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장애인 이동 권리가 이렇게 하찮게 취급...상고할 것"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미신고 집회를 열어 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김정곤 최해일 최진숙 부장판사)는 14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 집회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탑승장으로 이동하다 직원들에 제지당하고 있다.2023.09.27 yym58@newspim.com |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는 적법한 신고 절차 없이 이뤄져 위법하고, 피고인이 정차한 버스에 쇠사슬로 몸을 묶고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그 앞을 가로막아 강제로 버스 운행을 중단시킨 행위는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업무방해죄에서 규정하는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행위로 상당 기간 버스 운행 업무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버스 주변으로 교통 흐름에 장애가 발생했으며, 다수의 승객들이 버스를 이용할 수 없게된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방해의 결과도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비롯해 여러 유불리한 양형 요소를 모두 반영해 형을 정했다. 피고인의 나이, 범행 동기,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조건들을 종합해 볼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이날 선고는 오후 2시로 예정됐는데, 박 대표는 약 15분 가량 늦게 법정에 도착했다.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난 박 대표는 "제가 지하철로도 버스로도 이동을 못하기 때문에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걸 기다리다가 늦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재판부는 단순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지만, 저희가 한 집회는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를 얻기 위한 저항의 일환이었다"며 "이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이동할 권리가 이렇게 하찮게 취급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과연 공정한 판결인 것인지 매우 유감스럽다"며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 2021년 4월 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전장연 회원 20여명과 함께 미신고 집회를 열고 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대표는 버스 앞문과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는 방식으로 버스 운행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국민 모두에게 표현의 자유와 집회 개최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명분을 내세워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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