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전국민 마음투자' 상담 후 부부관계 회복…40대 아내 "남편 다시 보여"

기사입력 : 2025년02월25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2월25일 06:00

박 씨, 도박에 빠진 남편…산산조각 난 신뢰
해결 방법 몰라 답답…우연히 '현수막' 발견
4회차 상담 후…남편에 미안하고 안쓰러워
이 씨, 우울증에 상담센터 근무자서 내담자로
"남편으로부터 이해 받지만 공감은 못 받아"
모든 원망 남편을 향해…상담 후 마음 편해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늘 누군가를 보살피기만 하며 살아온 나에게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준다는 경험은 너무 특별했습니다." (박 씨·40대·전국민 마음투자 이용자)

"전 국민의 마음이 전부 치료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나를 사랑하는 시작은 될 수 있기에 그 시작을 모두 함께했으면 좋겠다."(이 씨·40대·전국민 마음투자 이용자)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전국민 마음투자를 이용한 40대 아내들은 상담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찾으면서 남편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 결혼 10년차, 산산조각 난 부부관계…상담 후, 남편 존재 다시 보여

40대 박 씨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을 통해 결혼 10년 동안 힘겨루기만 한 부부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과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고 아이를 키우며 서로에게 날을 세웠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해 밥조차 따로 먹곤 했다"며 "남편이 가게에 있다 나가면 내가 들어가고 꼭 해야 할 말만 카톡으로 전하거나 상대의 뒤통수에 대고 던지듯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는 "서로 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며 "오해와 갈등, 미움은 점점 심해져 갔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 남편은 도박에 빠졌다. 박 씨는 부부 사이에 겨우 남은 신뢰마저 산산조각 났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우울했다.

박 씨는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아닌지 혼란스럽고 무기력해졌다"며 "여기저기서 아픔이 터져 나왔지만, 해결 방법을 알지 못한 채 답답함만 쌓여갔다"고 호소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운전 중 길거리에 걸린 현수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동안 무시하고 외면했던 마음을 돌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다음 날,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았다.

박 씨는 본인부담금 10%로 8회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1주일 후 집에서 가까운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면서 상담이 시작됐다.

박 씨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늘 누군가를 보살피기만 하며 살아온 나에게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준다는 경험은 너무나 특별했다"며 "50분의 상담 시간이 늘 짧게만 느껴질 정도로 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이 소중했다"고 했다.

상담을 받으면서 남편의 존재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미처 살피지 못한 아이의 마음이 보이고 엄마로부터 받은 오래된 상처도 떠올랐다. 때로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도 하고 밥을 하다가 뜬금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내 감정을 인정하고 쏟아내는 과정 끝에 몸과 마음은 조금씩 회복의 길로 들어섰다.

박 씨는 "4회차 상담이 끝날 무렵에 상담사님은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한번 써 보라고 제안했다"며 "미루다 결국 욕이라도 실컷 해보자는 마음으로 편지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시작된 편지는 눈물로 범벅이 돼 편지지 두 장의 앞뒷면을 꽉 채웠다"며 "분노와 억울함, 슬픔이 뒤섞인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편지는 '지금까지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한 여자랑 사느라 고생 많았어요'로 마무리됐다. 남편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편지는 마지막 상담 시간에 불에 태워 날려 보냈다.

박 씨는 "상담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내 인생의 주도권을 남편, 엄마, 아이에게 넘겨준 채 스스로 희생자라고 여기며 살아왔다는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가볍게 받도록 편안하고 친근한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상담센터 근무자에서 내담자로…"남편에 공감받는 느낌 없었다"

또 다른 40대 이 씨는 상담 센터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했었다.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 신체화 증상으로 정신과 약을 먹다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이 씨는 남편으로부터 이해는 받았지만, 공감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남편은 이 씨와 달리 굳건한 정신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하던 나에게 상담사는 몇 년을 알고 지낸 가까운 지인보다 더 나를 바라봐줬다"며 "50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간은 야속하게 지나갔다"고 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 씨는 "대학병원에서 받은 어떠한 치료보다 치료제가 됐다"며 "지난 8회기를 생각하면 웃음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처음 1회기 상담을 받던 날 (상담사는) 나를 18년 전으로 돌려보냈다"며 "결혼하고 첫 아이를 출산해 산후 조리하던 그 순간으로 저를 보내 2회기 상담까지 남편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상담을 통해 안 사실은 모든 원망이 남편을 향해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직면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상담이란 나에게 나 스스로 엄마가 되어 주는 것." 이 씨는 이 말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 스스로 엄마가 되어 주자 생각하니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고 누군가를 위해 말을 했지만 진정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씨는 "금전적인 이유도 있고 바쁘다는 이유도 있고 센터에 근무하는 동안 많은 사람을 보며 느끼는 감정들도 있어 상담이 어려웠다"며 "금전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고 센터에서 방문하는 분에게 더 공감하고 불편하지 않은 시선으로 안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사업으로) 전 국민의 마음이 전부 치료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나를 사랑하는 시작은 될 수 있기에 그 시작을 모두 함께했으면 좋겠다"며 "시작도 어렵고 상담을 받으면서도 다양한 감정들로 힘들 수도 있겠지만, 끝에는 작은 희망이 있어 용기를 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sdk199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