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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천재 파레노"리움 데크에 세운 탑이 실내작품들 춤추게 하죠"

기사입력 : 2024년02월26일 20:12

최종수정 : 2024년02월27일 09:55

-인공지능,디지털 멀티플렉스(DMX)기술 활용한 대표작과 신작 등 40점 전시, 아시아 최대 규모
-현실과 상상 넘나들며 매순간 달라지는 공연같은 작업, 난해하지만 곱씹을수록 흥미로와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리움미술관이 오는 28일 공식개막하는 '필립 파레노:보이스(VOICES)'전의 기획에 참여한 추성아 리움 큐레이터는 "필립 파레노는 아주 예민하고 까다로운 작가였어요. 그런데 함께 일할수록 천재임을 절감했지요. 마지막까지 40여 점에 달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작품들을 고치고 또 고치곤 했는데 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작품들이 '확확' 살아나더라고요. 아티스트이기에 앞서 철학자이기도 했고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뉴스핌] 오는 2월 28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 '필립 파레노,보이스' 전을 여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 이 시대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로 꼽히며, 한 곳에 고정되지 않는 혁신적이고도 총체적인 작업으로 뛰어난 통찰력과 예술적 추진력을 보여준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6 art29@newspim.com

요즘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b.1964)의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 서울 이태원로 리움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전시기 작품 중 주요작이 망라된 일종의 '서베이 전시'라는 점이 특징이다. 즉 1990년대 초기작부터 리움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작품까지 파레노의 작품세계를 포괄,집대성한 매머드 전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필립 파레노가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에 설치한 높이 13.6m의 타워형 작품 '막'. 리움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으로, 새로운 언어 '∂A(델타에이, 2024)를 위해 기압계, 온도계, 지진계 같은 센서를 갖추고 즉각적으로 환경을 이해하고, 신호와 데이터를 수집해 소리와 소스로 변조 변환하는 자동시스템을 갖췄다. 이 때 소리는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 운율을 활용한 새로운 VSO(동사-주어-목적어) 언어인 ∂A의 신호를 해석해 '단어'와 '문구'로 표현하는 동안에 탑의 양태를 기반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사진=리움미술관] 2024.02.26 art29@newspim.com

리움미술관에 당도하기 위해 언덕길을 올라오면 오른쪽 넓은 야외데크에 움직이는 대형 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막(膜)'이라는 이 설치작품은 리움 야외데크 중앙에 수많은 전선들을 마치 혈관처럼 길게 늘어뜨린채 세워졌다. 전선 주위로 알듯 모를 듯한 사운드가 들리며, 타워의 흰색 마디들은 상하로 움직인다. 파레노가 새로 선보인 신작으로, 리움 실내에 설치된 작품들과 조응하며 작품을 컨트롤한다. 이를테면 사령탑인 셈이다. 미술관 밖의 작품이 미술관 안의 작품과 연결되고, 소통하면서 움직인다니 적잖이 놀랍다. 

작가는 "이 시대 미술관들은 항상 닫혀져 있습니다. 외부세계와 등을 돌리거나, 담을 쌓고 있는 거죠. 내부에 아주 귀하고, 비싼 작품들이 전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항온항습 장치라든가 작품을 위한 조명 조절장치 등도 정교하게 되어 있지요. 저는 그런한 미술관에 '틈'을 내고 싶었어요"라고 마치 혁명가처럼 말했다. 이를위해 파레노는 바깥에 있는 타워와 실내 작품들에 센서를 부착해 신호를 전송하며 소통하게 하고, 통합시켜 어떤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구상했다. 그리고 실제로 파레노가 구상한 그 '상상의 캐릭터'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느끼는 '감각이 아주 많은 캐릭터'로 구현됐다. 상상의 캐릭터는 모든 것들을 느끼고 그것을 언어화해서 마침내 우리에게 말까지 건넨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Philippe Parreno, [제공=리움미술관, 촬영=홍철기] 2024.02.26 art29@newspim.com

작가는 또 "센서들은 마이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작은 기상측정도구 같은 것들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외부에 배치함으로써 전시장 내부로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외부 데이터가 내부에 있는 작품에 영향을 미치도록 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파레노는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현하는 것도 모자라 야외 공간까지도 작품과 연동하고 조율하게 하는 '놀라운 실험'을 시도했다.

