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GS·삼성… 정관에 신규 사업 추가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초점… "재무 전문가 선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2025년 건설업계 주주총회가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신사업 추진과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 다양한 안건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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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주요 건설사 정기 주주총회 일정과 주요 안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다수의 대형·중견 건설사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사업 다각화와 사외이사 선임이 주요 키워드로 꼽힌다.
현대건설과 GS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정관에 신규 사업을 추가한다.
현대건설은 20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수소에너지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지난해 전북 부안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상용급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를 착공해 올해 준공 예정이다. 이밖에 충남 보령군 청정수소사업 기본(FEED) 설계와 제주 12.5㎿ 그린수소 실증플랜트 개념설계 등을 통해 수소 플랜트 전반의 설계 역량을 확보한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수소는 탄소중립 시대 핵심 에너지원으로써 미래 에너지·플랜트 시장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정관 변경은 청정에너지 사업 확대해 기후 변화 및 에너지 소비 확대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GS건설은 25일 주총에서 통신판매업의 정관 추가를 결정한다. 업계에선 GS건설이 꾸준히 추진해 온 모듈러 주택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자이가이스트'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Xi)의 자체 설계·시공 기술을 적용하는 등 모듈러 주택의 상용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단독주택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다만 GS건설은 정관 변경 목적에 대해 말을 아꼈다. GS건설 관계자는 "신규사업 목적 추가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14일 주총에서 친환경과 플랫폼 사업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침이다. 앞서 언급된 수소 발전 및 관련 부대사업과 통신판매중개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새로이 추가하는 안건을 내놨다.
삼성물산은 그린수소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한 축으로 정하고 해외와 국내 양측에서 활발한 수소 관련 사업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과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서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고 있다.
2023년부턴 경북 김천시에 '오프그리드'(Off-grid, 외부에서 제공받지 않고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같은 해 세계 최대 액화수소탱크 설계 국제 인증도 획득했다.
지난해 출시한 홈플랫폼 '홈닉'과 빌딩플랫폼 '바인드' 사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통적인 시공 중심에서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기반을 다져 스마트시티 대전환의 포문을 열겠다는 것. 삼성물산 관계자는 "물리적 공간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사업 영역을 지속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으로 공간의 진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주택사업 등 기존 건설사업의 수익성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업역 다각화를 고려해 건설사들이 본격적인 신규 사업에 시동을 거는 시점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경기가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형 건설사는 더 보수적으로 주택사업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고정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친환경, 디지털 등 신사업 등을 확장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는 회사도 여럿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무통'을 선호한다는 데 있다.
금호건설은 25일 주총에서 정지훈 사외이사를 재선임한다. SC제일은행(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글로벌기업금융부 이사 출신의 정 이사는 현재 금융컨설팅 업체 '아우름 컨설팅 앤 어드바이저리' 대표다.
24일 주총을 여는 DL이앤씨는 김생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 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김 CFO는 한양대 경영학 학사 출신으로 LG 재경팀 부장을 지냈다. 디앤오와 서브원, LX판토스, LF푸드 등 다수의 회사에서 재무 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정연기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을 사외 이사로 선임하고자 한다.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 등 30년간 금융업에 종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주총은 26일로 예정됐다.
27일 태영건설은 주총에서 양세정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양 교수는 한국소비자학회장, 기획재정부 경제교육관리위원 등을 맡아온 금융·경제 분야 전문가다.
최근 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법정관리에 나서는 등 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또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해 건설사의 이익창출력은 둔화되고 미분양 누적에 따라 현금 흐름도 악화되는 모습"이라며 "올해에는 보유 자산 매각이나 계열로부터의 지원 등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입 구조 장기화를 통해 유동성 대응에 나서는 곳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 건설부문은 주주총회에서 김승모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김 대표는 1991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한화큐셀코리아 대표이사, 한화 방산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2022년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등 역세권 복합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새로운 먹거리로 데이터센터 시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임기 연장은 주총에서 결의되는 사항으로 현재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핵심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실적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주총은 26일로 예정돼 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