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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아닌 '필수'가 된 AI, 예술에선 어떻게 쓰이나…코리아나미술관의 AI전

기사입력 : 2025년04월13일 22:16

최종수정 : 2025년04월16일 01:11

인공지능의 시대, 예술은 무엇을 질문하는가
코리아나미술관 국제기획전 '합성열병',6월28일까지
국내외 작가 9명의 다양한 질문과 실험 한자리에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현대인에게 인공지능(AI)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궁금한 것을 찾아주는 단순한 검색엔진, 문서작성 등을 도와주는 보조적 도구에 그치지 않고, '삶을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미처 인식하지 않았지만 이미 AI는 내 삶 속으로 깊숙히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에서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인식되고, 어떻게 쓰여지며,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에서 개막했다.

코리아나미술관은 놀라운 속도로 진화발전하며 우리 삶 속으로 깊숙히 스며든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본 국제미술전시를 마련했다. 이 전시는 동시대 작가 9명의 시선으로 인공지능을 둘러싼 인간들의 흥분과 두려움과 현재의 지형을 '합성열병'이란 타이틀로 살펴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싱가포르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호 루이 안의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 2024. 실시간 AI 생성 이미지와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75분, 시트지 가벽, 모래, 캠핑의자.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전경. 2025.03.30 art29@newspim.com

'합성(synthetic)'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AI의 생성 메커니즘을 가리키며, '열병(fever)'은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이 초래하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합성열병'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1930~2004)의 저서 '아카이브 열병(Archive Fever)'(1995)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데리다는 아카이브를 단순히 과거 보존의 공간이 아닌 기억과 망각, 권력과 욕망이 뒤얽힌 역동적인 장으로 봤다. 전시는 이런 개념을 'AI시대의 합성 미디어 환경'으로 확장해 탐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AI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반향과 그로 인해 파생된 쟁점을 9명 작가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망한다.

◆합성열병:AI의 생성은 곧 합성의 기술, 사회·기술적 변화의 과도기 도래

최근들어 AI의 발전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이자 촉진제로 작용하며 현대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포스코같은 거대 기업은 AI를 활용해 생산성 극대화라는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기도 하고, 딥페이크, 정보조작, 개인정보및 저작권 침해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예술계에서도 양측면이 공존한다.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를 몇초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생성형 AI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믿었던 '창의성'의 경계를 허물고, 창작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이로써 챗GPT와 같은 AI 기반 생성 모델들은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누구든 손쉽게 고품질의 합성 이미지, '더 진짜 같은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로렌스 렉(Lawrence Lek)이 인간과 AI의 미래 서사를 다룬 83분 길이의 국내 미발표 영상 '아이돌(AIDOL)', 2019. 코리아나미술관 합성열병 전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미지 제공=코리아나미술관] 2025.04.13 art29@newspim.com

생성형 AI는 마법처럼 순식간에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했거나 외면했던 이야기가 숨어 있다. 'AI는 정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코리아나미술관의 '합성열병'전은 AI 기술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찬양하지 않고,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AI가 창작과 사회에 끼치는 복합적 영향과 숨겨진 문제들을 살피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이 생성형 AI의 환상 너머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장(場)을 만들고 있다.

◆국내 최초 공개되는 해외 작품과 국내 작가들의 신작을 한 자리에

'합성열병'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인간의 주체성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데이터 추출과 편향, AI 환각, 유령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사진, 회화, 미디어 설치작품 약 30점을 통해 다층적으로 선보인다.

코리아나미술관의 유승희 관장은 "AI 하면 무조건 낯설고,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늘 이 AI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반향에 대한 쟁점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기획전을 마련했다. 최근 AI 아트의 확산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 놀라울 정도다.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 미래를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조망해봤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과 국내 작가들의 신작을 두루 만나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로렌스 렉(b.1982)이 인간과 AI의 미래 서사를 다룬 83분 길이의 국내 미발표 영상 '아이돌(AIDOL)'(2019)이 최초 공개돼 눈길을 끈다.

