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최악으로 치닫는 한·러 관계…제재와 대응의 악순환

기사입력 : 2024년04월04일 13:43

최종수정 : 2024년04월04일 13:43

우크라 전쟁 이후 양국관계 급전직하
북러 군사적 밀착으로 회복 불가능 상태
대북 전문가패널 연장 부결 이후 '전면전'
한국, 나토 회의에서 러 제재 강화 논의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러 관계가 1990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엇나가기 시작한 양국 관계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임무 연장 결의가 부결된 이후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한국의 대(對) 러시아 독자제재 발표에 대해 "한국이 러시아 시민과 법인에 제재를 도입한 것은 비우호적인 조치"라며 "러시아는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사진=러시아 외교부 홈페이지]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2척과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회사 2곳과 회사 대표 2명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국이 러시아의 선박, 기관, 대표만을 특정해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전직하했다. 전쟁 초기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국제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분류했다. 당시만 해도 한·러 관계는 회복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사즉생 생즉사의 정신으로 연대해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지난해 8월 한·미·일이 사실상 군사동맹이나 다름없는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발표한 직후 러시아는 북한과 손을 잡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받고 군사적으로 밀착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카드를 선택한 것은 한·러 관계를 회복 불가능 상태로 빠뜨렸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미국의 대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에 공조하기 위해 '제33차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을때 러시아는 "한국이 서방의 불법적 반러 제재에 동참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당시 "우리는 대응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며 "(한국이) 나중에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고 직설적으로 보복을 예고했다. 이후 러시아는 지난 1월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북 지원과 선교 활동을 하던 한국인 선교사 백모씨를 간첩혐의로 체포해 구금했다.

한·러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밀어넣은 것은 지난달 28일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 표결에서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대북제재 이행 감시를 중단시킨 일이다. 러시아의 이같은 결정은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외교부는 임수석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 yooksa@newspim.com

정부의 러시아 독자제재 조치는 러시아의 전문가패널 임무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러시아가 또 다시 대응조치로 보복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양국관계는 계속되는 '대응 조치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한·러 관계 악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회의에, 윤 대통령은 7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각각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나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한 비판과 대응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나토 회의를 계기로 한·러 관계의 긴장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opent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