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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눕히면?"이 시대 조각의 의미묻는 '창원조각비엔날레' 개막

기사입력 : 2024년10월05일 15:21

최종수정 : 2024년10월05일 18:57

'큰 사과가 소리없이'주제 16개국 86작가 참여
성산아트홀,성산패총,동남운동장 등 4곳서 열려
도시와 조각,관객이 함께 길을 내며 만나는 장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경상남도의 도시 창원이 조각으로 물들었다. '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창원특례시, 창원문화재단 주최 주관으로 지난 9월 27일 개막했다.

오는 11월10일까지 45일간 계속되는 창원조각비엔날레는 김혜순 시인의 시 '잘 익은 사과'에서 차용한 '큰 사과가 소리없이'를 주제로 삼았다. '조각'하면 누구나 수직적으로 우뚝 세워진 작품을 떠올리지만, 때론 바닥에 수평적으로 눕히거나 벽에 바짝 매달으며 이 시대 조각의 의미와 사람과 도시, 역사와 조각의 상호 관계를 곱씹어보자는 것이 이번 미술제의 취지다.

[서울=뉴스핌]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메인전시장인 성산아트홀에 설치된 일본 작가 온다 아키의 설치작품 '종'(Bell). 유리, 도자기, 그리고 흙으로 만든 종. 가변크기. 포틀랜드현대미술관 커미션(2021). 작가는 음악가 박지하를 초대해 1분18초간 '종 퍼포먼스'를 함께 펼치기도 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27 art29@newspim.com

눕혀지거나 벽에 걸린 조각의 수평성은 제도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조각과 언어, 노동과 산업, 지역과 지역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이어주며, 조각의 새로운 의미를 묻게 한다. 이같은 질문은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자 단서이기도 하다. 때로 조각은 특정시대를 사는 사람보다 오래 남아, 긴 시간을 품으며 지속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이처럼 조각이 쌓아온 특유의 언어를 다시금 살펴보며 역사와 인간,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소통해보는 장이다.

시인 김혜순은 '잘 익은 사과'에서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의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 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 마을만큼 큰 사과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라고 노래했다.

[서울=뉴스핌]크리스 로 '반복되는, 예언적인, 잠들지 않는 졸린 도시의 루시드 드림', 2024, 설치, 혼합매체, 440x1120x4800cm, 제작도움 김병구, 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커미션.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27 art29@newspim.com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맡은 현시원 큐레이터는 "비엔날레 타이틀을 '큰 사과가 소리없이'로 정한 것은 창원시 네 곳의 서로 다른 공간을 큰 사과이자 전시도면으로 삼아 그 위에 조각을 바라볼 '시점의 자리'를 배치하기 위해서였다. 공간 만들기의 관점에서 이번 비엔날레는 관객에게 각자의 걸음으로 다른 높이에서 작품들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는 도시 창원이 쌓아올린 다층적 시간대와 지역성을 조각을 매개로 해 도시 안에서 숨쉬며 살아온 수많은 주체들을 불러내고, 공간에 베인 흔적을 탐구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각국 작가들은 조각과 움직임, 조각과 인간, 조각과 지역이란 테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비엔날레 조직위가 제시한 ▲조각의 수평성 ▲산업의 변화 ▲여성과 노동 ▲공동체의 움직임이라는 의제는 창원의 공장지대와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 건물 테라스와 트랙, 나무와 인공폭포가 교차하는 전시장 안팎 풍경과 흥미롭게 어우러진다. 

[서울=뉴스핌]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를 디렉팅한 현시원 예술감독.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04 art29@newspim.com

올 비엔날레는 계획도시 창원의 중심에 위치한 성산아트홀과 국가산단 조성을 위해 땅을 탐사하던 중 발견된 성산패총, 근로자들이 힘차게 축구 등을 했으나 이제는 잡초만 무성한 동남운동장, 조각가 문신의 이상과 실천이 공존하는 문신미술관 이렇게 네 곳에서 열린다. 사과껍질이 깎이며 스스로 나선형 길을 만들어낸다는 시인의 상상력처럼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도시와 조각, 관객이 스스로 길을 내며 서로 조우하고, 느끼며 연대하는 장이 된다.