독일 출생의 말레이시아계 중국인으로 런던서 활동 중인 로렌스 렉은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현실을 반영한 미래 세계를 몰입형 가상환경으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사회·정치 구조 속 예술과 기술이 재구성되는 미래를 그려왔는데 그의 대표작인 '아이돌'은 중화미래주의 세계관으로 구성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트랙비디오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065년 가상의 말레이시아를 배경으로 쇠락한 왕년의 슈퍼스타(디바)가 e스포츠올림픽 '콜 오브 뷰티'의 복귀공연을 위해 AI 작곡가 지오(Geo)를 몰래 영입해 히트곡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이 서사를 통해 로렌스 렉은 '인간(바이오)' 대 '인공지능(신스)'간의 길고 복잡한 투쟁을 다루며 예술의 독창성과 AI와의 미래 관계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요나스 룬드 '어떤 것의 미래' 2023,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3분41초. [사진=코리아나미술관]2 025.04.01 art29@newspim.com

올 봄 막을 내린 파리 퐁피두센터의 'AI'전에 초대받았던 싱가포르 작가 호 루이 안(b.1990)은 퐁피두센터에서 선보인 신작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를 한국팬에게 공개한다. 작가는 목가적 풍경의 초대형 사진 패널을 세우고 그 앞에 두 대의 대형 모니터를 설치했다. 왼쪽에는 작가의 논지를 설명하는 강연 자료가 상영되고 있고, 오른쪽에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송출된다. 관람객은 캠핑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인공지능이 기술적 도구를 뛰어넘어 사회적 기억과 권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게 된다.

호 루이 안은 글로벌 거버넌스와 포스트식민주의 사회에서 노동과 기술, 자본의 교차점에 주목한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구글의 문화연구소 행사에 참석해 듣게 된 발표에서 비롯됐다.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싱가포르 화가 추아 미아 티의 그림 속 인물을 마주한 경험으로부터 시작해, 사이버네틱스, 식민주의 전략, 후기자본주의, 말레이반도의 역사를 마셜 맥루한의 '지구촌' 개념과 연결해 식민주의적 감시체계와 현대 AI 네트워크의 유사성과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의 문화적 조건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생성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신경망 모델이 역사적 형상들을 단순한 데이터 패턴으로 변환할 때 그에 대한 성찰과 윤리적 판단은 사라질 수 있음을 밝힌다. 특히 학습을 위한 데이터셋에는 편향이 존재하는 한편, 신경망은 어떠한 역사적 판단과 윤리적 입장에도 편향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 요나스 룬드(b.1984)는 생성형 AI로 영상과 이미지를 제작한 두점의 단채널 비디오 작품을 출품했다. 작가는 근미래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시스템이 인간사회의 구조, 정체성,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먼저 '아무것도 아닌 것의 미래'는 인공지능 및 기술의 발달로 자동화된 기계가 업무를 대체하고, 인간의 일자리와 자율성이 위협받는 미래에서 개별 주체들의 절망, 불안, 저항을 다루고 있다. '어떤 것의 미래'는 일곱 개의 집단 그룹상담을 통해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소외, 정체성 변화, 기술의존성이 초래하는 불안 등을 고찰한다. 두 작품에서 작가는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과 가치를 재고하고,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윤리적, 철학적 쟁점을 제시하고 있다.

말레이반도의 디아스포라와 탈식민주의 역사에 스며있는 거대 서사를 다뤄온 프리야기타 디아(b.1992)는 '열대 터빈'아라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열대 터빈'은 동남아시아의 고무 플랜테이션 역사와 디지털 시대의 '데이터 추출주의'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한 2채널 비디오 작품이다. 작가는 두 착취의 형태가 서로 다른 듯하지만 종국적으로는 오버랩된다고 주장한다. 즉 식민시대의 추출이 권력의 불균형, 불투명성 같은 원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오늘날 디지털사회에서는 인간 활동이 AI와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되고 수치로 변환돼 데이터화되면서 새로운 형식의 착취와 식민지적 관행으로 이어진다고 비교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나선형의 소용돌이는 고무 채취 패턴을 재구성한 것으로 식민지적 추출을 은유한다. 나선형은 중심으로의 이동과 그로부터의 이탈이 가능한 형태이며, 이는 관객을 창조와 소멸의 무한한 세계로 이끌고 식민지적 권력과 착취의 본질을 넘어 이러한 고리를 풀고 재조정하는 방식을 상상하게 만든다.

