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심 징역 2년6개월→대법,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유령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은행 업무담당자가 허위 서류 등에 대해 적절한 심사절차를 진행했는지 여부가 제대로 심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업무방해·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명의대여자인 B씨를 유령법인의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기를 마치고 해당 법인 명의로 600여개의 대포통장을 개설한 혐의와 이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령법인을 설립한 다음 그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은행의 업무를 방해하고 해당 계좌들과 연결된 통장 등 접근매체를 유통시켰다"며 "범행 경위, 내용, 방법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유통시킨 접근매체들은 인터넷 도박,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유통시킨 접근매체의 수가 많고 범행에 가담한 기간도 짧지 않다.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한 점, 피고인이 누범기간 중 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할 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원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아울러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1억5000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이 채택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피해 금융기관들이 마련한 양식인 거래신청서 등에 어떠한 내용의 기재를 했는지, 피해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가 피고인에게 금융거래 목적 등 진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했거나 이를 확인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원심은 피해 금융기관들의 업무담당자가 피고인에게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적절한 심사절차를 진행했음에도 피고인이 허위 서류를 작성하거나 문서를 위조하여 제출함으로써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기에 이르렀는지 필요한 심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