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개헌'이다. 이 대표는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했다.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지, 개헌 이슈로 논의의 장이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를 제외한 정치권에서는 모두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며 '개헌론'을 꺼내 들고 있다.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목도하며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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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영 정치부 기자 |
이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에 대해 "안 할 수는 없다"며 "당의 입장이 정리돼 있고, 제 입장도 공표돼 있다. 바뀐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입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짐작을 해보자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 아닐까. 이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시절 4년 중임제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김동연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짐작일 뿐이다. 이는 약 3년 전 이 대표의 입장이다. 지금 국민이 묻는 건 '현재'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매번 이 대표를 향해 개헌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큰 틀에서 미래 대한민국을 향한 설계를 어떻게 그려 나가고 있느냐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는 답이 없다. '준비된 게 있지만, 지금은 밝힐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은 늘 공허하다. 국민은 본인이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법률스님의 '즉문즉답'이 인기 있었던 건 왜일까. 묻는 즉시 답도 즉시 해 주면서 우리가 고민하고 있던 점을 곧바로 해소해 준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이 대표는 자주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 이 대표가 왜 자신은 개헌에 대한 대답을 뒤로 미루면서 예측 불가능성을 만드는 것인가.
다만 이 대표가 개헌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을 때, 국민의힘도 일방적인 '프레임'을 씌우지 않아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n년 중임제를 한다고 하면, 그 순간부터 "혼자 n년 더 해먹으려고 한다"며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개헌을 한다고 하면 하는 그 내용에 대한 비판, 안 하면 안 한다고 비판.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국민의힘도 버려야 한다.
이 대표의 대척점에 있던 윤석열 대통령이 무너지면서부터 모든 눈이 이 대표에게 쏠렸다. 이 대표에게 쏠린 눈,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속내가 훤히 보이는 본인의 유불리 따짐을 조금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ycy148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