도 나름의 재미를 느껴요. 아시아의 유명세 덕에 캐스팅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죠. 아직도 다양한 장르가 고파요. 요즘은 많이 없어졌는데 공포영화도 좋아해요. '기담'이나 '소름', '불신지옥' 같은 영화요. 캐비닛에 있는 거 다들 보내주시고 얘기 나눠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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