[서울=뉴스핌] 정영호 'Face Shopping' 연작, 2020,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50x40cm(each).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30 art29@newspim.com

한국 작가인 김현석(b.1988)은 인공지능과 공동집필한 소설을 오디오 설치형식으로 제안한 '메모리즈'를 출품했다. '메모리즈'는 구버전의 텍스트 생성 AI모델인 GPT-3와 작가가 함께 한줄씩 주고받으며 공동집필한 8편의 옴니버스 소설이다. 각 소설은 '1975년 최초의 디지털 이미지'부터 '딥페이크 오바마'까지 디지털 이미지 처리역사의 분수령이 된 8개의 이미지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21, 2023년 각기 다른 형식으로 발표됐고, 이번에는 2025년 새 버전을 만날 수 있다.

관객은 푹신한 빈백 소파에 앉아, 캐릭터 손 모양의 3D조형물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재생되는 영상과 함께 오디오북 형식의 소설을 들을 수 있다. 전통적인 '독서' 보다는 영상콘텐츠 시청이 압도적으로 증가한 현대의 미디어 소비 행태의 변화, AI 음성 합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오디오북 콘텐츠의 확산 등 기술이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작업이다.   

정영호(b.1989)는 사진을 중심으로 동시대 기술매체가 시각 경험을 매개하는 방식을 탐구하며, 스크린을 경유해 마주하는 AI 생성 이미지와 육안으로 경험하는 현실세계와의 간극을 조명한다. 마치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것 같은 가상의 이미지를 통해 실재와 재현, 원본과 변형의 구분이 점차 해체되고 있는 현실을 다룬다.

정영호의 출품작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빨강, 파랑, 초록으로 구성된 패턴이 명도 차이를 두고 배치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스마트폰에 사진을 띄우고 카메라를 스크린에 밀착해 접사촬영하는 방식을 통해 패턴을 가시화한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에서 이러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으며, 흑백 사진과 프린트가 중첩되어 있는 '무릎 수건'에서는 두 이미지를 통해 서로 다른 세계의 대비를 살펴볼 수 있다. 카메라를 비롯한 네트워크, 스크린 등의 물리적인 기술 조건을 거친 화면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과 현실세계에서 느끼는 감각과 정서의 차이를 주목한 작품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방소윤 '내가 너를 보듯, 너도 나를 보았니?' 2024, 캔버스에 아크릴, 175x175cm. [이미지 제공=코리아나미술관]
[이미지 제공=코리아나미술관] 2025.03.30 art29@newspim.com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방소윤(b.1992)은 동등한 위계의 디지털및 현실 경험을 바탕으로 두 세계간 감각적 간극을 회화를 통해 탐구해왔다. 작가는 3D 프로그램및 AI 기술로 가상의 이미지를 구현한 뒤, 이를 캔버스에 재현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현실의 접점을 만들어낸다. 디지털 텍스처의 매끄러움을 가시화하기 위해 미세한 입자를 표면에 분사하는 방식의 에어브러시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의 '폴리모프' 연작은 작가가 AI 이미지 생성기를 동등한 인격체로 간주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생성한 이미지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작은 황동조각 '무제'를 AI에게 학습시키며, 가상의 이미지에 탈 조각을 씌우고 인공지능과 함께 이미지를 재구성(reimage)했다. 이 과정에서 AI는 배경과 형상을 구분하지 못하며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인식했고, 이로 인해 빈틈과 오류의 결과물로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냈다. 방소윤은 이같은 재구성 과정을 계속 추적하고 변형하며,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형상의 일부를 캔버스에 담아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양아치 '고스트 1.0.0 '.2025, 2채널 비디오(프로젝션+모니터), 컬러, 사운드, 35분, 혼합매체, 가변크기.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전경. 2025.03.30 art29@newspim.com

