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산업 재계·경영

속보

더보기

[기고] 텍스트힙 트렌드를 환영하며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하민회 (이미지21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한 달에 몇 권이나 읽어요?" "요즘 읽기 좋은 추천도서 있을까요?" 북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한 동안 "시집은 잘 안 읽으세요?" 하는 DM도 꽤 받았다.

텍스트힙(Text hip)덕분이다.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개성 있고 쿨하다는 뜻의 '힙'의 합성어인 텍스트힙은 독서를 멋지고 매력적인 활동으로 여기는 문화 현상을 뜻한다.

텍스트힙의 핵심은 '공유'와 '소통'이다. 주로 Z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 출생자)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텍스트힙 열풍은 SNS를 배경으로 삼는다.

독서가 '지루하다, 따분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트렌디한 행동으로 간주하는 이들은 SNS에 책 읽는 셀카, 책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찍은 사진, 도서관, 서점, 휴식처 등에서 책과 함께 한 인증샷을 올린다. 그들에게 독서는 취향이자 개성이고 지적욕구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마음에 와닿은 문장에 줄을 그어 인스타에 게시하고 필사한 문장 아래 본인의 소감이나 생각을 곁들여 포스팅한다. 소문난 북카페를 찾아가 시간을 보내거나 도서전을 둘러본 후기를 올리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독서 그 이상으로 독서 체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올해 초에는 이들의 시(詩)사랑이 눈에 띄었다. 시는 짧은 시간에 읽기 좋고 이미지나 상징적 표현이 많아 젊은 감각과 잘 어울린다. 짧으니 옮겨 쓰기 쉽고 사진 찍어 올리기에도 용이하다. 대부분의 시집이 얇은 편이라 책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래서일까? 한 대형서점의 시집판매는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었고 온라인 서점 한 곳에서는 10대 독자들의 시집 구매가 작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한 출판사에서 기획한 '시 한 편을 듣는' ARS 서비스는 30만통의 콜 수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 6월에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5만명이라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 20대(45%)와 30대(28%) 관람객 비중이 전체 73%에 달했고 SNS에는 N차 방문 인증샷이 넘쳐났다.

천관문학관. [사진=장흥군] 2024.11.18 ej7648@newspim.com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20대 독서율(1년에 책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74.5%였다. 전체 성인 평균 독서율(43%)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예스24에 따르면 10대 구매 도서량도 최근 5년 연속 늘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집계한 결과 10대 도서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3% 늘었다. 확실히 텍스트힙 열풍이다.

일각에서는 텍스트힙을 '과시성 독서'라 비판한다. 진짜로 책을 읽고자 하는 수요라 기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보다는 포토제닉한 표지의 책을 고르고 SNS에 올릴 사진에만 집착해서 정작 진지한 독서는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시성 독서'가 뭐 그리 나쁜 걸까?

명품 옷, 명품 백, 해외여행 과시는 괜찮고 독서 과시는 불편하다? 지나치게 경직된 관점이다.

1년에 책 한권 읽는 일조차 힘들어했던 이들이 부담 없이 서점에 들르고 책을 들춰보며 고르고 책읽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비록 SNS에 올릴 사진을 얻기 위해서 든 남들과 다른 독특한 책을 찾기 위해서 건 이유 불문, 책을 만나는 것은 확실히 좋은 출발이다.

스타의 독서를 따라 하는 '디토(Ditto) 소비'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르세라핌의 허윤진, NCT의 재민, 에스파의 카리나, 아이브의 장원영 등은 독서 애호가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이들은 방송에 대기실에서 책 읽는 모습을 공개하거나 팬 커뮤니티에 독서 리스트를 공유하고 공항에 책을 들고 나타난다. 이들의 추천서는 금방 베스트셀러가 된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책 한 권'으로 쉽게 내가 동경하는 아이돌과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데 호기심으로도 해보고 싶지 않을까? 말거리로 삼을 일이 아니다.

안양시는 석수도서관 등 4개 도서관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한강 작가 작품'을 전시 중이다. 호계도서관 내부 전경. [사진=안양시]

사실 책 읽는 것을 힙하게 느낀다는 건 그 만큼 독서가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려서부터 활자보단 영상에 익숙한 Z세대들은 아날로그 적인 '종이책'을 기성세대와 달리 '색다르게' 느낀다. 어떤 의미에선 레트로 트렌드와 상통한다.

Z세대에겐 디지털기기에서 보고 즐기는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종이 책장을 손으로 넘기며 읽고 생각하는 독서가 신선하다. 책을 친숙하지 않게 컸을 수록 더 그렇다. 디지털 콘텐츠가 주는 눈과 뇌의 피로감, 주의력 저하에 관심이 많은 Z세대에 독서는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 개념도 있다.

텍스트힙 트렌드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독서는 섹시해(Reading is Sexy).' 영국 매체 가디언이 올해 초 자국 내 1020세대들의 '종이책 읽기 열풍'을 취재한 기사 제목이다. 지난해 영국 책 판매량은 역대 최고 수준인 6억6900만권. SNS에 '북톡(book Tok)''북스타그램' 키워드를 치면 수백만 건의 포스팅이 나온다. 

