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배출권 이월한도 확대·시장참여자 확대 등 시행 박차
배출권 가격 2020년 평균 3만411원…21일 기준 1만950원
전문가 "전환 부문 유상할당 비율 10%서 100%로 늘려야"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지나치게 떨어진 배출권 가격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공급 과잉의 근본적인 문제인 전환 부문 무상할당 비율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가격 정상화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고 규제·법제 심사 절차를 받는다.
앞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6차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배출권거래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김 차관은 "배출권 이월 한도를 순매도량의 3배에서 5배로 확대, 연기금·자산운용사 참여 허용, 위탁매매 도입 등 제도개선을 통해 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 배출권 가격 1만원 내외로 낮은데…정부 "이월 한도 확대로 인한 하락은 시장참여자 확대로 방어"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발표된 배출권 이월 한도 확대 등은 환경부가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한 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에 해당한다.
배출권 거래제는 최근 저조한 유통량으로 낮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배출권 가격이 낮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이유가 없다.
이날 기준 배출권 가격은 1톤당 1만950원을 기록했다. 최근 국내 배출권 가격은 1만원대 내외로 유럽연합(EU) 평균 배출권 거래 가격 10만원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2022년 배출권 평균 거래가격은 2만2370원으로 전년 (2만3149원)보다 780원가량 줄었고, 배출권 가격이 가장 높았던 2020년(3만411원)과 비교하면 8000원 하락했다(그래프 참고).
[자료=KDI] 2023.07.18 soy22@newspim.com |
배출권 가격은 배출권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같이 떨어졌다. 2022년 평균 거래량은 3910만톤으로 2021년(5470만톤) 대비 28.5% 줄었다.
배출권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이월 한도가 늘어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 시장참여자 확대로 이 같은 배출권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장참가자는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 780여 곳, 시장조성자 8곳, 증권사 21곳으로 총 810여 곳이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될 배출권 거래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150여 곳이 새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데, 의무 진입은 아니고 희망 업체에 한해서다.
전문가들은 시장참여자 확대에 앞서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 확대가 배출권 가격 정상화의 선결 조건이라고 지적한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현재 배출권 가격은 1톤당 1만원 내외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할 요인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현안은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이를 먼저 해소해야 이월 한도 확대 등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지적했다.
◆ 할당 취소 규정 등 '채찍' 강화해도 근본적인 배출권 가격 정상화 방법은 유상할당 확대
현재 배출권 거래제는 무상할당 비율이 높고, 할당 취소 규정도 느슨해 기업의 '횡재 이윤'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제철소 가동을 중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자 잉여배출권 1157만톤 정도를 판매해 약 2186억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는 이번 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할당 취소 기준을 강화해 '횡재 이윤'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량의 15% 이상 25% 미만 줄면 할당량 절반을 취소하고, 25% 이상 50% 미만 감소하면 75% 취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출량이 할당량의 50% 이상 감소하면 할당량 전부가 취소된다. 현행 할당 취소 규정은 배출량이 할당량의 50% 이하로 줄어들면 감소한 만큼 배출권 할당이 취소된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2021.01.08 mironj19@newspim.com |
현행 유상할당 비율은 법정 최저수준인 10%로, 기업은 배출권 90%를 무상할당받는다.
유상할당 비율에 대해 권 활동가는 "이월 한도 확대가 일종의 당근책이라면 할당 취소 기준 강화는 채찍에 해당한다. 당근에 비해 채찍이 부족하다"며 "특히 발전소 등 전환 부문의 경우 유상할당 비율을 100%로 올려야 배출권 가격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과 4차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각각 연내, 내년 6월 수립할 계획이다.
정부는 그간 꾸준하게 2026년부터 2030년까지를 말하는 4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전환 부문 유상할당이 유의미하게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권 활동가는 그간 전환 부문 유상할당 비율이 크지 않았던 배경에 대해 "산업계가 사용하는 전기 소비량이 우리나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전환 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하면)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산업용 전기 요금 상향이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 약화의 주요 요인이지는 않다. 사실 (유상할당 비율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에 (전환 부문 유상할당 비율 100%를) 당장 반영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상할당 확대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할당을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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