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정책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한 12일(현지시간) 금융시장과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물가상승률이 ECB의 정책 목표(2.0%)를 향해 하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하는 현실이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반까지 ECB가 연속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치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3.0%로 내렸다. 이 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맡길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ECB가 통화 정책을 짤 때 가장 중심에 두는 금리이다. 이 금리는 지난 2023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레피금리(Refi·MRO)는 3.40%에서 3.15%로, 한계대출금리는 3.65%에서 3.40%로 인하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회의에서) 일부 금리 결정자들이 50bp 금리 인하를 제안했지만, (토론 결과) 25bp 인하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ECB는 이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낮췄다. 지난 9월 예측과 비교할 때 올해 인플레이션은 평균 2.5%에서 2.4%로, 내년 인플레이션은 2.2%에서 2.1%로 하향 전망했다.
ECB는 성명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CB는 이전 성명에 항상 포함시켰던 (인플레이션을 2% 목표에 맞춰 낮추기 위해) "필요한 한 정책 금리를 충분히 제한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내용도 뺐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은 이제 더 이상 핵심 이슈가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시장이 무엇보다 주목한 것은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와 향후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이었다.
ECB는 이날 올해 유로존이 0.7% 성장하는데 그친 데 이어 2025년 1.1%, 2026년 1.4%, 2027년 1.3%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9월 추정보다 1.3%포인트 낮고, 2026년은 1.0%포인트 낮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도 "달라진 점은 하락 리스크, 특히 성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리스크"라며 "성장이 추진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대 20%의 일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위협과 그것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과 무역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유럽 경제가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ECB가 당분간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 인하 폭과 속도는 회의 때마다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진행 방향은 매우 명확하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의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리아노 세나는 "점진적 금리 인하가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 마크 월은 "추가 금리 인하의 문이 더 명확하게 열렸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왑 시장의 거래자들은 ECB가 내년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될 경우 예치금리는 1.7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