필립 파레노는 그간 시간의 인식과 경험, 실재와 가상, 관객과 예술의 상호작용을 끈질기게 탐구해왔다. 그의 작품은 통상적인 예술품과 전시 경험을 재정의하며, 유기적인 전시형식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하나의 오브제를 만드는 것으론 성에 차지않는 작가다. 물론 그 역시 영상, 조각 등 기존 매체를 활용하지만, 데이터와 연동하거나 인공지능, 디지털 멀티플렉스(DMX) 기술을 통해 자신의 무대를 '거대한 자동기계'로 변신시키곤 한다. 이 점이 오늘날 다른 작가와 그를 구분짓게 하는 핵심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Philippe Parreno, [제공= 리움미술관, 촬영=이현준] 2024.02.26 art29@newspim.com

이번 리움 전시도 전시 공간을 압도하는 새로운 목소리(보이스)와 유령같은 존재들, 그리고 전시를 조율하는 인공두뇌에 의해 움직이고 부유하는 '공연같은 이색 프로젝트'로 완성됐다. 따라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시인 동시에 '보는 전시'가 아니라 '생각하며 음미해야 하는 전시'이다.

작가는 인공두뇌를 사용해 외부 환경데이터를 사운드로 전환하고, 사운드와 목소리가 상호작용하며 전시공간에서 청각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따라서 전시장 곳곳에서는 기기묘묘한 소리가 들리고 마치 유령이 살아난 듯 주홍색 눈을 뿌리거나 여러 조각들을 부유하고 춤추게 만든다.

이번 리움 전시는 독일 뮌헨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보이스'라는 공통 주제와 핵심 작품을 두 미술관이 공유하며, 각 기관에서 다른 전시를 펼치는 '이란성 쌍둥이' 전시모델이 한국과 독일서 펼쳐진다. 전체 영상작품의 자막 모음집 '보이스:발화된 언어'와 도록을 양 기관이 공동 발간한다.

[서울 뉴스핌] 리움미술관이 기획한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 전경.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6 art29@newspim.com

필립 파레노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이 둘이 결합되는 실험을 이어왔다. 작가는 예술 작품과 전시를 대하는 방식을 탐구하면서 시간과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흐뜨러트린다. 개별 작품을 집결해 선보이는 자리가 아닌 '통합적인 경험의 장'으로 전시를 변모시키는 것이다. 또 사진, 그래픽 포스터,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사건의 순서와 연동되는 거대한 무대 환경을 만든다.

전시제목 '보이스(VOICES)'는 '다수의 목소리'를 포괄한다. '다수의 목소리'는 작가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핵심요소로 작품과 전시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목소리들은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발화하는 주체가 된다. 리움의 이번 전시 '보이스'는 이 '다수의 목소리'를 하나의 공간으로 집결시켜 주체적 대상으로 재탄생시킨 프로젝트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중 그라운드갤러리에 설치된 '차양' 연작. ⓒPhilippe Parreno, [제공=리움미술관, 촬영=홍철기] 2024.02.26 art29@newspim.com

이를 위해 파레노는 배우 배두나와 협업으로 새로운 목소리를 창조했다. 배두나의 목소리는 인공지능에 의해 '실재하는 가상'의 목소리로 재탄생됐다. 이 새로운 목소리는 새로운 언어인 '∂A(델타에이)'를 배우며 성장했다.

미술관 야외데크에 설치된 신작 '막(膜)'은 탑 형상이지만 색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두뇌(기온 습도 풍량 소음 등 지상의 모든 환경요소를 수집해 송신한다)로, 새롭게 탄생한 목소리인 '델타에이'(2024)와 소통하면서 이번 리움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한다. '막'이 수집한 데이터는 사운드로 변환되기도 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자극하기도 하면서 전시를 꿈틀거리게 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Philippe Parreno, [사진 제공= 리움미술관] 2024.02.26 art29@newspim.com

한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M2 1층은 파레노가 여러 협업자들과 제작한 1990년대~ 2000년대 초기작들이 펼쳐졌다.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 듀오 M/M, 네덜란드 패션사진 듀오 이네즈 앤 비누드, 동료 작가 피에르 위그 등과 제작했던 10여 점의 작품이 모였다.

작가의 유년기를 배경으로 한 희망과 디스토피아에 대한 사진및 영상작품 '엔딩 크레딧'(1999)과 이름도 역할도 없는 일본 망가(만화) 캐릭터 '안리'에 목소리를 부여한 영상작품 '세상 밖 어디든'(2000)을 만날 수 있다. 대상이 여러 형태의 목소리로 가시화돼 존립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두루 파고든 작업이다. 조명 및 가구 설치작품 '루미나리에'(2001)와 그래픽 포스터 '안리:유령이 아닌, 그저 껍데기'는 프랑스 아티스트 피에르 위그, 디자인 듀오 M/M과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M2 B1에서는 동심 가득했던 눈사람이 더러워지고 일그러진 형상을 하고 있는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1995-2023)을 보게 된다.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은 너른 전시장에 수많은 물고기(풍선)가 둥둥 떠다녀 관람객이 '물고기들의 거대한 어항'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서울 뉴스핌] 리움미술관이 기획한 필립 파레노 개인전 전시 전경.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6 art29@newspim.com

