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가격 올린 식품가, 환율 급등·불안 정세에 긴장감
주요 식품업계 올해 내내 내수 타격...내년 가격 인상 가능성도
대규모 회식 줄고 주류 소비 감소...연말 특수 직격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 등 연말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식품·외식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설탕, 카카오, 커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환율까지 치솟아 원가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주류·외식업계는 당장 연말 특수 반납은 물론 내년까지 침체분위기가 이어질까 시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0.1원 내린 1432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지난 4일 1446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 주류코너의 모습. [사진= 뉴스핌DB] |
높은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내년 사업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식품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설탕, 카카오 등 원가가 오른데다 국내 농작물 수확량도 감소하고 있는 등 원부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강달러까지 더해져 향후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내수 시장 침체도 골칫거리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올해 내수소비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내년에는 이같은 추세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외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강달러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대체로 국내 식품업체들의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체별로 환율변동에 따른 원가영향을 분석하고 내년도 사업 방향을 정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수 중심 업체들도 내년에는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가가 급등한 원재료를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긴 했지만 인상폭을 최소화한 것으로 원가 부담 요인은 여전히 있다"라며 "내수침체가 심해 당장 인상 계획은 없지만 환율 등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 그늘이 짙어지면서 주류·외식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불황 여파가 주류 및 외식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시내 주요 식당가에서는 대규모 회식,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예년 대비 침체된 상태다. 연말쯤 성행했던 홈파티도 시들해졌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비상계엄 발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소주, 맥주 합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경기침체로 연말 매출이 예년 같지 않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 자영업자는 "대규모 송년회, 망년회를 취소하고 팀별로 소규모 회식으로 돌리는 곳들이 많다"며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지난 주말부터 매출이 반토막났다"며 "당장 12월만 문제가 아니라 내년이 더 걱정"이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메뉴 안내판. [사진=뉴스핌 DB] |
일각에서는 내년 초 먹거리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정부가 추진한 강력한 물가안정책에 따라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억누르거나 최소화했지만 지속되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경우 내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외식 가격도 불안한 상태다. 기상이변, 환율 등 영향으로 전반적인 농수산물, 축산물 등 식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까지 줄게 되면 외식 가격을 밀어올릴 공산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기후변화 영향으로 양상추, 토마토, 딸기 등 농산물 수급 불안 사태가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생산량이 줄면 소비자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