양아치(b.1970)는 기술중심 사회 속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과 그 이면의 사회문화, 정치적인 영향력을 비판적인 태도로 탐구해온 작가다. 감시 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스마트 시티 등의 미래지향적 기술과 매개하는 현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모색해왔다. 그의 신작 '고스트 1.0.0'는 오랜 기간 지속해온 리서치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비물리적 환경이라 여겨지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을 탐구한다. 프로젝션된 화면에서 작가는 구글 어스(Google Earth)의 위성 이미지를 통해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단지 등 현대기술 인프라와 밀접한 장소를 주목하는데, 이들 일부는 한국에서 보안을 위해 감춰진 시설이다.

모니터에는 가상의 인물 '샐리'가 시리, 빅스비 같은 지능형 개인비서를 부르며 유령, 플랫폼, 인공지능에 대한 문답을 나눈다. 작가는 개인과 사회, 자본과 군사, 데이터와 환경파괴가 얽힌 복합적 네트워크에 접근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개인의 정보와 국가안보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탐구한다. 이를 통해 기술이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권력구조와 네트워크에 긴밀히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장치임을 드러내고 있다.

기술과 기계가 인간과 맺는 관계에 관심을 갖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가상과 현실세계의 교차점을 탐구해온 장진승(b.1991)은 이번 전시에서 고도화된 AI를 탑재한 전쟁기계와 자율무기 활용이 촉발한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시각 체계에 주목한 신작 영상을 선보인다.

장진승의 '깊은 정찰:스펙트럼 해독자' 속 가상세계의 시뮬레이션은 현실적 비현실을, 풀-스펙트럼 카메라로 촬영한 현실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비현실적 풍경을 그려내며 서사를 펼쳐간다. 영상의 주인공인 해독자는 설산에서 처음 감지한 신호를 따라 사막을 힘들게 지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흐려진다. 마침내 섬에서 그는 결국 신호를 해독하는 존재에서 생성하는 존재로 변모하고, 도시에서는 더 이상 무엇을 해독할 필요 없이 기계가 바라본 세계와 마주한다. 결국 인간의 시선은 이제 기계적 시각을 이해할 수 없는 잔향으로만 남게 된다. 제목에 언급된 '스펙트럼 해독'은 알고리즘의 규칙과 체계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데이터의 구조와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기계의 시각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장진승 '깊은 정찰:스펙트럼 해독자', 2025, 단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이미지 제공=코리아나미술관] 2025.03.30 art29@newspim.com

'오늘날 AI는 예술에 어떻게 스며들고, 과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합성열병'전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인공지능과 예술과의 관계,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문제점 등을 돌아보게 한다.

서지은 학예팀장은 "생성형 AI라는 기술은 예술계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이자 많은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무조건 찬양하거나 무조건 비판하기 보다는 'AI가 과연 예술가를 뛰어넘어, 창조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 기술 이면에 도사린 여러 단면과 요소들을 작가의 작품과 함께 탐색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미술관, AI 전시 잇따라 개최

근래들어 세계 주요 미술관들은 인공지능(AI)을 현대미술과 테크놀로지의 관점에서 탐구하는 전시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도쿄 모리미술관은 '머신 러브: 비디오 게임, AI, 그리고 현대미술'을 올 2월부터 개최 중이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가 인공지능을 테마로 한 기획전을 개최한데 이어 파리의 현대미술관인 주드폼(Jeu de Paume) 국립미술관도 'AI에 따른 세계'를 최근 개막했다. 지난 10년간 현대예술가들이 AI를 활용한 방식과 AI가 미술 안에서 자리잡아온 과정을 살펴본 전시다. 이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의 코리아나미술관의 '합성열병'은 시의성 있는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편 대중에게 'AI 아트'를 각인시킨 곳은 글로벌 미술품경매사 크리스티다. 크리스티는 지난 2018년 프랑스의 3인조 작가그룹 오비어스가 AI를 활용해 그린 가상의 남성초상화를 약 5억원에 판매해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예상가의 40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이 사건 후 각국에서 AI 아트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AI 테크놀로지를 작업에 솜씨 좋게 녹여내는 레픽 아나돌(미국)같은 슈퍼스타 작가들도 잇따라 탄생했다.

