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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명소는 우리'…백화점 3사, 자존심 경쟁 돌입

기사입력 : 2023년11월09일 16:05

최종수정 : 2023년11월09일 16:05

신세계, LED 최대 규모 사용
롯데는 정세랑 작가 손잡아
내부 꾸민 현대, '오감' 내세워
"크리스마스 경험, 브랜드 이미지로 직결"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국내 백화점 3사가 '크리스마스 명소' 타이틀을 두고 경쟁에 돌입했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경쟁은 올해 들어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9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며 이날 오후 5시 30분 신세계백화점이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 운영을 시작하며 롯데·신세계·현대 3사가 모두 크리스마스 장식에 불을 밝힌다.

2023 신세계백화점 본점 크리스마스 장식.[사진=신세계]

작년부터 백화점 업계에서 크리스마스 마케팅은 '총성 없는 경쟁'이 됐다. 각 사 브랜드 비주얼 담당자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1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은 신세계백화점이다. 2014년 업계 최초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건물 외벽을 통해 미디어 파사드 영상을 상영하기 시작한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부터는 본점 광고판까지 떼고 외벽 전면을 미디어 파사드로 감쌌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대표적인 '연말 사진 명소'로 떠오르자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작년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에 힘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는 '역대 최대', '최초 시도' 등이 따라붙는 등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원조 명소 타이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올해 미디어 파사드에 역대 최대인 375만 개의 LED칩을 사용했다. 발코니 돌출부까지 전부 LED 조명을 덮었다.

올해는 외부에 더해 처음으로 내부까지 힘을 줬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본관 4층과 신관 3층을 잇는 연결 통로에 선물 상점 '더 기프트 숍'을 꾸려 크리스마스 마켓 거리를 연출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상점거리'를 재현한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사진=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은 올해 '이야기'를 더 해 차별화를 꾀했다.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을 쓴 정세랑 작가와 협업해 '레터 하우스(편지 상점)'에 우연히 방문한 어린 아이 '해아'가 편지를 배달하는 크리스마스 요정 '똔뚜' 들과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 이야기를 주제로 본점이 시작되는 을지로입구역 앞에서부터 약 100미터 가량의 거리를 유럽의 크리스마스 상점 거리처럼 꾸몄다. 쇼윈도를 작년보다 4개 더 늘려 보는 재미를 더했고, 영플라자 외벽을 통해 크리스마스 테마 애니메이션도 상영한다. 

유일하게 점포 내부를 꾸민 현대백화점은 '오감'으로 즐기는 크리스마스 상점 거리를 내세웠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를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중심으로 유럽에 가면 볼 수 있을 법한 작은 공방으로 꾸몄다.

유럽의 공방이 모인 골목길처럼 꾸며진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 내부.[사진=노연경 기자]

공방처럼 보이는 상점 내부는 실제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케이크부터 그릇, 호두까기 인형까지 현대백화점이 유럽에서 직접 공수해 온 상품들을 판매한다. 오픈 첫날인 지난 1일에는 입장 대기번호가 800번 대까지 올라가는 등 SNS상에서 '사진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아님에도 백화점 업계가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이토록 목숨을 거는 이유는 '연말 명소'로 자리 잡는 게 곧 백화점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지오비전 퍼즐에 따르면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롯데백화점 본점·신세계백화점 본점·더현대 서울 등 점포 방문자 수는 같은 해 1~2월 대비 1.5배 증가했지만 체류 시간은 평일과 주말 모두 평균 약 0.25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오비전 퍼즐은 "크리스마스 시즌 중 대형 쇼핑몰이 제공하는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기 위해 방문자 수가 늘며 쇼핑몰이 혼잡해지자 방문자들이 체류 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화점 관계자 역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러오기 위해 오는 방문자들은 대부분 점등이 시작되는 늦은 시간에 오기 때문에 백화점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업계가 마케팅에 열중하는 이유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하는 경험이 곧 백화점 브랜드에 대한 경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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