비엔날레 메인전시장인 성산아트홀에는 고정화된 '수직적 조각'을 해체하는 작가들의 이채로운 작업이 여럿 설치됐다. 홍승혜, 메테 빙켈만, 노순천 등의 작가들은 성산아트홀 공간 자체를 적극적인 재료로 삼아 조각을 바라보는 시점 자체를 재구축했다. 모노톤의 계획적 질서 하에 구축된 웅장한 건물에, 참여작가들은 조각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간적 질서를 유연하면서도 새롭게 써내려갔다.

특히 홍승혜는 '모던 타임즈'라는 타이틀로 성산아트홀 전면부 유치창 전체에 시트 드로잉을 선보였다. 영화 모던 타임즈(1939)의 대표장면을 차용해 낙하하는 찰리 채플린과 폴레트 고다르의 모습을 추상적 도형으로 재기발랄하게 표현했다.  

[서울=뉴스핌]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에 맞춰 수복작업을 거쳐 성산아트홀 메인 로비에 공개된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품 '창원의 꿈'.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27 art29@newspim.com

성산아트홀 내부의 전시동선은 지하 1층에서 출발해 2층, 1층과 공간 마당, 건너편 건물까지의 시점으로 이어지며 비엔날레가 다루는 조각의 수평성, 산업의 변화, 여성과 노동, 공동체의 움직임이 다각도로 오버랩되고 연결된다.

성산아트홀 로비에는 시대를 앞서간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사상가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품 '창원의 꿈'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번 비엔날레에 맞춰 수복작업을 마치고 다시금 TV모니터에 현란한 영상이 불을 밝히며 창원의 지나온 길과 소망, 그리고 미래를 뿜어내고 있다.

일본의 설치미술가 온다 아키는 지난 2021년 포틀랜드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대형 설치작업 '종'(Bell)을 재구성했다. 온다 아키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사용해왔던 종에 관심을 갖고 15년 전부터 각국의 종들을 수집해왔다. 유리, 도자기, 그리고 흙으로 만들어진 각양각색의 종들을 작가는 타원의 하얀 좌대 위에 배치했다.

지금은 조용히 한데 모여있는 수백 개의 종들은 옛 소유자들이 어떤 용도로 그 것을 사용했는지, 어떤 소리로 어떻게 울려퍼졌는지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는 음악가 박지하를 퍼포머로 초대해 1분18초간 '종 퍼포먼스'를 함께 펼쳤다. 멈춰졌던 종의 소리가 성산아트홀 전시장에 찰랑찰랑 울려퍼지며 종에 깃들여진 역사를 느끼고 감지하게 했다. 

[서울=뉴스핌]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의 메인 전시장인 성산아트홀에 설치된 권오상의 벽에 부착된 조각작품.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27 art29@newspim.com

권오상 작가는 마산이 배출한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과 2인전을 하며 받은 감흥을 일련의 조각으로 풀어내며 다양한 사진조각들을 선보이고 있다. 거장에게 바치는 오마주이자 권오상의 '소프트 조각'의 또다른 변주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노순현은 성산아트홀 2층에 '조각합주단'이란 이색 작품을 설치했다. 돌, 나무, 알루미늄, 철 등의 덩어리들과 스피커 사운드가 음악을 들려주는 이 작품은 조각과 음악이 결부된 다성적, 유기체적 조각이다. 

비엔날레의 두번째 사이트인 성산패총은 1973년 11월 창원기계공업단지 조성공사 당시 발견된 조개무덤이다. 고대인들이 먹고 버렸던 조개껍질과 철을 만들던 야철지, 삼국시대 성곽으로 둘러싸인 성산패총은 이번에 처음으로 비엔날레 전시장소로 지목됐다. 1974년 공장을 만들기 위해 산을 깎아내며 발견된 성산패총은 자칫 소멸될 수 있었으나 보존되면서 '생산과 발굴'이라는 이중적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성산패총 유물전시관 2층 발코니 기둥을 지지체 삼아 설치된 최고은의 작품 '에어록'. 2024. 스테인레스틸, 파이프. 나무, 가변크기.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커미션. [사진=스튜디오 수직수평(홍철기),창원조각비엔날레] 2024.09.30 art29@newspim.com

성산패총 앞으로는 거대한 공장지대가 펼쳐져 있다. 따라서 사적지에는 공장의 소리가 귓가를 감돌고, 고대 패총과 야철지, 그리고 너른 정원이 관람객을 맞는다. 현시원 예술감독은 성산패총에서 시간의 두께에 따라 펼쳐진 조각의 수평성과 구석기와 미래를 잇는 산업의 변화를 야철지-성곽-전시관을 잇는 동선으로서 조망했다.