크리스티는 올 2월에는 AI로 만든 작품만 모은 '증강지능'경매를 개최했는데, 이 소식에 6500명에 이르는 인간 예술가들이 '경매취소'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작품 생성을 위해 사용된 AI 도구들이 예술가들의 허락 없이 작품을 학습했다. 저작권 침해이자 도용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경매를 강행했고, 34점 중 28점이 판매되는 성과(낙찰액 총10억원)를 거뒀다. 

소더비도 작년 11월 AI 로봇아티스트 '아이다'가 그린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영국)의 초상화 '인공지능 신(AI God)'을 추정가의 7배에 달하는 15억원에 팔며 기염을 토했다. 앨런 튜링은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과학자인데 로봇 아티스트가 튜링을 그렸다는 점이 화제를 증폭시켰다. 이 사건으로 AI와 예술의 교차점이 확대되고, 다변화되고 있음을 환기시켰다. 아이다의 창작자인 에이단 멜러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윤리적·사회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도도한 흐름은 시작됐다. 이번 초상화는 AI의 힘이 우리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것인지 질문하게 한다"고 했다.

예술에서 AI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고, 어떻게 쓰이며, 어떻게 평가 해석되고 있을까를 다양한 작업을 통해 짚어본 코리아나미술관의 기획전 '합성열병'은 오는 6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또한 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5 박물관·미술관 주간(5.2~5.31)'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게더링 AI-모두를 위한 기술 접근성'을 운영한다. 강연과 워크숍, AI 리터러시 레벨 테스트, 보드게임 체험존 등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AI기술에 대한 이해와 예술의 관계를 깊이 탐구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코리아나화장박물관에서는 서른번째 소장품테마전인 '정성을 담은 보자기'를 오는 8월 14일까지 개최한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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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안에 13가지 암 찾는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혈액 검사 데이터만으로 3초 안에 13가지 조기 암을 찾아내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식약청(FDA)은 12일(한국시간) AI를 활용한 의료 시범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전 부문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틴 A. 마카리 FDA 박사가 이끄는 이번 계획은 올 6월 30일까지 모든 FDA 센터에 AI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뉴스핌 DB] FDA에 따르면 AI의료 혁신은 단순히 진단만 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향후 5년간 암 발생 확률을 예측할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에는 '거짓말 필터'가 내장돼 있어, 환자가 숨긴 병력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혈액 검사 데이터만으로 3초 안에 13가지 조기 암을 찾아낼 수 있으며, 정확도는 대형병원 의사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진료 비용은 인간 의사의 1/20에 불과하며. 다만, 매년 999달러의 'AI 사용 연회비'를 내야 한다. 마카리 박사는 "AI 시범 사업 성공에 큰 감명을 받았다. 검토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비생산적인 반복 작업을 줄일수 있다. AI혁신 의료 기술은 새로운 치료법 검토 시간을 가속화하는 데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라고 밝혔다. FDA의 신약평가연구센터(CDER) 신약평가과학국 부국장인 진중(진) 리우는 "이는 게임 체인저 기술이다. 3일 걸리던 작업을 몇분 만에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새 AI의료 혁신은 FDA의 패스트트랙(그린 채널)을 통과해 다음 주부터 뉴욕 장로회 병원에서 시험 운영된다. fineview@newspim.com 2025-05-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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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스 호투...한화 12연승 날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독수리가 마침내 12연승까지 날아올랐다. 