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화요일 완패 다음날 "이제 선거 운동 멈출 때"
"앞으로는 트럼프의 몫"....지지 선언 안해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전날 대선 경선의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에서 완패한 직후에 나온 발표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1년 전에 대선 캠페인을 시작했고, 그동안의 지지에 감사한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선거 운동을 멈출 때"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와 안보가 위협받고 있고, 워싱턴의 정가는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면서 "비록 더 이상 공화당의 경선 후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가야할 궁극적인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사퇴를 발표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후보가 될 것이며 이를 축하한다"면서도 "나는 항상 당의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트럼프가 당의 지지를 얻는 것은 그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또 "우리 당을 넘어서는 득표를 할 지는 그의 몫"이라면서 "그가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고만 언급헸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세대교체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선거 캠페인을 시작했다.
공화당 경선에 나서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성향과 '사법 리스크'를 물고 늘어졌다. 그는 트럼프가 아닌 자신이 공화당 후보가 돼야 중도층의 표심까지 이끌어내서 11월에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공화당의 '큰 손'인 코크 형제와 월가의 일부 거액 기부자들도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면서,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를 꺽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물론, 슈퍼 화요일끼지 이어진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무기력하게 완패를 당했다. 더 이상 경선 레이스가 무의미해지자 중도 사퇴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향후 대선 과정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일정 거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한때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게 언론과 워싱턴 정가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가 제3 지대 독자 대선 후보를 추진 중인 '노레이블스'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노레이블스 관계자들은 헤일리 전 대사 영입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항상 공화당을 지지했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52세의 헤일리 전 대사는 이번 당내 경선을 통해 얻은 전국적 인지도와 중도층에 호소할 수 있는 흡입력을 바탕으로 2028년 대선을 노리며 대권 행보를 준비해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