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논란 속 가격 인상 비판
가맹점 매출 증가보다 본사 이익 증가
서민 음식 가격 부담 증가에 소비자 반발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치킨·버거 등 프랜차이즈 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 중이다. 배달 수수료가 연일 논란이 되자 이를 근거로 들며 '점주들의 수익성 보존을 위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맹점주에서 본사로 가는 매출 비율이 과하게 높은 경우가 많았다. 아직 배달 상생협의체가 진행 중이라 수수료 협상안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이중가격제를 통해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 때문에 '수수료 탓을 하며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맘스터치가 오는 24일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한다. 인상품목은 버거(28종), 치킨(12종), 사이드 메뉴(12종) 등 모두 62종이다. 사진은 맘스터치 슈퍼싸이콤보 제품. [사진= 맘스터치] |
23일 업계에 따르면 맘스터치는 오는 24일부터 버거, 치킨 등 모두 62종의 가격을 인상한다. 버거는 300원, 치킨은 500원이 각각 오르고 사이드 메뉴는 100원 인상한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3월에도 싸이버거 등 가격을 인상했고, 10월에는 닭가슴살을 원료로 쓰는 버거 4종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맘스터치는 "이번 가격 조정은 배달 플랫폼들의 수수료 인상에 따른 점주들의 수익성 악화와 인건비·공공요금 등 매장 운영에 드는 제반 비용의 고른 상승으로 매장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해온 가맹점주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부득이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점주를 위한다'는 말과 달리, 김동전 맘스터치앤컴퍼니 대표는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가맹 본사에서 이익률을 과도하게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맘스터치는 가맹점 매출 대비 가맹 본사에서 가져가는 비율이 15%가 넘는다"며 "매출 대비 본사 마진 비율이 프랜차이즈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에 상생 경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저희는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는 프랜차이즈라 영업이익률이 13~15%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동전 맘스터치앤컴퍼니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21 pangbin@newspim.com |
맘스터치는 지난해 매출 3639억원, 영업이익은 536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5%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최대 실적을 낸 데에 이어 3년째 이를 경신하고 있다. 점주들을 위한다는 말과 수익성이 어렵다는 말 모두 뒷받침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올해 들어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노브랜드버거는 지난 2월 버거·사이드메뉴 등 30여종의 가격을 평균 3.1% 인상했고 맥도날드는 지난 5월 16개 품목의 가격을 100원에서 400원가량 인상했다. KFC도 6월 주력 제품인 징거버거 세트 가격을 100원 올렸고 롯데리아는 8월 버거류 가격을 100원에서 200원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배달 메뉴 가격(리아 불고기·리아 세트 기준)을 대폭(1300원) 상향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시행 중인 '이중가격제' 도입도 '배달 수수료 부담'이 이유였다. 가격은 가격대로 올리면서 배달 수수료에 대한 자구책은 자구책대로 마련하자 수수료를 핑계로 본사 이득만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연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비단 버거 업체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피자헛은 5월 메뉴 2종 가격을 3%씩 인상했고 6월에는 BBQ치킨이 치킨 메뉴 23개 가격을 평균 6.3% 올렸다.
가격은 올랐지만 본사가 가져가는 마진율이 올라 가맹점주의 이익은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프랜차이즈 128개 가맹본부의 가맹점 수, 점포당 연평균 매출액, 본사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주요 프랜차이즈업계의 가맹 본사 매출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가맹점 매출 성장세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가맹점주의 이득을 위한 가격 인상 조치라지만 실상은 가맹점도, 소비자도 아닌 본사를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자, 버거, 치킨 등 서민 음식이라 일컬을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 가격이 치솟자 소비자 반응은 부정적이다.
평소 햄버거를 자주 먹는다는 A씨(31)는 "물가가 많이 오른 건 사실이니 처음엔 가격 올리는 데 큰 거부감은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국감을 지켜보며 정확한 이유도 없고 오로지 본사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답변을 들으니 서민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이날 8차 협의회를 열고 마지막 상생안 도출을 시도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0월 말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상생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이 자리에서 막판 합의안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