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CCTV 설치 추진에 "과도한 조치" 반발
"운행기록장비로 불충분...기관사 책임 ↓효과"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철도 운전실 폐쇄회로TV(CCTV) 운영이 기관사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오히려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시 중요 증거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 향후 감시카메라를 두고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철도차량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운영의 문제점과 철도 안전을 위한 대안'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2.15 aaa22@newspim.com |
1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철도차량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운영의 문제점과 철도 안전을 위한 대안'을 주제로 발표회가 열렸다. 심상정 녹생녹의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궤도협의회승무직종대표자회의에서 주관했다.
발제자로는 한인임 이사장(정책연구소 이음), 조연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박흥수 철도전문위원(사회공공연구원)이 나섰다.
이들은 각각 ▲열차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가 기관사 건강과 철도안전에 미치는 영향 ▲운전실 영상기록장치 설치 의무화의 법적 문제점 ▲ 철도 안전철학의 퇴행, 국토위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 등을 주제로 발언했다.
한인임 이사장은 "과거 CC(폐쇄회로)TV와 같은 감시카메라에 노출된 하이텍 노동자들이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 장애 진단을 집단적으로 받았다"며 "CCTV의 범죄 예방 효과에는 많은 문헌에도 확정적 결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열차 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승무 노동자는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등 이미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선 감시카메라는 오히려 안전 운전을 방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연민 변호사는 "열차운행정보 기록장치가 있는 상황에서 CCTV 설치는 추가적인 긴장감을 조성해 직무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항공기 조종석 내 CCTV 설치를 의무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열차운행기록장치는 기관사가 운전을 시작해 끝마칠 때까지 속도, 방향, 시간, 제동 등 철도차량의 주요상태 및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장치다.
박흥수 철도전문위원은 "운전실 감시카메라는 '안전'이란 이름 아래 필요 이상의 과도한 조치로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제도가 안전을 위협하거나 은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감시카메라에 투입하는 자금을 시스템 개선과 현장 인원 충원 등에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기관실은) 생리 현상도 해결해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며 "화장실 다녀오기도 힘들어 동료들이 관련 질병도 많이 갖고 있고, 여성 기관사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국토부에서 갖고 이 정책을 추진하는 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의원은 "철도 선진국은 감시카메라가 없다. 노동자를 존중하는 관점에서 감시카메라 설치안을 폐기해야 한다"며 "당사자인 철도노동자들과 협의를 하는 등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야져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국토부 관계자는 "열차운행기록장치로 불충분한 부분이 있어 CCTV가 있으면 사고 조사에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객들이 사고가 났을 때 비상벨을 눌렀는 데도 열차운행기록장치에 기록이 안되고, 기관사에게 전달되 못한 사례가 있었다"며 "기관사가 책임을 다했다는 것을 반대로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토부는 열차 운전실 안에 사고 발생 시 상황 파악과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철도안전법'을 2016년 1월 개정했다.
철도노조의 반대가 거세자 국토부는 법 시행 시행규칙을 통해 운전 조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 CCTV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후 표현이 모호하다는 지적으로 '운행정보 기록장치'가 설치된 경우가 포함됐다. 해당 시행규칙은 시행령으로 격상되며 예외규정이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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