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곡을 눌러담은 정규앨범 'Thinks' 내고 콘서트도
원숙한 감성과 사유가 빛나는 노래로 승부
커피전문가, 교수, 유명강사지만 본업은 가수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새벽기차','이층에서 본 거리','풍선' 등 이제는 레전드곡이 된 노래의 주인공 이두헌이 새앨범 'Thinks'를 발표한다. 유명 아이돌 그룹도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걸 주저하는 시대에 12곡을 꾹꾹 눌러 담은 앨범을 6월 5일 세상에 내놓는다.
지난 25일 그가 운영하는 경기도 용인의 복합문화공간 책가옥(冊家屋)에서 소수의 팬들을 모아놓고 음감회(音感會)를 가졌다. 한 쪽에서는 커피전문가. 유명 강연자이자 교수로, 또 한편으로 다섯손가락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살아가는 그가 그날만큼은 로시난테 대신 음악으로 무장한 돈키호테 같았다. 그의 무기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사유와 음악성을 두루 갖춘 노래였다. 이두헌의 열성 팬들은 그의 노래 한곡한곡을 들으면서 깊이와 넒이를 갖춘 음악에 열광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경기도 용인에서 그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책가옥'에서 새앨범 음감회를 가진 가수 이두헌. [ 사진 = 책가옥 제공] 2024.05.31 oks34@newspim.com |
"젊은 세대들에게 저는 '풍선'을 리메이크하여 부른 동방신기를 소환해야 알 수 있는 생소한 가수죠. 그래서 신인가수의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앨범을 냈습니다."
약관의 나이에 '새벽기차'와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의 통해 빛나는 감수성을 펼쳐보였던 그가 환갑을 맞아 만든 노래들에서는 사유의 흔적이 차고 넘친다. 앨범 타이틀인 동사 'Thinks(생각한다)'의 주어는 이두헌이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각자가 살아온 세상과 만난다. '서울은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온종일 잃어버린 꿈을 찾아 헤매이는 곳/ 우울한 시간들이 고여 하루가 가면/ 거리엔 잿빛 혼돈만이 가득한 곳/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감추어진 욕망들이….'-'서울은' 일부.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12곡의 노래를 꾹꾹 눌어담은 이두헌의 새앨범 'Thinks' 표지. [사진 = 책가옥 제공] 2024.05.31 oks34@newspim.com |
이두헌은 한국의 톱티어 기타리스트 답게 오직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열두 곡을 모두 밀어붙인다. 물론 약간의 협주와 하모니카 연주가 곁들여지지만 모든 노래를 만들고 편곡하고 연주하면서 원맨밴드처럼 녹음했다. 또 MBN '불꽃밴드' 출연 이후 노래 연습에도 매진해서 새로운 창법을 선보인다. 오래 호흡을 맞춰온 '다섯손가락'의 이태윤이 베이스, 최태완이 키보드, 장혁이 드럼을 맡았다. 피아니스트 고현숙도 원숙한 소리를 완성하는데 기여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노부부가 계셨어요. 90대 남편 분이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홀로 남겨진 부인에게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서 제 꿈속에 나타나셨어요. 그 장면이 너무나 생생해서 오선지에 그분의 말씀을 옮겨 적었죠."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다섯손가락의 리더, 대학교수이자 커피전문가, 유명강사이기도한 이두헌이지만 언제나 그의 본업은 싱어송라이터다. [사진 = 책가옥 제공] 2024.05.31 oks34@newspim.com |
그래서 만든 '그대와 함께 걷다 보니'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이날 음감회에서도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있었다. '부탁'은 마치 녹턴과 레퀴엠의 조합처럼 이두헌식 낭만과 회한이 교차한다. 소극장 학전 폐관을 앞두고 열린 릴레이 공연 참여를 계기로 만든 노래다.
"김민기 선배의 곡들이 코드 진행은 같은데 노래는 모두 다르더군요. '이분은 천재구나' 했죠. 그래서 저도 '새벽기차' 코드 진행에다 멜로디만 바꿔봤어요."
'한대수'는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선배가수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노래다. '안개꽃'과 '나는 나이기에 아름다운 것'은 여전히 낡지 않은 이두헌의 감성을 만날 수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수 이두헌. [사진 = 책가옥 제공] 2024.05.31 oks34@newspim.com |
"얼마전 동료 가수들과 만나서 이야기 하는데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에 밀려서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좁아진다고 한탄하더군요. 공들여 음반을 내는 가수도 드물구요. 그래도 저는 쉬지 않고 계속할 겁니다. 어차피 젊은 세대들에게는 신인가수와 다를 바 없으니 데뷔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이두헌은 6월15~16일 서울 중구 시케이엘(CKL)스테이지에서 단독 공연 '싱스'(Sings)를 연다. 혼자 무대에 올라 오로지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새 앨범과 다섯손가락의 노래들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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