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정치개혁의 담론, 누가 이끌어야 하나?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영국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매년 민주주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10점 만점인 이 지표는 8점 이상을 얻은 나라를 완전한 민주주의체제라 분류하고 있다.

1789년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은 2023년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7.85점을 획득해 불완전한 민주주의(Flawed democracy)로 분류되어 있다. 트럼프가 집권한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 질은 급전직하로 악화되었고 이후 제대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기간 동안 민주주의의 질을 회복하지 못하고 7.85점 수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민주주의 질이 한번 추락하면 예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질적인 개선을 이루어 내야 하나?

[사진=위키피디아] 2022년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전세계 민주주의 지수 현황

하락하고 있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

8점 이상을 얻은 국가는 167개 측정국가 중 24개국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 우리나라는 2022년과 2023년 두 번에 걸쳐 8.09를 얻어 22위에 머물고 있다. 피부에 와 닿지는 않지만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완전한 민주주의의 옷을 입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대통령과 야당대표 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지적한 한 연구단체가 있어 화제다. 자유민주주의 지표를 매년 발표해 국제적 공신력을 얻고 있는 V-Dem 자유민주주의 지수(Liberal Democracy Index, The Variety of Democracy Institute)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 뒤집힌 종모양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측정결과 1점 만점 중 0.6으로 추락해 전체 179개국 중 47위를 기록하고 있다. 2년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에 있으며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두 기관의 상반된 신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처럼 별탈없이 잘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V-Dem의 지적처럼 우리도 미국과 같이 질이 급격히 떨어져 영영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V-Dem의 측정결과가 어느 정도 우리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대통령제의 문제는 아닐까? 그렇다면 의원내각제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국가별 민주주의 지수 (이코노미스트), 위키페디어 재인용.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장단점

민주주의 수준과 통치체제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코노미스트지가 측정한 완전 민주주의에 속한 23개국 중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우루과이(14위), 한국(22위), 프랑스(공동 23위)만 있을 뿐 나머지는 의원내각제를 통치체제로 운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최고의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국가들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경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지표는 보여주고 있다. 아렌드 리이파트(Arend Lijphart) 교수는 주로 대통령제와 소선거구가 결합된 웨스트민스터 모델보다는 의원내각제에서 채택하고 있는 협의적 모델이 더 좋은 민주주의 제도라는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사진=위키피디아] 국가별 정부형태

왜 그럴까?

협의적 모델을 채택한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국민생활수준이 높고, 사회적 타협이 잘 이루어져 사회계층간 갈등이 낮고, 정치적 부패도가 낮으며, 양극화의 정도도 낮다. 그러니 삶의 수준과 평균수명이 길수 밖에 없다. 선거를 통해 정치를 변화시키고 한 표의 가치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가치측정 지표인 정치효능감(political efficacy)이 높아 투표참여율도 높게 나타난다. 1990-2010년 기간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스톡머와 칼카 (Stockemer & Calca 2012)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협의제 모델을 채택한 국가들에 비해 평균 5% 포인트의 투표율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대의적 대표성과 사회적 비례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 효능감도 높아져 투표율이 높게 나온다는 가설을 잘 입증해 주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에 과다하게 집중된 통치권력과 의회와의 불협화음이 가장 큰 정치적 불안요인으로 지적된다. 3권분립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여대야소 상황에서는 야당을 무시한 정책독주가 발생하고, 여소야대 상황 하에서는 야당의 독주로 대통령과 정치적 충돌을 야기시키며, 그 결과 정국의 불안정이 초래되어 시장의 안정까지 해쳐 국민의 불안도 가중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제는 경제성장과 분배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맥마누스와 오즈칸 (McManus &  Ozkan 2023)의 책 '왜 대통령제는 경제에 해로울까' (Why are Presidential Regimes Bad for the Economy?)에서 대통령제 국가들이 대체로 인플레이션 조절에 실패하고, 양극화의 골이 더 깊으며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권력이 집중되어 효율적인 대응에 실패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뿐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잘 입증되고 있듯, 집권여당이 야당보다 의석수가 적은 여소야대의 상황속에서 타협보다는 두 정치권력이 정면충돌해 정치적 타협은 실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생활을 안정시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본연의 의미는 실종되고 일방통행과 배타의 정치가 만연해 결국 국민은 풍파를 만난 동주에 떠있는 불안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정부효율성과 자유민주주의 지수의 상관성

그럼 의원내각제는 만병통치약일까?

