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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기자가 간다] '긴급 출격 준비 완료'…KF-16 전투기 타보니

기사입력 : 2024년03월30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3월30일 07:10

충남 서산 20전비서 전투기 조종사 밀착취재
비상대기 조종사, 상황 발생하자 즉각 반응
KF-16 시뮬레이터 탑승…"실제와 동일"
정비 체계도 과학화…공군 최초 가상현실 활용

[서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 수 킬로미터 펼쳐진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상공을 향해 떠올랐다. 최대 시속 약 2800킬로미터로 날 수 있는 KF-16 전투기였다. 머리 위를 지나더니 눈 깜짝할 새 까마득하게 멀어졌다. 전투기가 지나가고 난 뒤에야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따라왔다.

지난 27일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20전비). 실제 근무 중인 전투기 조종사를 만났다. 기자는 지난달 충북 청주에 있는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비행환경적응훈련을 마쳤다.<관련기사: [특전기자가 간다] '8.5G 중력가속도'에 기절 직전…실핏줄 터져도 버텼다> 조종사들의 삶을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었다.

20전비는 약 350만 평이다. 여의도 면적의 4배쯤 된다.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 비행단이라고 한다. KF-16 전투기 80여 대가 있다. 부대 입구에서 조종사들이 근무하는 곳까지 걸어가기는 힘든 거리다. 버스를 타고 제157비행대대 비상대기실로 이동했다.

[서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 27일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에서 본지 박성준 기자가 KF-16 전투기에 탑승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3.30 parksj@newspim.com

이날 만난 조종사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쪽 끝에 컴퓨터와 책상이 보였다. 대기실 왼쪽에는 모니터가 놓였고, 문 바로 위에는 사이렌과 스피커가 설치됐다. 상황을 전파하는 장치였다. 조종사들은 조종복에 G-슈트를 입고 있었다. G-슈트는 실제 전투기에 탑승할 때 착용한다. 즉각 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상대기근무 중인 하성찬 대위는 "상황이 발생하면 8분 안에 전투가 가능한 상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실에서 전투기로 이동, 탑승해 장비를 착용하는 등 모든 절차를 마치고 출격해 상공에서 관제탑과 통신하는 데까지 8분이다.

조종사 4명이 1개의 팀으로 근무가 이뤄진다. 한 번에 12시간 정도 근무하는데, 근무 중에는 몸을 꽉 조이는 G-슈트를 한시도 벗어놓지 못한다. 딱딱한 전투화도 내내 신고 있어야 한다. 실제상황이 생기지 않더라도 최소 2번은 의무적으로 훈련상황이 부여된다.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근무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고 한다.

조종사들은 기자와 대화하는 중에도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조종사는 계속 모니터를 확인했고, 다른 조종사는 의자에 앉아 복장을 점검했다. 하 대위는 "상황 발생 시 각자의 역할이 다 정해져 있고 매일 연습을 하다 보니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게 된다"고 했다.

[서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 27일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전투기 조종사와 정비사들이 긴급 출격 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공군 제공] 2024.03.30 parksj@newspim.com

"5-3(파이브 쓰리) 상황발생, 5-3 상황발생"

대화 중에 사이렌이 울렸다. 5-3은 현재 근무 중인 조종사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4명 조종사는 하나같이 "5-3 상황발생"이라고 소리치며 뛰쳐나갔다. 1초 만에 대기실 밖으로 사라졌다. 미리 짜고 준비라도 한 듯한 반응이었다.

