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주지훈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선균과 함께 출연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를 들고 여름 극장 관객들을 만난다. 데뷔 때부터 줄곧 주연의 무게를 감당해왔지만 홀로 영화 개봉에 나서는 어깨가 무겁다.
주지훈은 12일 '탈출' 개봉을 앞둔 인터뷰를 통해 아주 색다른 소재의 재난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만큼 이미 해외에서는 남다른 소재와 서사로 주목받은 작품을 드디어 한국에 내놓는 감회가 새로울 듯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 출연한 배우 주지훈. [사진=CJ ENM] 2024.07.10 jyyang@newspim.com |
"애초에 팝콘 무비라서 출연했고 매력이 충분히 드러나서 좋았어요. 칸 버전보다 그러니까 6분 잘랐다고 하는데 전개가 좀 빨라졌겠지 싶어요. 연기를 할 때 좀 늘어지게 한 부분이랑 에필로그는 좀 잘린 것 같다. 조디와는 아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런 식으로 된 것 같아요."
주지훈이 연기한 조박은 극중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발각과 함께 혼란에 빠지는 공항대교 위 사람들 중 하나다. 비밀병기로 길러진 사냥개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상황이 CG로 완성됐기에 촬영할 때는 고충이 없지 않았다.
"할리우드과 비교할 건 아니겠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는 굉장히 고퀄리티로 나왔다고 생각해요. 제작진한테 감사한 부분이죠. 눈에 안보이는 걸 상상하는 건 재난 상황이니까 어쨌든 스릴감이나 공포감이 들텐데 배우마다 상상의 정도가 달라요. 그런 걸 맞춰가는 작업들이 있었고 빠르게 움직이는 강아지들이 나오는 거였는데 각자의 시선이 다르다든가 그런 여러 가지 기술적인 고충들이 있었죠. 시작부터 끝까지 그런 걸 맞춰갔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 출연한 배우 주지훈. [사진=CJ ENM] 2024.07.10 jyyang@newspim.com |
조박은 이선균이 연기한 정원과 완전히 대비되는 캐릭터로 비주얼부터 비범하다. 정원이 완벽한 원칙주의자로서 법과 제도에 집착한다면, 조박은 제도권에서 멀리 있는, 불법과 임기응변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그도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면서 그만의 방법으로 희생하고 조력자로 활약한다.
"보기와 다르게 저는 취향이 없고 뭐든 잘 받아들이는 타입이에요. 길 가다 새똥을 맞으면 어떤 사람은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하면서 화가 날 수 있어요. 저는 그냥 하필 나지 뭐. 어쩌겠어. 지나가다가 재수 없게 맞은 거지 하는 성격이에요. 인생을 살다보면 대개 어떤 난관이 우리가 노력하지 않고 생각지 않게 잘 풀리거나 되게 노력해도 말도 안되게 꼬이는 경우가 많아요. 조박이 뭘 하든 글에 나온 이 친구의 행동들에 의문을 갖지 않았어요. 이게 말이 돼? 하는 건 별로 없었죠."
지금은 볼 수 없는 이선균과의 호흡도 얘기했다. 주지훈은 "워낙 연기를 오래했고 리허설도 철두철미하게 하는 스타일"이라며 더할나위 없었던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김희원까지 세 사람 중 막내로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 출연한 배우 주지훈. [사진=CJ ENM] 2024.07.10 jyyang@newspim.com |
"희원이 형도 그렇고 다 베테랑들이니까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아요. 직접적으로 의사 표현을 가감없이 하기도 하고요. 아저씨들이잖아요. 이거 이상해. 솔직하게 말해주고 의사소통이 자유로웠죠. 전부 형인데 어려운 성격들이 아니에요. 영화 보고 나서는 선균이 형이 주먹을 날리는 그 장면이 좀 시원하더라고요. 칸에서도 사람들이 휘파람 불고 박수를 쳤어요. 그런 것들이 팝콘 무비의 매력이죠."
조박이 워낙 거칠고 와일드한 느낌의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 위스키로 불을 붙여 부는 등 꽤 위험한 장면들을 소화하며 이런 저런 부상도 겪었다. 주지훈은 "마임을 배웠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웃으며 넘겼다. 이선균이 없이 혼자 홍보에 나서는 심정은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했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동료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적지 않은 부담감을 얘기했다.
"호기롭게 하겠다고 했지만 뇌는 무서웠나봐요. 뿜어내는 압력이 제 의지보다 더했는지 침샘 염증이 생겨서 며칠 고생했어요. 무서워도 제 잘못이죠. 제작진은 불 뿜으란 얘긴 안했어요. 주연 중에 혼자 나서는 마음이 딱히 더 부담이 되는 건 없어요. 아주 개인적으로 지인이었던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워요. 어떤 일이었어도 그렇겠죠. 배우로서는 이 정도의 압박감은 늘 있는 일이고 요즘 영화계가 힘들어서 그런 고민이 커요. 전 세계적으로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사이즈가 큰 작품을 개봉하는 배우로서의 압박감이 분명히 있죠. 그래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