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지역 3선 이상 의원 23명…12명이 영남권
대규모 물갈이 예상…친검·친윤 전략공천 의심
"신인에게 기회 주는 '물갈이론'…극복해야"
"15% 패널티도 과해…당선 가능성 보고 공천해야"
신율 "정치 오래한 게 잘못인가…사고는 초선들이"
[서울=뉴스핌] 김태훈 박서영 기자 = 국민의힘이 오는 4월 10일 제22대 총선에서 동일 지역 3선 의원에 대해서는 정치 신인과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경선 득표율 15%의 페널티를 받으며, 교체지수 하위 11~30%에 해당될 경우 20%의 추가 패널티로 최대 35%까지 페널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신인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는 것이 맞고, 시스템 공천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그간 당원 모집 등의 활동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대통령실의 입김이 강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1.16 leehs@newspim.com |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6일 공관위 첫 회의를 마친 뒤 '시스템 공천' 제도 등 공천룰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현역의원 지역구를 당선이 쉬운 곳부터 어려운 곳까지 총 4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평가 하위 10%이하(총7명) 의원을 공천에서 '컷오프'하기로 했다. 하위 11~30%에 해당하는 의원 18명에게는 경선 기회는 주되, 득표율의 20%를 감산한다.
원칙적으로 공천은 '경선'으로 진행되며, 전략공천·단수공천 등은 '최소화' 할 방침이다. 총선에 출마하면서 공관위에 합류한 현역의원인 장동혁 사무총장·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무조건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아울러 3선 이상 동일지역에서 당선된 중진의원의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기본적으로 15%의 패널티를 받으며, 교체지수 하위 11~30%에 해당될 경우 20%의 추가 감산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 중 동일지역에서 3선 이상을 한 의원은 5선 이상민·정우택·정진석·조경태 의원, 4선 권성동·김기현·김학용·윤상현·이명수·홍문표 의원, 3선 김도읍·김상훈·박대출·박덕흠·유의동·윤영석·윤재옥·이종배·이채익·이헌승·장제원·조해진·하태경·한기호 의원 등 총 24명이다.
동일지역 3선 이상에 해당되지 않는 중진 의원은 5선 김영선·서병수·주호영, 4선 권영세·박진, 3선 권은희·김태호·안철수 의원이다.
동일지역 3선 이상 의원 24명 가운데 영남권은 12명이다. 다만 하태경 의원은 이미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이 아닌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권의 경우 당헌에 있는 당원 여론조사 50%·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비율로 경선을 실시한다. 수도권과 충청권 등 험지는 일반 국민들의 의견 수렴 비율을 높여 당원 20%·일반 국민 80% 비율로 경선을 치른다.
공관위가 3선 이상 중진들에게 페널티를 대거 부여하는 만큼 대규모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가에서는 최소 절반 이상이 바뀌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진 의원들에게 페널티를 부여해 이른바 친검(친검찰), 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을 내리꽃으려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의 한 식당에서 4·5선 중진 의원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01.17 pangbin@newspim.com |
이를 두고 중진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한 영남권 3선 의원은 통화에서 "결국 신진들, 새로운 인물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물갈이론'의 성격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쨋든 정치라는 것은 물갈이고 필요하고, 국민들도 그런 것을 바란다. 항상 얼마나 잘랐느냐가 혁신,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지 않나"라며 "시스템 공천으로 가고 있는 상황인데, 결국 (공천룰에) 해당되면 극복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5선 의원은 해당 공천룰에 대해 "예상했던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영남권을 물갈이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의 제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해도 별 소용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실 입김이 강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하루 만에 공천 룰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마련된 각본이 아니냐는 의심과 졸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충청권 4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한 달 이상 걸렸던 것을 어떻게 하루 만에, 그 엄청난 룰을 만들어서 발표하나"라며 "사전에 각본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별로 경선 비율을 다르게 한다는 것인데, 그럼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앞장서 대통령을 만들고, 도지사와 시장, 군수를 만들었던 당원들은 뭐가 되나"라며 "우리를 찍지 않았던 80%의 일반 국민들이 역선택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좀 더 투명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난 당무감사를 참고해야 한다"라며 "또 당원들의 증가 비율 등 당 기여 활동에 대한 평가가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공천 룰은 원칙도 없이 그냥 주먹구구식이다"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5선 중진 의원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봤을 때 15% 페널티는 과한 것"이라며 "여러 의견을 듣고 보완해야 한다. 결국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선정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도권과 충청권은 한 번 총선을 할 때마다 전쟁이다. 영남권이랑은 다르다"라며 "인위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제거한다면 이기는 선거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진 페널티 룰이 자칫 잘못하면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정치를 한 정치인들은 잘못됐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국민들의 해당 의원들을 직접 뽑은 것인데, 인위적인 패널티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며 "왜 한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오래하면 잘못 됐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21대 국회에서 문제를 야기시킨 사람들 대부분이 다 초선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이른바 친검·친윤 인사들의 전략공천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라고 답했다.
한편 공천룰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는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