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장기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으나 단기물 수익률은 하락하는 등 채권 시장은 만기별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무장관 후보자로 월가 출신인 스콧 베센트를 지명했다는 소식에 급락했던 채권 금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폭탄 발언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날 뉴욕 채권 시장 오후 거래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3%로 전장 대비 3.7bp 상승하고 있다. 전날 10년물 금리는 베센트 지명 소식에 4.263%까지 하락했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4.254%로 전장보다 소폭 내림세다.
멕시코 페소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당선인은 25일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에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세는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외국인들의 미국 침략이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 시장은 그의 취임 후 있을 무역 분쟁과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고, 베센트의 재무장관 지명에 급등했던 미국의 장기물 국채 가격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다만 이날 국채 가격 하락은 전날 채권 랠리를 이끌었던 기술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수바드라 라자파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날의 장기물 국채 가격 하락이 "기술적 요인이 힘을 잃은 신호"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10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111.7로 월가 예상(111.8)에 대체로 부합했으며, 10월 신규 주택 판매는 61만 채로 예상(72만 5000채)보다 낮았다.
더불어 이날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11월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하 폭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으나 다수의 의원들은 점진적으로 금리를 낮출 필요성에는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월 회의록 발표 후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미 국채 단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하락했으며, 금리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12월 회의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베팅을 강화했다.
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12월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60%로 보고 있다. 전날의 56%에서 늘어난 수준이다.
한편 이날 미 재무부가 실시한 700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국채 입찰은 양호한 수요 속에 마무리되었다. 이날 실시된 5년물 국채의 발행 수익률은 4.197%로 결정됐다. 이는 입찰 전 거래에서의 수익률보다 약 2bp 낮은 수준이다.
루미스 세일즈 앤 컴퍼니의 매트 이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와 미국의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시장의 분위기를 무겁게 하고 있으며,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많이 인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며, 많은 투자자들이 그의 관세 공약을 협상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폭탄 발언에 이날 미 달러화는 캐나다달러, 중국 위안, 멕시코 페소 등을 상대로 강세를 보였다.
이날 미 달러는 캐나다 달러 대비 1.5% 이상 오르며 4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국 위안화 대비로는 7.26위안을 기록하며 7월 30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멕시코 페소에 대해서도 2% 이상 급등했다.
다만 달러는 일본 엔화 대비로는 하락했으며 유로화 대비로는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달러/엔 환율은 전장보다 0.38% 내린 153.63엔을 기록했으며, 유로/달러 환율은 1.049달러로 전날과 크게 변함없는 수준에 머물렀다.
외환거래업체 모넥스의 트레이딩 이사인 후안 페레즈는 "관세 뉴스가 안전 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를 강화했다"고 설명하며, "중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일본이 아시아에서 다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이날 엔화의 강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은 10만 달러 고지를 앞두고 차익 실현 움직임이 거세진 가운데 9만 10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시장은 이 같은 움직임이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 하락장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오는 28일(목요일) 뉴욕 채권시장은 추수감사절로 휴장한다. 다음 날인 29일은 '블랙 프라이데이'로 오후 2시(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에 조기 마감한다.
추수감사절 휴일로 평소보다 짧은 주간이지만 투자자들은 추수감사절 연휴에 앞서 27일 발표가 예정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및 가격지수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