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의심하자 그제야 보이스피싱 알아채고 자수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제의를 받고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남성은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뒤늦게 깨달은 뒤 자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정은영 판사)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남성 A(57)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A씨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수거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구인·구직 플랫폼에 일자리를 구하는 글을 올린 A씨는 물품 대금을 전달하는 일을 제안받았다. 현금을 받아 다른 이에게 전달하거나 통장에 입금하면 그 중 일정 금액을 수고비로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수락한 A씨는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한 지하철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1300만원을 건네받아 다른 조직원에게 전달하는 등 수 차례 수거책 역할을 해 1억 5700만원 상당의 범죄에 연루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고의로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봤다. A씨가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먼저 A씨가 업무를 제안할 때 보이스피싱 조직은 거래처 사람들이 압류로 계좌이체를 할 수 없어 현금으로 물품 대금을 받는다고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순순히 납득한 A씨는 이들이 알려준 가명을 의심 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수거책 업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A씨는 자기 아내에게 이를 권유하기도 했다. 아내가 보이스피싱 업무가 아니냐고 의심하자 그제야 자신이 범죄에 가담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한 A씨는 괴로워하다 자수하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A씨가 자신의 신분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점과 수당으로 받은 금액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대가로 보기에 어려울 정도였다는 점 역시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