김광현은 양현종과의 '레전드 매치'에서 웃었지만 김도영에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화장한 날씨를 보인 이날 더블헤더를 포함해 8경기에 총 14만7708명의 관중이 입장해 역대 일일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일일 최다 관중은 지난해 6월 23일 역시 8경기에서 기록한 14만 2660명이었다. 단독 선두 한화는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방문 경기에서 라이언 와이스의 호투를 발판 삼아 8-0으로 승리했다. 와이스는 8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뽑으며 1안타 무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봉쇄했다. 라이언 와이스(왼쪽)와 노시환. [사진=한화] 한화가 12연승을 거둔 것은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5월 이후 33년 만이다. 당시 빙그레는 14연승까지 거뒀다. 한화는 3회초 2사 1, 3루에서 키움 포수 김재현의 2루 악송구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1-0으로 앞섰다. 5회에는 2사 2, 3루에서 키움 선발 김윤하의 폭투로 1점을 추가한 뒤 노시환이 유격수 강습 중전 적시타를 때려 3-0으로 달아났다. 6회에는 이진영의 솔로 홈런과 이도윤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해 5-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한화는 9회초에도 3점을 보태 쐐기를 박았다. 대구에서는 문성주가 혼자 4타점을 뽑은 LG가 삼성을 7-4로 꺾었다. LG는 전날 더블헤더 1, 2차전을 포함해 3연승을 달린 반면 삼성은 8연패의 늪에 빠졌다. 1-3으로 끌려가던 삼성은 6회말 선두타자 구자욱이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자 김영웅이 좌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려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르윈 디아즈는 우측 외야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백투백 홈런을 터뜨려 4-3으로 역전시켰다. 문성주. [사진=LG] 하지만 LG는 7회초 2사 만루에서 문성주가 좌측 펜스 상단을 때리는 3타점 2루타를 터뜨려 단숨에 6-4로 다시 뒤집었다. 8회초에는 2사 만루에서 홍창기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보태 승부를 결정지었다. 더블헤더가 펼쳐진 인천에서는 SSG가 1차전에서 KIA를 8-4로 꺾었다. SSG는 4-1로 앞선 4회말에는 조형우의 적시타와 최지훈의 3루타 등으로 3점을 추가해 7-1로 달아났다. KIA는 5회초 최형우가 투런홈런을 날렸으나 더는 추격하지 못했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은 4이닝 동안 개인 최다인 7실점하고 무너졌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선발 대결을 펼친 2차전에서도 SSG가 5-1로 승리했다. KIA는 4회초 김도영이 좌중월 솔로홈런을 날려 선취점을 뽑았다. SSG는 6회말 채현우의 3루타 등 4안타와 볼넷 4개를 묶어 대거 5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7이닝 1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김광현은 승리투수가 됐고 5.1이닝 3안타와 볼넷 2개로 3실점 한 양현종은 패전투수가 됐다. 김광현. [사진=SSG] 잠실에서는 NC가 두산을 맞아 더블헤더 1차전을 11-5로 이긴 뒤 2차전마저 5-2로 승리했다. NC는 7연승을 달리며 4위로 뛰어올랐다. 두산은 1차전 1회말 상대 실책 속에 양석환의 2루타와 볼넷 3개를 묶어 먼저 4점을 뽑았다. 그러나 NC는 2회초 두산 선발 콜 어빈의 제구가 흔들리는 사이 3안타와 4사사구로 6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3회에는 안중열의 2루타로 2점을 추가한 NC는 4회에도 1점을 보태 9-4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천재환. [사진=NC] 2차전에서 NC는 2회초 천재환이 선제 솔로홈런을 날렸으나 두산은 2회말 1사 만루에서 김기연이 2타점 우전안타를 날려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NC는 3회초 4안타와 볼넷 2개로 4점을 뽑아 5-2로 재역전했다. 수원구장 더블헤더 1차전은 롯데가 6-1로 승리했으나 2차전은 kt와 1-1로 비겼다. 롯데는 1차전 1회초 전준우의 투런홈런 등으로 먼저 3점을 뽑았다. kt가 1회말 실책을 틈타 1점을 만회했으나 롯데는 3회초 전준우가 희생플라이로 다시 1점을 보탰다. 박세웅. [사진=롯데] 승기를 잡은 롯데는 6회와 9회에도 1점씩 보태며 승부를 갈랐다. 롯데 선발 박세웅은 6.1이닝을 4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막고 시즌 8승(1패)째를 거둬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섰다. 2차전에서 kt는 1회 안현민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으나 롯데는 4회초 안타 없이 사사구 4개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서 무승부가 됐다. psoq1337@newspim.com 2025-05-1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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