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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의미와 확장성 탐구하는 홍정표의 '다르게 느끼는 우리'전

기사입력 : 2024년03월14일 19:48

최종수정 : 2024년03월14일 19:51

-서울 청담동 G갤러리,홍정표 작품전 4월6일까지
'완전한 기능' 탈피한 조각의 새로운 결말, 그것을 바라보는 같지만 다른 시선 탐구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조각은 늘 좌대 위에 완성된 상태로 올려져 관객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요지부동의 자세로 근엄하게. 그러나 중세·모더니즘 시대의 이같은 전통적 조각과는 달리, 21세기 조각은 개념과 지향점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수많은 조각가들이 조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실험을 다각도로 시도 중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홍정표,'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다'. 좌대(mdf), 아크릴. 100x77x33cm 2024. [©Hong Jungpyo, 이미지 제공= G갤러리] 2024.03.12 art29@newspim.com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아티스트 홍정표(Hong Jungpyo)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 선 조각을 탐구한다. 조각에 대한 기존 통념을 살짝 비틀거나 어긋나게 하는 작업을 통해 홍정표는 조각의 가치와 가능성, 결말, 그리고 확장성에 대해 질문한다. 

홍정표가 서울 청담동의 지 갤러리(G Gallery,대표 정승진)에서 개인전을 연다. '다르게 느끼는 우리'라는 타이틀로 오는 4월 6일까지 열리는 작품전은 작가의 창작의도가 관람객과 맞닥뜨릴 때 어떻게 다르게 보여지고,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여러 '틈'을 살피는 전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홍정표,'다르게 느끼는 우리', 아크릴 2024.[©Hong Jungpyo, 이미지제공= G갤러리] 2024.03.12 art29@newspim.com

작가는 건축물에서 벽과 천정, 벽과 바닥의 경계에 부착하는 마감재(몰딩)와 MDF, 스테인리스스틸, 아크릴 등을 다각도로 활용해 일종의 '메타 조각'을 만든다. 그의 작품은 벽에 부착하는 릴리프적 조각이 있는가 하면 설치미술처럼 커다란 조형물도 있다.

다국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케아의 선반유닛 레르베리(Lerberg)의 강철다리에 몰딩을 덧대 '흥미로우면서도 느닷없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홍정표의 이 작품은 조형적으론 신선하고 아름답지만 선반의 기능은 상실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예술에는 자고로 '정답'이 없고 아니, 정답이 없을 수록 더 매력적인 법이다.

홍정표의 출품작은 완성형인 듯 보이나 얼마든지 해체하거나 덧붙여 변용이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현재진행형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이 놓이는 방식이나 벽에 거는 방식에 따라 작가가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달라지기도 한다. 작가가 작업에 이입시킨 심미성은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관점으로 읽히기도 한다. '다르게 느끼는 우리'는 그래서 이 전시의 주제이자 전제조건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홍정표 '히든 엣지'. [©Hong Jungpyo,이미지제공=G갤러리] 2024.03.12 art29@newspim.com

제목부터 '용도 없음'을 달고 나온 작품은 굵고 가는 색색의 몰딩을 위태롭게 쌓아올린 직사각형의 작품이다. 조형적이기는 하나 제목처럼 용도는 없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Hidden Edge' 시리즈도 독특하다. 몰딩을 레고블록처럼 반복적으로 쌓아올려 '공산품으로 예술품 만들기'를 시도했다. 액자 마감재인 몰딩이란 공산품으로 레이어가 겹겹이 이어진 작품을 만듦으로써 "예술은 무엇이고, 조각은 무엇인가?"를 다시금 묻고 있다. 

재기 넘치는 타이틀인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다'라는 작품은 바닥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스듬히 세워졌다. 강렬한 색채와 교차하는 선들이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 조각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또 '나라공원 가로수'는 우리 주위에서 자주 접하는 공원 풍경을 부조처럼 추상화한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끝'을 정하기 힘들더라. 완벽한 결말을 추구하지만 때론 미완성일 때가 더 아름다와서다. 흠집이 생기거나, 메모한 면이 보일 때 어떻게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새로운 몰딩으로 가리기도 하고, 반대로 그냥 드러내기도 했다"며 "작품은 내 손을 떠나며 전시장에 놓이거나 어딘가 새로운 공간에 놓이면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작업실로 돌아온 작품은 또다른 레이어가 더해지며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홍정표 '다르게 느끼는 우리'전 설치전경. [이미지제공=G갤러리] 2024.03.12 art29@newspim.com

대형 식탁 위에 비슷한 듯 서로 다른 9점의 작품을 마치 뷔페요리처럼 가지런히 배치한 'Loading in 9 times'는 작가의 야심작이다. "영화 '사랑을 블랙홀'처럼 매일 똑같은 날이 반복된다면 나는 어떤 작업을 만들까라는 생각 끝에 나온 연작이다"라고 했다. 이 작업을 위해 매일 똑같은 루틴을 시도해봤다.

홍정표는 당분간은 자신이 의도한 바와 읽히는 바 사이의 간극과 어긋남에 주목하며 그 충돌지점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며 작업할 생각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홍정표 작가. [이미지제공=G갤러리] 2024.03.12 art29@newspim.com

홍정표(b.1976)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대학원(조소 전공)을 졸업했다. 그간 313아트프로젝트, 탈영역우정국, 표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성남아트센터, 몽인아트센터. 광주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04년 제26회 중앙미술대전에서 수상했고, 제1기 몽인아트스페이스 입주작가, 삼성문화재단 파리국제예술공동업체(시테)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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