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방 지출 확대 계획도 미국채 매력 떨어뜨리는 요인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엇갈리는 경제 지표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쉼 없는 정책 발표들을 소화하며 미국채 수익률이 6일(현지시간) 상승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달러화는 4개월래 최저로 밀렸는데, 독일의 국방 지출 확대 계획도 미국채와 달러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 채권 시장 오후 거래에서 기준 금리가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28%로 전일 대비 1.3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7bp 오른 4.576%를 기록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수익률은 1.5bp 내린 3.971%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노동부는 지난 1일까지 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1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2만1000건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기대치 23만5000건을 하회한 수치다.
반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가 공개한 지난달 미국 기업들의 해고 건수는 17만2017건으로 1월 대비 245% 급증하며 지난 2020년 7월(26만2649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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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핌DB] |
이날 관세 관련 발표들은 국채 수익률 변동성을 키웠다.
앞서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자동차 제조업체에 발표된 관세 유예 조치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포함된 모든 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무역 협정에 포함된 멕시코산 상품이 이전에 발표된 25% 관세에서 한 달간 면제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캐나다에 대해서는 유사한 유예 조치를 언급하지 않아 채권 수익률은 고점서 내려왔다.
장 후반 백악관은 USMCA를 준수하는 멕시코와 캐나다산 상품에 대해 내달 2일까지 관세 부과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독일 주류 정치권의 재정준칙 완화 추진은 독일 국채 공급량 증가 기대를 높여 독일 국채 수익률을 계속 밀어 올렸고, 전날 30bp 올랐던 독일 분트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4.6bp 추가 상승한 2.837%를 기록했다.
LPL파이낸셜 채권전략 책임자 로렌스 길럼은 다른 국가에서 수익률이 상승하면 "외국 투자자들은 장기 미국 국채에 덜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 강세, 달러 약세 분위기가 지속됐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0.21% 내린 104.06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계속해서 자극했고, 특히 시장은 트럼프 정책이 미국 경제에 가져올 충격을 특히 우려하는 모습이다.
머니코프 구조화상품 대표 유진 엡스타인은 "관세 관련 내러티브가 바뀌었다"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트럼프 관세를 미국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 내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안전 통화로 여겨지는 엔화와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한 때 147.31엔까지 떨어지며(엔화 강세) 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뒤 장 후반 전날보다 0.9% 떨어진 147.65엔을 기록했다. 달러/스위스프랑 환율도 장중 3개월래 최저인 0.8828프랑까지 밀렸다가(스위스프랑 강세) 장 후반 0.9% 내린 0.8826프랑을 기록했다.
유로화는 1.0854달러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장 후반에는 전날과 비슷한 1.0791달러를 가리켰다. 유로화 가치는 이번 주 들어 4% 정도 올라 2020년 4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주요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들어 두 차례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모두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다.
ECB는 또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3개월 전의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 선임 투자 전문가 얀 펠릭스 글뢰크너는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향 조정되었으며 ECB는 정책이 '훨씬 덜 제한적'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시장에서 완화 사이클이 둔화될 것이며, 연말까지 두 차례 이하의 금리 인하만 반영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