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업체 간 손해배상 소송전 예고
교육부 "재의요구 제안키로"
교과서 선정 앞둔 학교 현장 혼란 불가피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학교 현장에서 조차 '성급한' 추진이었다는 비판을 받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26일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AI교과서 도입 초기부터 중장기적으로 학습 효과 등 교육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교육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AI교과서 업체들의 줄소송 등 후속 조치가 예상된다. 취임 초부터 교육 개혁 과제 중 하나로 AI교과서 도입을 주장해 온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부총리는 학교 현장과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재의요구를 제안하기로 했지만, 오히려 학교 현장의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검정심사 결과 및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29 yooksa@newspim.com |
이날 국회는 내년에 학교 현장에 도입할 예정이었던 AI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교과용 도서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현행 법령에 따른 교과서인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AI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잃게 되면서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3월 AI교과서가 도입된다는 전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 연수, 학교 무선망 구축 등에 속도를 냈지만, 그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AI교과서 채택 비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서는 학교가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에 선택 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학교 상황에 따라 채택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AI교과서 가격을 두고 개발업체와 협상을 벌여온 교육부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AI교과서 개발업체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스템을 개발한 만큼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예상된다.
교육부가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국회 본회의 결과까지 AI교과서 선정을 미뤄온 학교 현장에서의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12월까지 교과서 선정을 마치고 다음 학기 준비에 돌입하는 학사일정을 미뤄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시연수업을 하고 있다. 2024.09.23 choipix16@newspim.com |
교육부 책임론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학교 안팎에서는 AI교과서 도입을 두고 속도 조절을 주문해 왔지만, 교육부는 지난 11월 76종 검정 교과서 심사 결과를 공개하며 예정대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한 찬반 여론전도 뜨겁다. 일부 시도교육감은 "교육자료로 규정될 경우 기존의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거치지 않아 자료의 편차, 개인정보보호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교육부를 옹호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자료' 전환 여부에 관계없이 검정에 통과한 업체의 AI교과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학교 현장에서는 최근 이 부총리가 국회에 'AI교과서의 1년 유예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부는 AI교과서의 성패가 교사에게 달렸다고 했는데, 단순히 연수 몇번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 될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며 "준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이며, 이미 혼란인 학교가 더 어지럽게 됐다"고 비판했다.
AI교과서 개발업체의 관계자는 "AI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잃는 그림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후 정부의 움직임을 본 이후에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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