태양이 사라지고 오로지 저녁(석양)만 이어지는 '석양빛 만(灣), 가브리엘 타드, 지저 인간: 미래 역사의 단편'(2002)은 공간 전체가 지구의 멸망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일견 디스토피아이지만 유토피아가 교차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조종되는 것과 조종하는 것, 실존과 허상 간에 유사인간의 시선과 장소에 대한 기억 속 재현은 필립 파레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주제다.

미술관 로비에서도 작가는 두개의 상반된 대형영상 작품인 '대낮의 올빼미'(2020-2023)와 '일광반사경'(2023)을 보여준다. 블랙박스 또한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물론 평범한 영화관일리 없다. '최초의 차양'(2016-2024)은 영화 상영이 끝나면 공간을 환하게 밝히며 막간을 알리는 사이니지 조명 역할을 한다.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마릴린 먼로를 환생시킨 영상 '마릴린'(2012)은 기계장치를 통해 마릴린의 음성과 시선, 필체를 완벽하게 구현해 마치 살아있는 배우를 조우하는 것같다. 또다른 유령같은 존재인 고야의 집과 그의 페인팅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머거리의 집'(2021) 등 모두 3편의 영상이 교차상영된다.

그동안 렘 쿨하스의 건축이 워낙 강렬해 전시작들이 잘 부각되지 못했던 그라운드갤러리는 모처럼 활기를 띄며 빛을 발한다. 거대한 키네틱 공간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깜박이고 움직이며, 관람객은 '섬광'을 인식하며 '찰나'와 '영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사이키델릭한 풍경과 안무가 공연처럼 펼쳐지는가 하면 너른 공간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움직이는 '움직이는 벽'(2024)도 감상할 수 있다. 

필립 파레노는 절친 작가인 티노 세갈(Tino Sehgal)에게 관람객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라이브 작품'을 의뢰했다. 관람객은 블랙박스와 그라운드 갤러리를 연결하는 두 대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릴 때 티노 세갈의 신작 '이렇게 장식하기(쉬헤라자드 파레노)(보이스 버전)'(2024)을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다.

[서울 뉴스핌] 리움미술관이 기획한 필립 파레노 개인전 전시 전경. 리움 그라운드갤러리의 공중에 커다란 말풍선들이 떠도는 등 모든 전시물이 부유하거나 움직이는 '키네틱 공간'으로 조성됐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6 art29@newspim.com

파레노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멀티플렉스(DMX) 기술 등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이지만 낭만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나는 무엇을 하더라도 완결되었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요리를 할 때를 빼고요. 요리는 식사를 하면 완결되는 것이니까요. 미술이라는 것은 항상 미완이라고 보기에 자주 바꾸고 다시 연결하곤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책을 읽다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줄거리를 잃어버린 순간, 운전을 하다가 잠깐 하늘을 쳐다보며 엉뚱한 상상을 하는 걸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스로를 위해서 아주 소중한 순간이지요. 돈을 버는 시간 보다 몇배 더요"라고 철학자같은 말도 남겼다.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준비됐다.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필립 파레노의 작품세계를 직접 들어보고, 큐레이터 토크에서는 '보이스(VOICES)'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이 이번 전시를 중심으로 심도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니콜라 부리오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강연자로 나선다. 1990년대 활발한 활동을 보인 작가들을 두루 살피며 필립 파레노를 조망한다. 이밖에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피는 작가연구 세미나가 월 1회씩 열린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어린이 대상의 '그림자 인형극 워크숍'이 열리며, 매주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누구나 참여가능한 자율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여신청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필립 파레노는 베니스비엔날레에 1993년부터 2015년까지 일곱차례나 참여했다. 리옹비엔날레도 단골작가로 초대돼 네차례 작품을 선보였다. 개인전으로는 'Philippe Parreno'(부르스 드 코메르스, 파리 2021), 'Echo'(뉴욕현대미술관(MoMA), 뉴욕, 2019), 'Looking back on a Future'(마틴-그로피우스 바우, 베를린, 2018), 'ANYWHEN'(테이트모던, 런던, 2016) 등이 있다. 파레노의 작품은 퐁피두센터, 루마 아를, 21세기 가나자와 미술관, 파리 근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테이트 모던, 아이리쉬미술관, 반아베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리움미술관의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VOICES)'는 오는 7월 7일까지 개최된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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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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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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