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이성진,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등
애니 '엘리멘탈'의 피터 손도 아카데미상 노린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새해 들어서 미국의 굵직한 영화와 드라마 시상식에서 한국계 감독들이 주목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엘리멘탈'의 피터 손이 그들이다. 이와 더불어 이들과 함께 영화나 드라마 작업을 한 한인 출신 배우들도 눈길을 끈다. '성난 사람들'의 스티븐 연, '패스트 라이브즈'의 그레타 리와 유태오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서울 = 뉴스핌]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스티븐 연(완쪽)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1.19 oks34@newspim.com |
그 첫 테이프는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이 끊었다, 그는 '성난 사람들'(원제 Beef)로 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남자 주인공 대니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에미상 남우주연상도 거머쥐었다. 또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36)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을 받았다. 미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61명으로 구성된 NSFC는 온오프라인 투표를 거쳐 '패스트 라이브즈'를 최고의 영화로 선정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즈'는 23일(현지시간) 발표될 제96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셀린 송 감독의 영화가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누가 다음주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고 누가 떨어질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패스트 라이브즈'를 '오펜하이머''바비''플라워 킬링 문''바튼 아카데미''가여운 것들'과 함께 작품상 후보로 거론했다,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의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Elemental) 역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아카데미상에서 한국계 감독들의 동반 수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2020년 한인 출신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윤여정)을 거머쥔 것을 계기로 한인출신들이 만든 디아스포라 영화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한 장면. [사진 = CJ ENM 제공]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1.19 oks34@newspim.com |
'성난 사람들'은 한인 이민자 2세 청년 대니(스티븐 연)와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잃은 채 살아가는 에이미(앨리 웡)가 난폭운전으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이성진 감독은 에미상 시상식에서 "처음 로스앤젤레스에 왔을 때 돈이 없어서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 63센트였다. 그걸 갚으려고 1달러를 저금하겠다고 하니 '정말 1달러를 저금하는 거냐'고 묻더라"며 "그땐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고, 이런 걸(트로피를) 손에 들고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감회를 전했다.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1988년생인 송 감독은 12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는 영화 '넘버3'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 역은 한국계 미국 배우 그레타 리가, 그의 상대역은 한국 배우 유태오가 맡아 열연했다. 이미경 CJ ENM 부회장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미국의 유명 독립영화사 A24와 함께 제작,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이다.
[서울 = 뉴스핌] 영화 '엘리멘탈' 한 장면. [사진 =디즈니+ 제공]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1.19 oks34@newspim.com |
'엘리멘탈'로 주목받는 피터 손 감독은 1960년대 후반 미국으로 이민 갔던 부모에게 물려받은 동양적 세계관을 이번 영화에 반영했다.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미국 사회에 자리 잡은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정체성을 담아 물, 불, 공기, 흙 등 각기 다른 원소로 상징화 했다. 한편 이미 주목받는 감독 반열에 오른 정이삭 감독도 영화 '트위스터'의 속편을 연출하고 있다.
이무영 영화감독(동서대 영화과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디아스포라 스토리를 담은 한인감독들의 영화가 주목 받는 것은 한류와 OTT이 영향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국인의 정체성과 미국문화를 두루 체험하면서 자란 이민 2~3세 감독들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만들어낸 콘텐츠들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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