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F-15I 전투기 등 동원해
헤즈볼라 사령부 정밀 폭격
나스랄라, 지난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끈 최고 지도자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스라엘군은 28일(현지시간)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64)를 폭살했다고 밝혔다.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있는 헤즈볼라 사령부를 향해 정밀 공습을 단행했고, 나스랄라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도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사망을 인정했다.
25일(현지시간) TV연설 하는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주력인 F-15I 전투기를 동원해 정밀 유도 폭탄 등을 헤즈볼라 사령부를 향해 쏟아부었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최소 10여 차례 폭격을 퍼부었으며 그 결과 건물 6채가 붕괴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작전명은 '새로운 질서(New Order)'였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엑스(X·옛 트위터)에 "나스랄라는 더 이상 세계를 위협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공습으로 헤즈볼라 남부 전선 사령관 알리 카르키 등 일부 지휘부도 사망했다.
공습 당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사령부가 베이루트 남부 교회 다히예 지역에 있는 민간 건물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이번 공습에서 나스랄라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었다.
나스랄라는 32년 이상 헤즈볼라를 이끌며 중동 지역의 반미·반이스라엘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됐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저항의 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인 그의 죽음은 모든 이슬람 관련 단체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1960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동부 부르즈 하무드 난민촌의 시아파 가정에서 태어난 나스랄라는 남부 항구도시 수르에서 신학을 배우고 시아파 정당이자 민병대였던 '아말 운동'에 가입했다. 아말은 아랍어로 희망을 뜻한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이란 주도로 헤즈볼라가 결성되자 이에 합류했다. 이어 1992년 2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헤즈볼라 창립자이자 당시 최고 지도자였던 아바스 알 무사위가 사망하자 뒤를 이어 최고직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에 올랐다.
헤즈볼라는 그의 지휘 아래 강력하게 성장했다. 2000년 레바논 남부를 18년간 점령했던 이스라엘군을 몰아냈고, 2006년엔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치렀다. 34일간 진행된 당시 전쟁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이 모두 승리를 선언했다. 이 전쟁을 통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세력으로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나스랄라에 대해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살해하고 수천 건의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나스랄라가 이끄는 헤즈볼라는 2011년 시리아 내전에선 이란과 함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했고, 작년 10월 가자지구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바로 다음날부터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지원 공격을 감행했다.
반미·반이스라엘 진영의 '저항의 축'에선 나스랄라를 이스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자손을 뜻하는 '세예드(sayyid)'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