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슬기로운 직장생활] 26개 지방의료원 노사분쟁 이렇게 타결했다

기사입력 : 2023년12월05일 06:00

최종수정 : 2023년12월05일 06:00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30여 초 정도 흘렀을까? 엄숙한 분위기가 회의장을 감돌았다. 노사 대표자들은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숙연하게 들여다보면서 수락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데 이를 지켜보는 나의 입안은 조바심으로 타들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조정 회의 내내 노사 간에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가벼운 웃음도 중간중간 곁들여지고 있다. 선택에 대한 고뇌로, 정숙했던 사측 대표의 머리는 자정을 넘기면서부터 조금씩 헝클어지기 시작했고, 구겨진 상의의 맨 위쪽 단추도 풀려나갔다. 노동조합 집행부의 강인하였던 눈에도 피곤함이 엄습해 오고 있는지, 가까이서 보노라니 조금은 충혈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쟁점 사항들에 대한 논리 전개는 서로가 치열하다. 체력이 바닥나고 있음에도 결단의 시간이 임박하면서 노사 대표의 얼굴에는 다시 결연함이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노사 대표들이 자리 잡고 있는 회의장의 맞은편에는 솔로몬의 지혜를 그려 보면서 노사 면담을 통해 쟁점 사항들을 조금씩 좁혀가고 있는 철인의 조정위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속에서 노사의 각 실무자는 합의되는 내용들을 가지고 한 조각 한 조각 퍼즐을 맞추어 가고 있다. 그림을 완성해 가는 그들은 지방의료원이라는 한 울타리 속에서 어느덧 동지가 되어 있었다. 이른 새벽을 향하는 그들의 손끝에는 아직도 힘이 남아 있다.

◆ 2023년도 8월 무지도 더웠던 어느 날 새벽!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회의장을 스케치한 장면들이다. 회의장에는 2023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26개 지방의료원의 대표자들과 보건 의료산업노조의 집행부 그리고 실무진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6월 말 임·단협이 결렬됨에 따라 이어진 노동위원회의 조정 전 지원회의와 노동조합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에 따른 3차례의 본 조정 회의, 그리고 며칠간의 파업 후에 다시 진행되고 있는 사후 조정 회의는 12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였다.

저녁 6시에 개시된 회의는 차수까지 변경하면서 그다음 날 새벽 6시에 마무리되었다. 노사가 각각의 주장으로 가슴 아려 했던 시간이 12시간의 문턱을 넘으면서 노사 상생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자정을 넘어서면서부터 해결책이 조금씩 나의 시선에 잡히기 시작하였다. 하나의 쟁점 사항에 대해서만 합의가 이루어지면 임·단협이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더 머리를 맞대면 합의점이다.

◆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자,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다시 출발!

마지막으로 노사 대표가 회의장 옆에 있는 교섭실에서 별도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노사정 간에 멘투멘(men-to-men) 식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싱거운 웃음에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분위기가 괜찮은 듯싶기도 하다.

새벽 4시, 바람이 갑자기 거세지기 시작한다. 아득한 세계로부터 엄습해 오는 불안한 예감! 순간 허기가 느껴지면서 졸음까지 쏟아지기 시작한다. 몇몇 의료원에 대해 예외 조항을 두는 사안을 가지고 다시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할 듯싶다. 몇 시간의 항해, 아니 며칠, 몇 주간의 항해를 더 해야 할지도 모른다.

관객들이여, 쉿! 마지막 남은 사안에 대해 해당 지회장이 '우리 의료원의 노사 대표가 별도로 협의 절차를 거치겠다'라는 묘안을 제시한다. 그 지회장의 배려로 지방의료원이라는 배는 희망봉을 향해 다시 항해하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15분이다. 그렇게 큰 파도를 넘었다.

이어지는 노사 대표의 조정안 수락 서명, 서로가 조정안의 내용에 다소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안에 서명한 것은 무엇보다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리라.

노사의 입장 차이로 간혹 고성이 오가기도 하였지만 종착역은 사람 사는 세상임을 보여준 것이다. 그 무대는 조정위원들의 땀이 진하게 배어 있었던 중앙노동위원회의 회의장이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각각의 내면에는 감추어진 조직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놓치고 지나치기도 하지만 결단의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표출된다.

◆ 새벽 6시! 극적인 협상 타결

노사정 대표들이 조정안을 들고 서로 악수하고 엷은 미소를 나누는 소리가 회의장의 창문을 뚫고 여명 속을 헤집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도 가벼웠다. 어깨 너머에서 운전석의 거울 속으로 담기는 여명은 막걸리 한 사발을 걸쭉하게 들이켜고 싶을 정도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거울 속에서는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되었던 회의장의 마지막 장면이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젊은 날이다.

막걸리에 애환을 발라 노사 합의의 흥취를 그려 넣고 싶은 하루, 얼큰해진 만큼 12시간 동안의 아름다웠던 기억을 의로움이 가득한 이야기에 호젓이 포개본다.

저녁 비장한 외출 긴 여운 짊어지고 회의장의 긴 긴 밤 여백에 노사의 염원을 가득 담아 새벽의 흥취 그려 넣으니 밤기운 시렸던 우리네 눈에는 아침 여명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네. 아침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김창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조사

※ [슬기로은 직장생활]은 <뉴스핌>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제휴를 맺고 위원회가 분기별로 발간하는 계간지 <조정과 심판>에 담긴 직장생활 노하우 주요내용을 연재하는 기사입니다.

j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