성산패총에는 작가 정서영의 2채널 비디오 '세계'라든가 박석원의 현대조각들이 놓여짐으로써 역사와 허구, 도시의 미래적 계획과 아주 먼 과거의 화석이 함께 진동하는 독특한 떨림을 보여주고 있다. 해발 49m의 언덕과 대나무숲을 지나 성산패총 유물전시관에는 최고은의 대형 설치작품 '에어록'이 발코니를 넘어 넓게 펼쳐진 창원산단과 조우하고 있다. 공업단지와 패총의 시간대를 작가는 팽평하게 당겨내는 나선의 조형을 통해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정현 '목전주'.2006.나무, 철, 콜타르, 1726x497x597 cm, 경기도미술관 소장, 사진 스튜디오 수직수평(홍철기), 제공 창원문화재단 [사진=창원조각비엔날레] 2024.09.30 art29@newspim.com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세 번째 전시장소인 창원복합문화센터(동남운동장)는 1980년 근로자들의 복지센터와 교육장으로 활용되던 곳이다. 당시 '새마을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된 이곳은 근로자들의 합동결혼식과 라디오 공개방송이 열리는 휴식과 돌봄의 장이었다. 그 중 동남운동장으로 불렸던 녹색의 공터에서는 삼성테크원 여직원들의 스피드훈련, 국가산업단지 근로가족 한마음체육대회 등이 열리기도 했다.

'큰 사과가 소리없이'는 이제는 축구골대와 구령대만 외롭게 남아있는 이 곳을 조각의 이동과 공동체의 움직임이 발현하는 장소로 삼았다. 과거 다양한 사람들의 움직임이고, 함성이 들렸던 공간에서 도시의 변화에 따라 재편되는 조각의 이동과 도시, 관객이 공존해 나가야 할 미래의 존재방식을 질문한 것.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조각가 정현의 높이 17m에 이르는 대형 설치작품 '목전주'를 경기도미술관에서 이동하는 힘든 프로젝트를 단행해 주목된다. 정현은 전기공급용 기둥이라는 기능적인 사물로 기능하던 낡은 목제 전신주를 창원에서 발견해 2006년 '목전주'라는 작품으로 제작,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출품했다.

이후 이 작품은 2007년부터 경기도미술관 마당을 지켜왔는데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특수차량으로 옮겨져 창원 동남운동장으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에서 '목전주'는 본래 고향(?)이었던 창원에 잠시 자리를 잡으며 조각의 이동과 조각이 품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서울=뉴스핌] 조각가 박석원의 신작 핸들. 성산패총 넓은 야외에 설치됐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9.27 art29@newspim.com

올 창원조각비엔날레의 네 번째 전시장소인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조각가 문신이 14년에 걸쳐 직접 일군 미술관이다. 마산의 푸른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추산동의 미술관은 조각가 문신이 생활하던 집과 언덕 위 무덤이 공존하는 곳이다. 조각 뿐 아니라 드로잉, 실내외 건축을 통해 공간의 이상과 구현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실천했던 작가 문신은 개인미술관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개인의 이상과 공적 가치, 조각과 도시가 관계맺는 모델을 제시한바 있다.

작가 문신이 직접 설계한 나선형 계단이 놓인 전시실에는 크리스 로의 작품이 자리잡았다. 건축을 전공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미술가인 크리스 로는 조각가 문신의 작업에 오마주하며 여백과 리듬, 소통과 울림이 있는 부드러운 조각설치작업을 완성했다.

전시와 조각의 언어에서 출발한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전시 외에도 출판, 심포지엄 등 확장된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조우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출판을 통해 관람객과 만나기 위해 지역무크지 '마산문화'를 비롯해 전시 장소에 관한 읽을거리와 워크숍이 진행되는 공간 '구들'을 성산아트홀 1층 로비에 만들었다.