KF-16 전투기는 약 1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곧바로 뒤따라갔지만 조종사 정종선 대위는 이미 전투기에 탑승 중이었다. 파란색 복장을 한 3명이 일사불란하게 정 대위를 도왔다. 전투기 정비사였다. 조종사뿐 아니라 정비사도 24시간 대기한다. 정비사 한 명은 조종석을 오르는 사다리에서 정 대위 등을 받쳤고, 나머지 두 명은 엔진 배기구, 외부 장착 센서, 연료탱크 등을 점검했다. 조종사와 정비사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정 대위는 정비사의 도움을 받아 G-슈트에 달린 공기 호스를 전투기와 연결했다. 산소마스크도 장착했다. 출격만 하면 되는 단계였다. 얼마나 걸렸는지 정확히 잴 순 없었지만 2분이 채 되지 않았던 시간이다. 하 대위는 "전투기에 탑승하더라도 해야 하는 절차가 하나라도 빠지면 출발할 수 없다"며 "기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까지 가정해 다른 전투기도 동시에 출격 준비한다"고 했다.

[서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에 있는 KF-16 전투기 시뮬레이터. 지난 27일 본지 박성준 기자는 시뮬레이터에 직접 탑승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3.30 parksj@newspim.com

전투기가 출격하면 서울까지 4분이면 도착한다. 연평도까지는 7분, 백령도 11분, 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은 13분이 소요된다. 물론 출격하는 것 자체가 최종 목적은 아니다. 평시에는 적 징후를 감시하고, 전시엔 공중에서 다른 항공기를 격추하고 지상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게다가 오늘날의 공군은 단순히 공중에서 우세를 확보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항공우주·사이버·정보작전 등을 통해 적의 군사력과 전쟁수행 의지를 무력화하는 임무도 부여받고 있다. 조종사 및 정비사 등 대원들이 익혀야 하는 내용은 절대 단순하거나 간단하지 않다.

상황이 종료된 뒤 전투기 조종석에 타봤다. 높이 4미터가 넘는 전투기를 가까이서 올려다보니 웅장했다. 사다리를 잡고 한 발씩 올라갔다. 전투기 조종석에는 탑승 손잡이가 없다. 앉는 것 자체가 훈련이 필요했다. 고개를 숙이고 엉덩이를 먼저 밀어 넣은 뒤 다리를 끌어왔다. 수많은 조작버튼과 계기판이 보였다. 좌·우측에는 조종대가 놓였고 가운데는 비상탈출장비도 있었다.

조종석에 앉아 보니 설렘보단 두려움이 앞섰다. 전투기를 몰고 공중에서 작전을 수행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훈련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좁은 공간에서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들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까지는 입문, 기본, 고등, 작전가능과정 등 최소 2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서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 27일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에서 본지 박성준 기자가 KF-16 전투기 시뮬레이터에 탑승해 조종을 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3.30 parksj@newspim.com

◆ KF-16 시뮬레이터 탑승…"실제와 거의 동일"

KF-16 시뮬레이터로 이동했다. 장비 한 대가 2층 높이의 건물 크기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둥근 돔이 보였다. 실제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오른쪽 계단을 통해 조종석으로 올라갔다. 시뮬레이터는 조종사 양성과정에서도 사용하고, 숙련된 조종사들도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수시로 탑승하기도 한다.

왼쪽 조종대를 조심스레 밀자, 화면이 움직였다. 실제 전투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공중에 뜨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균형이 안 맞아 기체가 왼쪽으로 쏠렸다. 양쪽 발에 있는 브레이크를 통해 방향을 조절했다. 얼추 중앙으로 이동하고 속도도 붙었다. 안내 지시에 따라 오른쪽 조종대를 당겼다. 전투기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시속 약 1000킬로미터, 고도는 3만피트(9144미터).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지상에는 실제 우리나라 지형과 건물이 보였다. 교관은 "프로그램 입력만 하면 다른 장소와 환경, 조건에서 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돔 형태의 장비 덕분에 좌우로 고개를 돌려봐도, 위를 올려다봐도 현실처럼 느껴졌다. 오른쪽에 있는 조종대를 왼쪽으로 끝까지 당겼다. 화면이 360도 돌더니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시뮬레이터일 뿐인데 멀미가 났다.