협의제의 근간을 이루는 의원내각제와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대표성, 비례성, 표의 등가성이 높아 가장 이상적인 통치체제처럼 보이지만, 이 제도도 상당한 단점을 안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고 핀란드 등의 국가들에서 보듯 정부구성의 어려움이 가장 큰 난점으로 꼽힌다. 적극적 의원내각제(positive parliamentarism)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적극적 의원내각제란 과반수를 넘는 정당세력들이 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4개에서 10개 이상의 정당으로 분파된 의회에서 51퍼센트를 확보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어, 종교, 지역, 인종으로 분화된 정당세력간의 이해득실 계산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정치적 협상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기간이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6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가 구성되어 활동하더라도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소수정당이 연립정부를 박차고 나갈 경우 정부는 다시 해산되어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선거를 치르고 정부를 구성할 수 없어 결국 재선거를 치렀지만 똑 같은 상황이 벌어져 정부구성이 또 다시 난항을 겪은 사례가 숱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극적 의원내각제(passive parliamentarism)를 채택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다수가 반대하지 않으면 소수정권(minority government)을 출범시킬 수는 있겠지만 다수 야당들과 협상과 타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산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킬 수 없는 식물의회가 되기 때문에 정국자체가 매우 불안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어 이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수정권은 전적으로 야당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야간 양보할 것은 하고, 얻을 것을 얻어내는 정책교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비타협적 정당들이 존재하는 한 정부는 야당의 도움 없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 낼 수 없게 된다. 결국 타협과 협상의 준비가 되어 있고, 합리적 설득과 토론을 바탕으로 정책협상을 전개할 수 있는 정당들의 존재가 전제조건으로 선행되어야 소극적 의원내각제도 성공할 수 있게 된다. 타협과 협상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한 적극적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과 비슷하게 소극적 의원내각제에서도 정치적 비효율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혼합선거제(Mixed-member proportional system)와 5퍼센트의 최소득표율을 결합시키면 의원내각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까? 이것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지 않다. 첫째, 정당들이 3-5개가 의회에 진출할 때 과반수 정당들의 연합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데, 가장 규모가 큰 두 개의 정당들이 정책적 거리감이 적은 정당들로부터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다수정부(majority government) 구성은 이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둘째,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야의 최대 정당들이 함께 좌우연정을 구성할 수 있어야 가능한데, 우리나라처럼 두 거대 정당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절대로 함께 정부구성에 참여할 수 없을 경우 정부구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독일의 경우 안젤라 메르켈과 울라프 숄스(Olaf Scholtz)가 구성한 좌우연정처럼 보수계 기민당과 진보계 사민당이 함께 정부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가 제대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 결국 혼합식 선거제도와 소극적 내각책임제의 결합이 답이 될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는 이런 중대한 정치적 논제를 꺼내 들고 논의를 할 수 있는 정당들이 아예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개혁은 요원하기만 하다.

대안은 없을까?

민주주의 개선을 위해 정치개혁 논의는 일반적으로 정당들이 주도권을 쥐고 진행해 나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정당들이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선거가 다가오면 그 때야 마지못해 논의를 시작해 시간부족으로 졸속으로 개혁안을 가지고 협상을 하거나, 아예 포기하게 되는 상황은 한 두 번 경험 것이 아니다. 매번 국회가 구성되면 그럴듯한 정치개혁 특위활동을 위해 국민들의 세금이 얼마나 헛되이 쓰여졌는지 그 숫자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다.

국민들은 이제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기대조차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얼마 전 참가한 정치학자 학회모임에서조차 정당들이 변하지 않으면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며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형국이라는 한탄과 포기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당들이 손 놓고 있고,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영영 우리나라의 정치개혁은 이제 포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영국의 성공적 사례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사드협회 홈페이지

영국의 한사드협회(Hansard Society)는 1944년 당시 무소속 출신 의회의원 이었던 킹홀(Stephen King-Hall)이 2차대전 이후 영국 의회개혁과 발전, 그리고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해 처음 출범되었다. 2차대전 당시 총리와 부총리였던 처칠과 애틀리와의 면담에서 의회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 출판, 의회의 관심, 국민계도 등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해 둘을 회원으로 가입시킨 직후부터 의회 밖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의회의원들의 본회의 회의록을 정리해 국민들에게 주요 정책현안에 대해 소개하며 의회제도의 버그를 찾아내려고 역량을 집중했다.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선거제도의 장단점을 소개하기도 했으며, 선거관리제도의 문제점을 연구해 국민계도용으로 출판하기도 했으며, 선거획정제도, 선거비용문제, 의회의 상임위 활동의 문제점, 국민투표의 장단점 등 경계없는 연구주제를 채택해 지속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 왔다. 시민들을 위한 정치교육과 정책교육도 협회의 활동 중 중요한 영역이다.