비엔날레 기간 중 여러 움직임이 이어진다. 타 도시에서 창원까지의 이동 과정을 제일여객과 함께하며, 도시의 윤곽을 그려 나가는 1:1 대화 프로그램, 탠저린 콜렉티브의 스코어와 함께 듣고 움직이는 워크숍, 밀물과 썰물 등 자연물의 마음을 상상해 보는 어린이 워크숍, 관객 참여형 투어퍼포먼스 등이 열린다. 비엔날레 전시장소 네 곳과 창원중앙역을 순환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재)창원문화재단 조영파 대표이사는 "올해 비엔날레는 예술감독과 큐레이터를 포함한 전문인력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창원에서 개최되는 조각비엔날레를 탐구했다"며 "이같은 시도를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새로운 문화가치를 창출하는 비엔날레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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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2924명 복귀 의사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20일부터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추가 모집이 시작된 가운데, 최소 사직 전공의 2924명이 복귀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한수련병원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에 복귀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 4794명 중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는 2924명(61.5%)으로 집계됐다.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 2924명 중 즉시 복귀를 희망한 사직 전공의는 719명(15.1%)이다.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 입대한 사직자의 제대 후 복귀 TO(정원) 보장을 조건으로 복귀를 희망한 사직 전공의는 2205명(46.4%)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전공의 추가 모집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는 3월과 9월 상·하반기로 나눠 수련 모집을 하는데 의료계 요청에 따라 추가 복귀 길을 열어준 셈이다. 복지부는 사직전공의가 요구한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 입대한 사직자의 제대 후 TO 보장을 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에 대해서는 기존 발표한 의료개혁 과제 중 구체화가 필요한 과제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의 경우는 오는 6월 1일부터 수련이 개시되면 인정된다. 군입대 전공의를 포함한 복귀 전공의 TO 보장도 수용됐다. 원 소속 병원·과목·연차의 TO가 기존 승급자 등으로 이미 채워진 경우도 사직자가 복귀하면 정원을 추가 인정한다. 다만, 이미 군입대한 전공의가 제대한 후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문제는 향후 의료 인력, 병력 자원 수급 상황, 기존 복귀자와 형평성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전공의 약 3000명이 복귀해도 전공의 출근자 비율은 2023년 전공의 임용대상자와 대비하면 절반에 못 미친다. 2023년 전공의 임용대상자는 1만3531명이다. 올해 3월 사직전공의 전체 인원은 1만1713명으로 재작년 대비 86.6%에 해당하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고 있다. 만일 3000명이 복귀할 경우 2023년 대비 전공의 비율은 35.6%다. 복지부는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회 등 6개 단체가 전문의 수급 차질을 막고 의료공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직전공의의 수련 복귀를 위한 추가 모집을 열어줄 것을 건의했다"며 "고심 끝에 수련 현장 건의를 받아들여 5월 중 수련 재개를 원하는 전공의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수련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2025-05-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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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재점화 '위약금 면제' 논의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SK텔레콤(SKT) 해킹 사고로 유출된 정보가 당초 예상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밝혀지자, 유심 해킹 피해 고객 위약금 면제 논의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SKT 유심 해킹 사고 민·관 합동 조사단(민관합동조사단)'의 2차 조사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조사단은 SKT 서버에서 총 25종의 악성코드와 23대의 감염 서버를 추가로 확인했다. 조사단은 이번 사고로 약 2695만건 이상의 유심 정보(전화번호, 국제 이동 가입자 식별번호인 IMSI 등 약 9.82GB 규모) 유출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리눅스 서버 3만여대를 포함한 전체 서버로 점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조사단은 일부 서버에서 개인정보(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등)와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약 29만건이 포함된 파일을 발견해, 해당 정보의 유출 여부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 류정환 SKT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이 19일 데일리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정승원 기자] SKT를 이용하며 '2년 약정' 계약을 맺은 고객 김모(35)씨는 이날 통신사 변경 상담을 신청했다. 김씨는 "유심 정보 해킹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지만, 약정 기간이 약 1년 3개월 남았다는 이유로 10만원을 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며 "SKT가 고객 신뢰를 회복하려면, 고객의 위약금 지불 부담부터 덜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비슷한 처지의 박모(27)씨도 약정(2년 약정) 만료를 약 1년 앞두고, 위약금 8만원을 안내받은 상황이다. 박씨는 "일 때문에 바빠서 전화 상담을 받았는데, 자세한 위약금 도출 과정은 물어보지 못했다"며 "해킹 피해로 금융 범죄 피해는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위약금 부담에 통신사 변경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SKT는 전날 이 같은 고객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하기 위해 SKT 고객신뢰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객신뢰위원회는 최근 해킹 사고로 손상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출범한 외부 전문가 중심의 독립 기구다.  