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인터뷰] 윤상현 "총선 참패, 尹 책임 운운하기 이전에 당 스스로 책임 가져야"

기사입력 : 2024년05월11일 07:00

최종수정 : 2024년06월21일 14:40

"與, 수도권·충청도 선거에 대한 준비 하나도 안 돼 있어"
"차기 지도부는 투쟁성·협상력·호소력 필요…우리도 특검법 만들어야"
"전당대회, 민심 비율 늘려 나가야…시기는 늦추는 것이 맞아"
"한동훈,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전당대회 출마 가능성 제로"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대통령 책임을 운운하기 이전에 내가 뭘 잘못했는지 당 스스로 책임을 갖는 게 진짜 중요하다.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저는 당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4·10 총선 참패 원인은 "수도권 선거를 치를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는 지도부와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띄운 윤 의원은 "총선 승리는 반드시 수도권에서 승리를 해야만 가능하다"면서 "여기서 이겨야만 이기는 선거인데 수도권·충청도 선거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2024.05.10 leehs@newspim.com

윤 의원은 "대통령이 정권 심판의 빌미를 준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 책임만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총선은 당이 치른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의 지지도가 아무리 낮아도 선거를 내가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거다. 그래서 전략이 중요하다는 거다. 메시지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차기 지도부가 지녀야 할 핵심 자질로는 투쟁성, 협상력, 호소력을 꼽았다.

그는 "(민주당은) 완전히 싸울 준비를 하고 들어온다.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외에도 심지어 조국 수사에 대한 특검법. 아예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키는 특검법을 준비한다"면서 "우리도 특검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당원투표 100%'로 규정된 현행 당 대표 선거 방식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당원 투표 50%·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정치가 민심하고 괴리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특수 상황 속에서 민심 비율을 늘려 나가야 한다"라며 "당이라는 건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다. 민심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왜 우리가 참패했고, 참패의 원인이 뭐고, 우리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우리를 떠난 것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총선 백서를 발간하고 혁신의 그림을 그린 토대 위에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 그러면 전당대회를 늦출 수밖에 없다"라고 부연했다.

또 윤 의원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 대회 출마 가능성을 두고는 '제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를 잘못 치렀다. 그러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총선 패배를 했는데도 끝없이 다시 나온다면 사퇴할 이유가 없다. 출마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2024.05.10 leehs@newspim.com

다음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의 일문일답.

-총선 참패 이후 "혁신은 총선 참패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마디로 예견된 참패다. 제가 작년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가 정말 심각하다고 얘기를 드렸다.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은 영남이나 호남은 거의 어느 당 찍는다는 게 정해져 있고 결국 수도권·중원 싸움인데 여기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 그래서 제가 제 목소리를 계속 낸 거다. 수도권 선거를 치를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는 지도부와 전략. 총선 승리는 반드시 수도권에서 승리를 해야만 가능하다. 대전까지 하면 129석이다. 129석 중 우리가 몇 석을 얻었나. 19개 얻었다. 4년 전에는 대전까지 넣어서 128석 중 16개 얻었다. 여기서 이겨야만 이기는 선거인데 수도권·충청도 선거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이 대통령 책임이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총선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치르는 게 아니다. 당이 치르는 거다. 물론 대통령이 정권 심판의 빌미를 준 건 사실이다. 대통령 책임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 책임만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총선은 당이 치른다는 거다.

제가 2014년에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했었다. 그때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6·4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광역단체장 1석 지고 수도권에서는 3석 중 2석을 가져왔다. 7월 31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우리가 15개 중 11개를 이겼다. 정말 안 좋은 정국 상황 속에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전략이 있어서였다. 제가 그래서 '자꾸 대통령 욕만 하지 말아라'라고 얘기를 하는 거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선거를 잘 치를 수도 있고 못 치를 수도 있다.

제가 당시에 선거를 치르면서 피켓 시위를 하는 전략도 내걸었고 혁신위원장에 젊은 이준석을 임명했다. 그게 딱 10년 전의 얘기다. 그때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통해서 이준석을 바꾸라고 그랬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종편에 나가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를 존경한다고 그랬다며 바꾸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선거는 제가 치는 거다. 시간을 달라. 제가 알아서 하겠다'라고 했고 선거는 이겼다. 공천할 때도 대통령이 주문 사항이 있었다.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이거는 전부 우리 선거 망치는 거다' 해서 결국 공관위의 만장일치 뜻대로 갔다.

제가 전국 단위 선거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대통령의 지지도가 아무리 낮아도 선거를 내가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거다. 그래서 전략이 중요하다는 거다.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걸 그때 느꼈다. 대통령 책임을 운운하기 이전에 내가 뭘 잘못했는지 당 스스로 책임을 갖는 게 진짜 중요하다.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저는 당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의 새로운 원내대표로 추경호 의원이 선출됐다. 추 의원이 대구·경북(TK) 지역구, 친윤(친윤석열)계라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 추경호·이종배·송석준 의원은 소위 말해서 친윤계 의원들이다. 그러나 찐윤(진짜 윤석열)계는 아니다. 저는 추경호 의원을 뽑은 이유가 이거라고 본다. 민주당의 공세가 1인당 25만 원 주자는 민생 회복 지원금부터 시작한다. 그거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싸울 수 있는 게 누구인가. 경제부총리를 했던 추경호다. 민주당은 무조건 보편적 복지, 우리는 선별적 복지 아닌가.