[서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 27일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에서 항공정비전대 이민종 중사(진)가 VR 장비를 착용하고 훈련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3.30 parksj@newspim.com

◆ 정비 훈련체계도 과학화…공군 최초 가상현실 활용

20전비는 전투기 조종뿐 아니라 정비 훈련체계도 과학화돼 있다. 20전비는 공군 최초로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과학화 정비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VR뿐 아니라 ▲가상정비훈련체계 ▲정비훈련 실습체계 ▲무장 장착 실습체계도 도입됐다.

VR 훈련센터에는 항공정비전대 이민종 중사(진)가 VR 장비를 착용하고 훈련 중이었다. 이 중사는 "실제로 정비하는 것과 같은 몰입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사는 가상현실 속에서 전투기 내부를 뜯어 고장원인을 찾고 타이어도 교체했다. 이 중사는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어 훈련이 재미있다"며 "예약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정비 실습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모형 전투기를 통한 무장 장착 훈련도 이날 진행됐다. 실제와 같은 크기와 높이로 만들어진 모형 전투기 날개에 무장을 장착하는 훈련이었다. 4인 1개 조로 편성된 정비사는 각자 역할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탄약 역시 실제와 같은 모양과 무게로 제작됐다. KF-16에는 AIM-9, AIM-120 공대공 미사일, J-DAM 공대지 정밀유도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다. 분석훈련과장 김선수 소령은 "고장 위험이나 비용 부담 없이 정비 실습·훈련을 반복 숙달할 수 있다"고 했다.

공군이 맡은 임무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나니 무심코 올려다봤던 하늘이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공군은 강하고 중요한 군대다. 앞으로 그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첨단화하는 무기체계를 봐도 그렇고, 항공우주 분야의 군사적 혁신을 위해서도 그렇다. '조국의 날개' 공군 장병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땀을 흘린다. 이들 덕분에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서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 27일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장병들이 모형 전투기에 무장 장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3.30 parksj@newspim.com

park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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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딥시크" 中 마누스 성능 알고보니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 벤처기업이 지난 5일 공개한 '마누스(Manus)'라는 이름의 AI 모델에 중국 IT 업계가 "제2의 딥시크(DeepSeek)가 나타났다"며 술렁이고 있다. 중국 관영 경제지인 중신징웨이(中新經緯)는 "6일 새벽 중국 IT 전문가들은 마누스의 충격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라며 "이는 딥시크 충격 당시의 현상과 유사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AI 게시판은 모두 마누스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마누스가 중국 AI 업계에 충격을 주면서 6일 중국 증시 AI 섹터에 상한가 종목들이 속출했다"라고도 평가했다. 마누스를 개발한 업체는 '후뎨샤오잉(蝴蝶效應)'이라는 이름의 벤처기업이다. 후뎨샤오잉은 '나비효과'라는 뜻이다. 후뎨샤오잉은 지난 5일 마누스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다. 사용을 원하는 사람은 테스트 신청을 할 수 있으며, 회사는 테스트 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6일 마누스의 서버는 다운됐고, 테스트 코드 부여를 중단했다. 한때 테스트 코드는 700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6일 저녁 후뎨샤오잉은 성명을 발표했다. 회사는 "이처럼 많은 관심이 쏟아질 줄 몰랐고, 우리의 서버 용량은 확실히 한계가 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마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현재 마누스는 갓난아이 상태로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라며 "우리가 마누스 정식 버전에서 구현하고 싶은 경험과는 차이가 크다"라고 밝혔다. 마누스는 챗GPT, 딥시크와 달리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혹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마누스는 이력서 심사, 부동산 연구, 주식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GAIA 벤치마크라는 AGI(범용 인공지능) 성능 평가에서 오픈AI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라며 "마누스는 생각과 행동을 연결하는 AI"라고 설명했다. 후뎨샤오잉의 수석 엔지니어인 지이차오(季逸超)는 애플의 생태계 혁신 대회에서 '맥월드 특등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 기업의 핵심 인원들은 텐센트와 바이트댄스의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마누스를 개발한 벤처기업 후뎨샤오잉의 수석 엔지니어인 지이차오. [사진=후뎨샤오잉] ys1744@newspim.com 2025-03-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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