영국의 한사드협회는 80년간 어떤 대학연구소, 국책연구소, 사설연구소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의회개혁과 민주주의 증진(parliamentary reform and democracy promotion)을 위해 캠페인을 전개해 나갔다. 그 결과 국민들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책자의 출판, 중요한 개혁이슈에 대한 정치적 담론 제기 등을 통해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 왔다. 협회가 80년동안 발행해 온 자료는 협회도서관 자료실에 보관되어 시대별로 제기된 개혁의 필요성에 관한 논쟁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어 2차대전 후 영국민주주의의 발전과정을 확인해 보는데 매우 중요한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필자도 1995년 한사드협회를 방문해 선거제도와 선거관리, 선거구획정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체계적으로 수집해 활용했던 좋은 경험을 갖고 있다. 협회에서 출판한 자료들은 의회와 대학에서 중요한 토론자료가 되기도 하고, 미래 정치인 지망생들을 위한 중요한 정치교육자료로도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양궁협회는 부동의 세계 1위 팀을 만들어냈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양궁협회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모방해 훈련모델과 장비개발, 지도자 육성 등에 투자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선수들을 관리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고, 훈련시켜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지속적 투자와 무한한 정성의 결과다. 양궁협회처럼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개선을 위한 민간단체의 출현은 필연이라고 본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질은 꾸준한 제도개혁과 정당민주화, 새로운 지도자의 육성, 그리고 정치토론 수준 향상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함께 힘 합쳐 한국의 한사드협회와 같은 민간정치개혁협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2024.01.15 mironj19@newspim.com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삼전닉스 주가는 급락, 빚은 그대로?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이른바 '빚투'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가 없고 주가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계좌는 반등을 기다리기에 앞서 부족분부터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해진 기한까지 추가 담보를 납입하거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주가 회복 전에 보유 주식이 강제 처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만2800원(6.35%) 내린 18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3만2000원(10.44%) 하락한 113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각각 7.57%, 9.46%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도 커지고 있다. ◆ 주가 급락에 담보비율 하락…납부기한 넘기면 반대매매 문제는 주가가 떨어져도 빌린 돈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보로 잡힌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금 대비 담보비율이 낮아지고, 유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추가 담보 납입이나 대출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가령 다른 담보 없이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 한 종목만 담보로 잡혀 있고 대출금이 그대로라면, 담보비율이 150%였던 계좌는 지난 5일 하루 하락만으로 각각 약 138.6%, 135.8%까지 낮아진다. 유지 비율 140%를 적용받는 계좌라면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이자와 비용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으로, 실제 계좌의 담보 상태와는 차이가 있다.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1억5000만원어치를 담보로 1억원을 빌린 투자자는 지난 5일 주가가 7.57% 떨어지면서 담보 가치가 약 1억3865만원으로 줄어든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최소 담보 가치가 1억4000만원이라면 하루 만에 약 135만원의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셈이다. 부족분을 제때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고객에게 부족 금액과 납입기한을 안내하고 있다. 현금 입금이나 증권 입고, 보유 주식 매매, 신용융자 현금상환 등으로 부족분을 해소할 수 있지만, 기한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동안 주가가 더 떨어지면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고객의 추가 납입 여력과 담보가치가 동시에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계좌를 면밀히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융자 잔액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8조7715억원으로 전날보다 1269억원(0.44%) 증가했다. 같은 날 위탁매매 미수금 관련 반대매매 체결액은 약 84억2000만원으로, 이달 4일 약 39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에 정부는 반대매매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오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140%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주가 급락에 따른 일시적인 담보 부족이 대규모 강제매도로 이어지는 상황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규제 완화가 모든 계좌의 반대매매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담보 유지 기준과 적용 대상, 기존 담보 부족 계좌의 처리 방식 등은 증권사별 시행 방안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신용융자에 대한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로, 주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증권사들은 정부 발표 직후 내부 검토에 착수했으며, 구체적인 적용 방안과 기존 계좌에 미치는 영향은 검토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담보부족 고객의 단기 반대매매 가능성이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반대매매가 과도하게 일어나면 오히려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주가 급락과 강제매도가 맞물려 하락세를 심화시키는 상황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라고 전했다. ◆ 메모리 업황은 견조하다는 평가…반등까지 버틸 여력이 변수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최근 주가 하락이 기업의 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미주 영업·마케팅 채널을 점검한 결과 당장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역시 수요 감소보다는 건설 지역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27년 예상 순자산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 각각 1.13배, 1.00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현 주가 수준에서는 향후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잠재적 위험보다 기대수익에 압도적으로 무게가 실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도 이번 급락이 반도체 업황 자체의 악화보다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수급 충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의 AI 산업 규제 강화 우려와 헤지펀드 청산 등이 기술주 전반의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민주당 역시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중시하는 만큼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내 투자가 지연되더라도 동맹국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연산 수요가 유지될 수 있어, 정책 우려가 과도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곧바로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M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말까지 저점을 높이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협의와 장기공급계약의 이익 방어력이 확인돼야 본격적인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AI 관련 기술주 역시 주가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AI 산업이 고성장 국면에 있지만 관련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적자인 데다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AI 기업들과 빅테크들의 현금흐름 개선 단서가 입증되기 전에는 악순환이 끊어지기 어려워보인다"라며 "시장은 3분기 실적 시즌에서 이 단서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4분기 실적 시즌까지는 가야한다"고 전했다. dconnect@newspim.com 2026-11-07 07:00
