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국방·안보

속보

더보기

[기고] 평양 상공 무인기 출현과 남북한 위기관리

기사입력 : 2024년10월16일 14:15

최종수정 : 2024년10월16일 14:17

황진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체제 결속을 위한 자작극?

이번 평양 상공 무인기 출현을 북한의 자작극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북한 당국이 외부의 적을 선명하게 부각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자작극으로 보이는 소행을 얼마 전에도 시도했다는 점에서 합리적 의심이다.

2020년 1월 코로나19의 북한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전면 봉쇄가 실시됐다. 2년 후, 2022년 5월 북한 당국은 북한 내부에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를 공식 인정했다. 이후 감염 확산이 안정세에 접어들자 2022년 7월 1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코로나19의 최초 유입을 남북 군사분계선으로부터 30km 거리인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 떨어진 대북전단으로 특정하는 공식 발표를 했다. 남에서 북으로 바이러스가 이동했다는 역학 조사의 과학적 규명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북한 발표는 신뢰도가 낮았다.

지금 시점에서 복기하면, 북한에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데 한국의 책임이 있었다면 이번 무인기 사태처럼 2022년에도 각 부처와 김여정의 대남 비난 성명이 몇 차례는 나왔어야 하는데 조용했다는 점도 자작극이란 판단에 힘을 실어준다. 즉, 대북 제재와 스스로 국경 봉쇄를 2년 넘게 취하면서 민생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비난의 화살을 외부로 돌렸던 것이다. 이번 무인기 사태가 자작극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사례처럼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현시점은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에 방점을 두고, 북한이 주장하듯 실제 무인기가 남쪽에서 발사된 것인지에 대한 가능성도 살펴보자.

황진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남쪽에서 발사한 무인기라면?

현재 우리 군 당국은 평양 무인기 침투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 우리 군이 무인기를 발사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 군이 발사했다면, 지난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서울을 침투해 대통령실 상공까지 배회한 것에 대한 뒤늦은 보복이거나 올해 5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20여 차례 한국에 살포한 오물 풍선에 대한 보복을 포함하는 복합적 의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당국의 발언 패턴을 통해서도 자작극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번 무인기 침투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발언은 외무성 성명(10월 12일), 김여정 담화(10월 13일~14일(14일에는 두 차례)), 국방성 대변인 담화(10월 14일)로 비교적 짧은 시기(이 글을 작성한 10월 15일 기준)에 관련 부처와 김여정의 발언이 연달아 집중적으로 발표되었다. 북한의 자작극이 아닐 수 있다는 방증으로 2020년 6월 16일 남측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우리 정부가 묵인했다는 이유로 북한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직전의 상황을 상기해 보자.

당시 노동당 국제부 대변인 담화(2020년 6월 4일)와 김여정 담화(6월 4일)를 시작으로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6월 6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6월 9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담화(6월 13일), 김여정 담화(6월 14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보도(6월 16일)를 끝으로 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다. 첫 담화부터 폭파 직전의 마지막 담화까지 12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김여정 담화가 두 차례 있었고, 당 국제부, 통일전선부와 군 총참모부 등의 관련 부처의 보도가 집중적으로 발표되었다. 이처럼 가까운 과거에 북한 당국의 부처 간 긴밀한 조율과 일관된 발언 패턴을 보여준 사례를 고려하면, 이번 무인기 침투 사안을 두고 각 부처를 동원하면서까지 자작극을 벌였다면 그로 인해 얻을 이익이 모호하다. 첫 성명에서 그들이 사용한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노동신문 2024.10.12.)란 표현이 실제 그들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고자 무인기가 나타난 지역의 공간적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 보도에 따르면 무인기는 평양 중구역 상공에 출현했다. 중구역에는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조선노동당 본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는 만수대의사당, 열병식을 거행하는 김일성 광장이 있는 북한 정치의 중심지이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평양을 '조선인민의 심장', '혁명의 수도', '모범 도시' 등으로 칭했지만, 중구역은 심장부에서도 핵심이다. 수령제, 유일사상체계가 지배하는 북한 사회에서 체제의 머리(북한의 비유로 뇌수(腦髓))에 해당하는 수령 김정은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 무인기가 집무실 위를 비행했다는 것에 대한 격한 반응은 머리만 사라지면 언제든 체제가 붕괴할 수 있는 독재체제에서는 당연해 보인다.

두 번째로 살펴볼 공간적 특성은 국내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다. 중구역은 김정은뿐만 아니라 독재 정권을 뒷받침하는 북한 주민들도 살고 있고, 다른 주민들도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중구역은 김정일 정권 말기에 고층 아파트 단지인 창전거리가 개발되고, 최근 보통강 강안다락식주택구로 불리는 강변 고급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는 등 평양에서 고급 주택이 몰려있고 주택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또한, 강남 8학군처럼 중구역에 배치된 중등학교들은 교육 인프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만난 탈북민 중에는 평양 거주 당시에 자녀의 교육을 위하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위장 전입처럼 중구역 소재의 학교까지 자녀가 장거리 통학을 했다고 한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평양의 다른 지역과는 판이하게 각종 문화·편의시설(평양 제1백화점, 옥류관, 영화관 등)이 밀집되어 있다.

즉,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 구호를 내세우지만, 실상 수도 평양의 주민들은 다른 지방 주민들보다 나은 삶을 누리고 있고, 더구나 동질적으로 보이는 평양 내부도 서울의 강남, 강북처럼 사회경제적으로 분화되어 중구역은 '평양의 강남'으로서 북한 주민들의 욕망이 투영된 장소성을 갖고 있다.

남측 민간단체가 보낸 풍선에 실린 대북전단은 평양까지 도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양의 중심에 거주하며 김정은을 떠받치는 상위 계층에 속하는 북한 주민들이 대북전단을 직접 읽을 확률이 높아졌다. 한류 문화 유입이 체제 유지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북한 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을 연달아 제정하고, 올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시한 배경에는 외부 문화와 체제 비판 메시지가 평양의 북한 주민까지 접한다면 체제 결속이 더욱 느슨해지고 결국 정치적 위기가 올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그동안 김정은 정권을 지지하는 핵심 계층이었지만, 역사적으로 다른 독재 정권들의 몰락 사례를 상기하면 '욕망이 있는'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하면 정권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도 인지할 것이다.

따라서 만약 우리 군이 이러한 중구역이 갖고 있는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여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이라면, 북한의 격한 반응을 통해 작전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10월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무성 '중대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 전단 삐라를 살포했다며 재발 땐 군사적 대응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주장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위기 관리가 필요한 시점

앞서 살핀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 이전에도 모두 설마 했지만, 북한 당국과 김여정의 강한 발언의 끝은 실제 폭파라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전례에 비추어 10월 14일에 무인기 사태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김정은이 직접 소집했다는 사실은 남북 간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음을 가리킨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하여 현재의 남북한 위기 고조를 누그러뜨릴 출구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과 같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에 요구 조건을 우회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일 년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오물 풍선 살포를 중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더 이상 무인기 침투는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번 평양 무인기 침투로 정치적, 상징적 피해를 입은 북한 당국도 위기 관리를 원할 것이다.

<저자 소개> 황진태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독일 본(Bonn) 대학교 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북한의 도시 및 환경, 동아시아의 지정-지경학이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