독일어로 출간된 한강 작가의 작품들과 출간예정 도서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어떤 측면으로 봐도 텍스트힙은 긍정적이고 반가운 트렌드다. 

이미지와 영상 위주의 디지털 콘텐츠가 '보고 들으며 즐기는' 용도에 가깝다면 종이책은 '읽고 생각하고 쓰는' 상위 용도에 해당한다. 텍스트힙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콘텐츠 생산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이다.  짧고 의미 없는 영상이 가득한 SNS에 생각의 기록을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네트워크를 보다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건 물론 개인적으로도 사고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독서인구가 감소하고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는 가운데 텍스트힙은 가장 효율적인 디지털 디톡스이자 문해력 향상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느린 읽기를 체험하면 심리적인 안정감은 물론 깊이 있는 이해와 맥락 파악, 추론능력이 커진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텍스트힙이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닌 일상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Z세대의 감각이 공 감각적인 만큼 힙한 '책'을 다양한 공간과 상품으로 연결시켜 이어가야 한다. 좋은 책은 물론 세련된 굿즈가 함께 하는 책 팝업스트어, 책 읽는 피크닉, 야외 도서관, 흥미로운 북 토크, 개성 있는 북카페와 독립서점같은 친화적인 오프라인 환경 조성에 공을 들여다 한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참석자에게 친필 사인을 하고있다. 2024.10.17 photo@newspim.com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약 100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 노벨문학상 원서를 우리말로 읽을 수 있다는 뿌듯함이 텍스트힙 열풍에도 기름을 부었으면 한다.

어쩌면 텍스트힙은 무엇보다 인간의 성찰력이 요구되는 AI시대에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 감각이 발동한 시대적 현상 아닐까? 인간은 변화된 상황에 진짜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감각적으로 알아채는 존재이니 말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부, 故 윤석화 문화훈장 추서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19일 오후 5시 30분에 고(故) 윤석화(향년 69세) 빈소를 방문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조문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고(故) 윤석화의 빈소가 19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은 2022년 뇌종양 수술을 받고 투병을 이어 왔다. 발인은 21일 오전 9시. 2025.12.19 photo@newspim.com 아울러 정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로서 오랜 기간 한국 공연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배우 윤석화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고 윤석화는 1975년에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이후 연극 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 '마스터클래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폭 넓은 연기 영역을 보여주었고, 다수의 연극상·백상예술대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평가받아 왔다. 배우 활동과 더불어 연출가, 설치극장 '정미소' 대표로서도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하여 연극계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했다. jyyang@newspim.com 2025-12-19 22:20
사진
관가 '이재명 사무관' 경계령 [세종=뉴스핌] 나병주 기자 = 정부 업무보고에서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의 '예리하고 꼼꼼한' 질문이 관가를 잔뜩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담당사무관이 아니라면 알기가 쉽지 않은 내용까지 놓치지 않는 예리함에 관가에서는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예상 못한 '정원' 질문에 기후부 '멘붕'…장관·국장 모두 답변 못해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후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왜 기후부는 정원이 2930명인데 현원이 2973명으로 초과됐느냐"는 '깜짝' 질문으로 모두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김성환 장관은 물론 기후부 간부들 모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20초가량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담당국장이 누구냐며 재차 묻자 그제야 정책기획관(국장)이 "자세히 확인은 못 했지만 긴급하게 필요한 것에 대해 추가 고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지만, 기후부는 그런 상황이 없었는데 정원 초과된 게 이상하다. 원래 환경부 시절부터 추가가 됐는지, 아니면 기후부로 전환되면서 추가된 건지 답해달라"며 재차 물었습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환경부에서 추가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모호하게 답하자, 이 대통령은 "추정으로 답하지 말라"며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습니다. <뉴스핌>이 확인한 결과, 이유는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인원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육아휴직자 51명을 현원에 포함하는 실수를 저질러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결국 현재 기후부 현원은 2922명으로 정원보다 8명이 적어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상황파악 후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이 대통령에게 보고해 오해는 풀었다고 하네요. ◆ 李대통령 예리한 질문에 관가 긴장…'이재명 사무관' 별명 생겨 이번 해프닝에 대해 기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탈탄소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한방' 얻어맞은 셈이죠. 사실 인원현황은 기후부 업무보고 1페이지에 제일 처음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펴본 거죠. 기후부 관계자는 "사실 이번 건은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도 놓칠 수 있는 내용이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어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핌TV 갈무리] 2025.12.17 dream@newspim.com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자인 사무관 같은 대통령의 꼼꼼함에 관가는 앞으로 있을 보고에 대해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꼼꼼한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A 씨는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지적하기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지켜보는 만큼 현안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고(故) 김용균 씨 때와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한 서부발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이 서부발전 사장에게 질문한 시간은 답변을 합쳐도 약 10초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관가에는 '이재명 사무관'의 꼼꼼함을 경계하라는 '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작은 숫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의 꼼꼼함이 국정 운영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 아니면 과도한 긴장으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lahbj11@newspim.com 2025-12-19 11:4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