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정부의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안' 찬성 이후

기사입력 : 2024년05월07일 09:26

최종수정 : 2024년05월07일 09:33

중동 문제에 미국 추종하던 한국 외교의 반란
이-팔 문제에 이례적 독자 결정...외교적 진일보
막연한 '두 국가 해법' 에서 한걸음 더 나가기를
4년전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 지지 오점 씻어야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달 18일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유엔 총회에 권고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 표결에서 한국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비록 이 결의안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지만, 그동안 중동 문제에서 철저하게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던 한국이 미국의 뜻을 거스르고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정부는 이번 표결을 앞두고 매우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국과 다른 입장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정치적 프로세스의 추동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현지시간 18일 오후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을 논의 중인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4.19 kwonjiun@newspim.com

물론 정부가 순전히 '대의'를 위해 찬성한 것은 아니다. 이번 표결에 찬성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커진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 및 개도국)와 협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또한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동 산유국들과의 관계도 고려했을 것이다. 여기에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대세가 됐다는 점도 정부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요소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산이 작용했다고 해도 정부가 찬성표를 던진 것은 '성숙한 한국 외교'를 위해 진일보한 결정임은 분명하다.

이번 결의안이 통과됐더라도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될 수는 없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한다는 합의가 있어야 비로소 팔레스타인은 주권적인 독립국가가 될 수 있다. 이를 국제사회는 '두 국가 해법'이라고 한다. 두 국가 해법의 기원은 유엔이 1947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채택한 총회 결의 181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두 국가 해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 242호를 통해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점령한 영토를 돌려주고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권고했다. 1967년 전쟁 이전의 경계선을 국경으로 정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상호 독립국가임을 인정해 평화롭게 공존하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242호는 1993년 미국의 평화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한 오슬로 협정의 기초가 됐다. 1995년 2차 오슬로 협정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이스라엘이 강제 점령한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반환하고 팔레스타인이 국가를 설립케 하는 대신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받는 '영토와 평화의 교환(land for peace)'이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은 1996년 2월 자치정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협정을 주도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 극우파에 의해 암살되면서 중동평화의 꿈은 깨졌다.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강경파 하마스가 득세해 다시 무력충돌이 이어졌다.

두 국가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조건이 문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상대를 독립국가로 인정하려면 정착촌 문제,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동예루살렘 문제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 문제들의 합의는 불가능에 가깝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 '세기의 딜'이라고 이름붙인 '새로운 두 국가 해법'을 내놨다. 그런데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은 기존의 합의를 완전히 뒤집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든 해법이었다. 유엔에서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한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고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이 차지하도록 했다. 트럼프는 이를 '현실적인(realistic) 두 국가 해법'이라고 했다.

[시돈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레바논 시돈 인근의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소에서 29일(현지시간) 미국이 발표한 중동평화안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나치스트와 시오니스트로 조롱하는 포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0.01.29 kckim100@newspim.com

여기에 붙은 '현실적인' 이라는 수식어는 정착촌은 이미 이스라엘 영토나 다름없고 예루살렘도 이스라엘이 통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의미다. 팔레스타인은 어차피 이를 되찾을 힘이 없으니 이제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면 500억 달러를 지원해주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이다. 기존의 합의와 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말하는 두 국가 해법은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오슬로 협정에서 합의한 두 국가 해법도 아닌 듯하다. 트럼프와 같은 일방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도 팔레스타인이 현실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미국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들이 '두 국가 해법'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말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나라도 없다.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그저 당사자들끼리 어떻게든 타협하라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평화를 내세우며 정의로운 척 하지만 실상은 모두가 비겁하다.

이번 팔레스타인 유엔 회원국 가입 권고 결의안에 한국이 찬성한 것은 분명 중대한 진전이다. 하지만 한국도 아직 입으로만 평화를 외치는 비겁한 국제사회의 대열에 있을 뿐이다. 한국이 중동 평화구상을 내놓을 처지는 물론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보다 선명한 태도를 취하기를 바란다.

[텔아비브 로이터=뉴스핌]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23.10.18 koinwon@newspim.com

특히 국제법을 위반한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에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무력 점령지에 불법으로 정착촌을 건설하고 영토로 삼으려는 것은 한국 정부가 국제분쟁에서 줄곧 비난해왔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의 명백한 실제 사례다.

한 가지 더 있다. 한국은 2020년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현실적인 두 국가 해법'을 내놨을때 "미국의 노력을 평가하며 이-팔 문제가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바란다"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던 트럼프의 두 국가 해법을 환영하는 정부 논평이 나온 것은 트럼프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낯이 뜨거운 일이다. 이번 팔레스타인 결의안에 찬성하는 결기를 보인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세계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린 당시의 행태에 대해서는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겠다.

opent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중앙고, 동아대를 졸업해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2025.06.23 sheep@newspim.com 김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정의당에 입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부문 지지단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20번을 받았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이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며 "민주노총이 그간 (사회적 대화 등) 제도권 밖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정의당 노동본부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sheep@newspim.com 2025-06-23 14:57
사진
안규백 64년 만에 문민 국방 후보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초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을 인선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다"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고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안 후보자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으로서 15년 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 누구보다 군과 국방안보를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명됐었다. 특히 안 후보자는 국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중책까지 맡았다. 여야 의원들을 아우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핵심 보직을 맡았다. 계엄 사태 주역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면서 어수선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군 전반을 개혁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에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다만 상식과 원칙을 중시하며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다. 아들 둘 모두 육군과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현석호 장관 이후 64년 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기를 거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장군 출신들이 독식했던 국방장관을 정치 안정기에 들어 사실상 민간인 출신의 진정한 '문민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다. ▲전북 고창(64) ▲광주 서석고 ▲성균관대 철학과 학사·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 수료 ▲18·19·20·21·22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간사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kjw8619@newspim.com 2025-06-23 14:1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