사진
정비사업 용적률 1.2배 허용한다더니…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정부와 여당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인센티브를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연내 통과가 기대됐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의 부정부패 가능성을 지적하며 공공 정비사업 확대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민간 정비사업 지원 기조가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은 이미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추가적인 요건과 제한이 붙을 수 있어 실제 정비사업 현장에서 사업성 개선 효과가 폭넓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합의 됐지만 실제 법안 통과는 미지수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 1.2배까지 부여하도록 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법안 개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I일러스트=이동훈 선임기자]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간 협의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오 시장과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위축된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10대 개선 과제'를 국토부에 제시했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8개 과제를 수용했으며, 나머지 과제 중 하나인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특별법에 따라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법적 상한의 최대 1.4배, 공공재개발 사업에는 최대 1.3배의 용적률을 적용하는 점을 들어 민간 정비사업에도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에도 법적 상한의 1.2배 또는 1.3배까지 용적률을 추가로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토부는 용적률 1.2배 방안을 최종 선택해 여당과의 협의 과정에 있으며 이를 포함한 도정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이 제도가 확정되면 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인 서울시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360%까지 용적률을 늘릴 수 있으며 2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250%에서 300%까지 받게 된다.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이 법적 상한의 1.2배로 높아지면 2031년까지 약 4만3000가구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순증 물량은 기존 목표인 8만7000가구에서 13만가구 수준으로 늘어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법적 상한 1.2배 상향이 모든 사업장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사업장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이같이 추산된다"고 말했다. 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의 정비사업 주택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적률 상향이 이뤄지면 단순계산시 35만가구 착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의 방향성은 마련됐지만 국토부와 여권에서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라서다. 실제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상계2구역 재개발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용적률을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에 대해 "서울시와 도시정비법처럼 바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협력하겠다"면서 "서울시와 실무 협의를 하고 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국토부와의 실무협의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도정법 개정안은 국토부가 아닌 여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울시보다 야당과의 협의가 우선시 될 것"이라며 "세부적인 개정안 내용에 대해 서울시의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가 아직 없었고 단지 서울시의 요청사항만 국토부에 전달된 상태"라고 말했다.  ◆ 與 지역별 차등적용 등 추가 조건 내놔…대통령 비판 인식도 통과 변수 이미 방향성이 확정됐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서울시 입장은 이미 전달한 만큼 개정안 처리를 신속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대했던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려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법안 개정에 시간이 소요될 사안도 발생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여권의 추가 사항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먼저 지역별 차등적용이다. 강남·서초·송파구의 강남3구와 용산구의 민간정비사업은 용적률 추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또 늘어난 용적률로는 전용면적 59㎡ 이하 주택만 짓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해 예외를 주지 못하도록 명확히 하는 것도 추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일단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당에서 요구하는 추가 사안은 서울시가 고려했던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내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 추가 소요와 진통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부분은 서울시가 크게 반대할 사안은 아닌 만큼 개정안 통과를 크게 늦출 요인이 아니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사업성 증대가 절실한 비도심 강북지역에 중점적으로 배정할 수 있고 또 강남권 등 인기지역에서는 재건축 이후 사업성까지 고려해 고밀 재건축을 크게 반기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요구 사항인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완화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통과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하면서도 막판 진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출범 이후 사안마다 극한대립에 빠진 서울시와 국토부의 관계 때문이다. 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다. 오세훈 시장은 홍 장관과의 빠른 만남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홍지선 장관은 실무협의부터 마무리한 다음 만남을 공식화한 상태다. 도정법 개정 사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답변을 기다린다'고 말한 반면 서울시는 국토부가 도정법 개정에 대해 시 의견을 요청한 사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재개발 사업장을 찾아 공공 재개발을 강조하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공재개발은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데 민간정비사업은 부정 부패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을 악마화한다고 비판했다. 시장 전문가는 "대통령이 맞대 놓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했는데 여권이 민간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법안 개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의 정비사업에 대한 방향성은 국정과제에도 명시돼 있는 '공공성 강화'며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도 있는 만큼 국회나 정부의 제도 개선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2026-11-07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