이건희 회장이나 최태원 회장한테 25만 원 주는 거에 찬성하나. 저는 찬성하지 않는다. 저한테 주는 것도 찬성하지 않는다. 정말로 지원금이 필요한 분들한테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 촘촘하게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거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싸울 사람이 추경호라서 추경호가 당선됐다고 본다.

-원내대표를 포함해 차기 지도부가 지녀야 할 핵심 자질이 있다면

▲ 차기 지도부는 일단 세 가지를 가져야 한다. 첫째 싸움을 잘해야 한다. 소위 말해서 투쟁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협상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한테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완전히 싸울 준비를 하고 들어온다.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외에도 심지어 조국 수사에 대한 특검법. 아예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키는 특검법을 준비한다.

우리도 협상할 때는 협상하고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우리도 특검법을 만들어야 한다. 김정숙 여사 특검법 만들고 문재인 전 대통령 특검법을 만들어야 한다. 왜 우리는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안 만드나.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 재임 시절에 외국 방문을 48번 했다. 영부인들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평균적으로 24차례 순방을 하러 간다. 이런 거에 대해서 우리도 김정숙 여사 특검법을 만들어서 싸워야 한다. 오히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비해서 여기가 더 문제가 많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대통령이 되기 전, 개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거다. 권오수 전 회장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김건희 여사는 91명이 '쩐주' 중의 한 사람이다. 근데 개입 강도가 가장 크다는 손 모 씨가 무죄를 받았다. 일종의 '주가 조작에 실패한 사건'이라고 돼 있는데 그걸 특검하는데 81억의 국비를 썼다.

특검이라는 것은 사안이 중대하고 권력형 비리가 있을 때 하는 거다.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저쪽에서 특검법을 하면 우리도 특검법을 해야 한다. 하나의 예로 김정숙 특검법을 말했지만, 특검법을 만들 결기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 싸움에 결기가 있어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2024.05.10 leehs@newspim.com

-국민의힘의 현행 당 대표 선거 방식은 '당원투표 100%'로 규정되어 있다. 룰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 개정이 필요하다. 솔직히 당원들의 요구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영국이나 일본은 다 당원이 대표를 뽑는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가 민심하고 괴리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특수 상황 속에서 민심 비율을 늘려 나가야 한다. 당이라는 건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다. 민심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민심 비율이 늘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적어도 50대 50은 돼야 한다.

-당내에서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나

▲ 늦춰야 하는 게 맞다. 전당대회를 원래대로 치른다면 7월 초쯤 될 거다. 7월 초면 총선 패배 이후에 3개월이 지나가서 여야 간 원 구성 협상, 상임위원장 배분, 특검법 등으로 엄청나게 싸우게 될 거다. 그때는 우리가 혁신이라는 프로그램을 짜고 혁신의 프로그램을 돌리고 국민들에게 제시해도 중요성이 덜할 거다. 전당대회를 7월에 한다면 혁신하는 데 보통 몇 개월 걸려서 해놓고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혁신을 차기 전당대회로 차기 당대표가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지금 당장 혁신을 그려야 한다. 왜 우리가 참패했고, 참패의 원인이 뭐고, 우리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우리를 떠난 것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총선 백서를 발간하고 혁신의 그림을 그린 토대 위에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 그러면 전당대회를 늦출 수밖에 없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출마 가능성 제로다. 선거는 당이 치르는 거다. 선거 결과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 대통령도 책임이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당이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대통령의 정권 심판론 분위기를 몰랐나. 정권 심판론 강풍이 올 거라고 알아서 비대위를 띄운 거다. 비대위원장은 한동훈 위원장을 모셨다. 비상한 상황이라고 모신 거다. 근데 선거를 잘못 치렀다. 그러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총선 패배를 했는데도 끝없이 다시 나온다면 사퇴할 이유가 없다. 출마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향후 비대위 구성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보나

▲ 혁신적으로 해야 한다. 통합형 비대위가 아니라 혁신형 비대위 구성을 해야 한다. 노년이 있어서 반드시 장년이 있고 청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수도권에서 낙선한 사람들, 수도권을 잘 아는 전문가들, 혁신의 그림을 짤 수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과 혁신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 통합에 방점을 둬서는 안 된다.

-당이 혁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 우리 당의 고질적인 병패 DNA를 혁파시켜야 한다. 우리는 뺄셈 정치의 DNA가 너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누가 했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누가 쫓아냈나. 이 당에 있는 사람이 쫓아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이 전 대표를 쫓아내고 총선에서 패배했다.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왜 사람을 먼저 내치고 못 뭉치나. 우리 당의 고질적인 병패인 뺄셈 정치의 DNA, 집단 이기주의의 DNA, 군림하는 DNA 혁파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향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통합해야 한다고 보나

▲ 지금은 같이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견제도 하고 협력할 건 협력하고 또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협력과 경쟁의 관계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결국 국민과 당원이 원한다면 통합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어렵지만, 국민과 당원이 원하면 대선 전에는 통합될 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는

▲ 국정운영,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사과한 점 또 기자들의 좋은 질문을 무제한 받으려고 한 점, 총선 참패를 통해서 느꼈던 민심을 받아들이고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려고 노력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쉬운 점은 진작에 이렇게 여러 번 했었으면, 진작 이런 자리를 마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10 총선에서 당선되며 5선의 고지에 올랐다. 22대 국회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22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의 복원이다. 정치가 실종돼서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여소야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협치해야 한다. 여야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근데 조건이 너무 안 좋다. 의장단, 여야 지도부만으로는 안 된다. 중진이면 야당 뜻있는 인사들하고 중진 협의체 같은 걸 만들어서 활성화해야 한다.

rkgml925@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사진
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