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부를 성모상의 모델로 삼은 파격의 화가
질병과 죽음, 폭력과 부패를 화폭에 표현
루벤스,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등에 영향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그림자) "작품 활동을 중단해라. 붓을 내려놓으라고. 네 그림이 제단 위에 걸리는 걸 용납할 수 없다.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마라.", (카라바조) "그림은 내 삶 자체요. 그걸 빼앗으면 날 죽이는 거요."
'카라바조의 그림자'는 우리에게 카라바조로 알려진 후기 르네상스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1571∼1610)의 전기 영화가 아니다. 그의 삶에 대한 정보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에 작가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구다. 그 중심엔 카라바조(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와 그를 추적하는 그림자가 있다. 살인 혐의로 쫓기는 카라바조를 조사하기 위해 교황이 파견한 그림자(루이 가렐)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 [사진 = 영화사 진진 제공] 2025.01.14 oks34@newspim.com |
바티칸의 비밀 수사관인 그림자는 매춘부를 성모상의 모델로 삼고, 남색의 대상인 소년을 성경 속 인물로 그리는 카라바조를 신성 모독으로 규정한다. 질병과 죽음, 폭력과 부패를 그리는 카라바조를 혼돈의 세력이라고 몰아부친다. 그러나 카라바조는 자신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림자가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영화는 줄곧 추적극과 같은 형식으로 관객의 관심을 붙들어 둔다. 그림자가 지향하는 바가 카라바조와 대비되는 점도 카라바조의 삶을 극적으로 만든다.
영화는 카라바조가 임종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16세기 후반 이탈리아 로마의 어느 뒷골목. 거리의 연극이 진행되는 밤에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서 난교 파티를 벌인다. 미켈란젤로 메리시는 매춘부 안나를 발견하고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그녀를 모델로 그린 그림이 '참회하는 막달레나'다. '메두사', '승리하는 아모르', '성 마태오의 소명', '세례 요한의 참수',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등 오랜 시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 온 '카라바조'의 대표작을 스크린 위로 생생히 담아낸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 [사진 = 영화사 진진 제공] 2025.01.14 oks34@newspim.com |
도피처 몰타에서 완성한 제단화 '세례 요한의 참수'는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모델들을 지휘하며 구도를 정비하는 카라바조의 모습을 형상화함으로써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메리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등으로 알려진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3대 화가로 꼽히는 거장이다. 그는 루벤스,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등에 영향을 미친 바로크 미술의 개척자로 거론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들이 이 영화에 함께했다. 카라바조 역으로 '존 윅 - 리로드'(2017)로 알려진 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가, '그림자' 역으로 '몽상가들'(2005)과 '작은 아씨들'(2020)의 루이 가렐이 각각 출연했다. 세계적인 명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카라바조를 후원하는 '콜론나 후작 부인'으로 나온다. 교황청의 맹렬한 비판에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던 예술가 카라바조의 삶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도 각성을 요구한다. 22일 개봉. 120분. 청소년 관람 불가.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