홍승태 SKT고객가치혁신실장은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고객의 생각을 정리해 회사에 전달하는 등 고객 시각을 반영하는 역할을 위원회가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T 측은 위원회가 직접 위약금 면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위약금 면제의 쟁점은 'SKT 귀책사유'…정부·법조계도 주목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LTE·5G 이동전화 서비스 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SKT 이용약관 제 43조(위약금 면제)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 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가 위약금 면제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사진=SKT 약관 캡처] 2025.05.19 yek105@newspim.com 위약금 면제 여부를 결정할 핵심 기준은 'SKT의 귀책사유 여부'가 될 전망이다. LTE·5G 이동전화 서비스 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SKT 이용약관 제 43조(위약금 면제)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가 위약금 면제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조항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약관에서 말하는 귀책 사유란 계약상 급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를 의미한다"며 "SKT는 통화나 데이터 등 통신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한 만큼, 이번 사건이 위약금 면제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현재 회사의 귀책사유를 가리는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단은 현재 유심 해킹 사고의 원인 및 경위, 피해 규모, 사내 보안 관리 실태, 사고 대응 과정의 적정성 등을 조사 중이다.  정부는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위약금 면제 등 책임의 경중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브리핑에서 "4개 법무법인에 의뢰한 검토 결과를 받아봤지만 아직은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며 "결국은 조사단의 결과를 보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은 SKT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 ▲정보보호 기술 수준 ▲보안조치의 적정성 등을 기준으로 귀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준과 조사단 결과를 고려해, 행정 행위 수준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 "6개월 내 분쟁조정 결과 나올 것"…소비자 집단행동은 '속도'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SKT 유심 정보 유출 사태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신청서 [사진=이철우 변호사] 2025.05.19 yek105@newspim.com 정부 조사가 길어지는 사이, 일부 고객은 집단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SKT 이용 고객 59명은 지난 9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통신사 이동 시 위약금 면제 및 1인당 30만원 배상을 골자로 하는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대표 신청자인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현재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돼 사건 번호가 부여됐으며, 전체 절차는 6개월 이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소비자에게 위약금 면제를 비롯한 어떤 보상안이 마련된다는 전제하에 신청 금액의 일부가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5조 제2항("약관의 조항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조항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한다")에 따라 소비자분쟁조정위가 SKT에 불리하게 약관을 해석해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SKT의 약관에는 '회사의 귀책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만 명시돼 있을 뿐, 귀책사유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 변호사는 "핵심은 '회사 귀책사유'에 대한 해석이다"라며 "SKT 측은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가 있어야 회사의 귀책사유가 성립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약관법 제5조 제2항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귀책사유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을 때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회입법조사처 "SKT 정보 유출 계기로 '위약금 면제' 제도화해야"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 [사진=국회입법조사처 캡처] 2025.05.19 yek105@newspim.com 국회입법조사처는 'SKT의 귀책사유'가 인정되기만 한다면 약관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동통신사 스스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묻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SKT가 가입 약관에서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고객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번 해킹사태가 SKT 귀책사유로 인한 서비스 문제라면 이 조항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 해킹 사고와 관련해 피해 소비자를 위한 위약금 면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유심 해킹 사태 이후) SKT가 뒤늦게 유심 무상 교환 조치를 발표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 조치가 미흡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피해자가 통신사 이동을 원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소영 변호사는 이날 "구체적으로는 정보통신망법의 '침해 사고 대응' 부분, 혹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보호'나 '사업자 의무' 조항에 위약금 면제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며 "또, 보고서에는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소비자 보호 지침도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차 조사 결과 브리핑을 마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SKT 유심 해킹 사태 대응에 있어 철저한 조사, 투명한 절차, 그리고 국민 우선의 정보 공개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임하고 있다"며 "절대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오는 6월 말까지 IMEI 등 민감정보 유출 여부, 전체 서버 추가 점검, 해킹 경위와 사내 보안 실태, 회사 귀책사유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yek105@newspim.com 2025-05-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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