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위반·업무방해 혐의 유죄
"버스 운행 중단 행위는 위력 해당"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미신고 집회를 열고 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대표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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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사진=뉴스핌DB] |
박 대표는 2021년 4월 8일 오후 6시40분경부터 같은 날 오후 7시3분경까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전장연 회원 20여명과 함께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라'며 집회를 진행하던 중 정차하려는 버스를 가로막아 23분간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박 대표는 자신의 몸을 정차한 버스 앞문에 쇠사슬로 연결해 묶었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모두 하차해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했다.
검찰은 박 대표가 사전 신고 없이 옥외집회를 개최했다며 집시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집시법 제6조 제1항은 사전 신고 대상이 되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목적·일시·장소 등 사항을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들에게 표현의 자유와 집회를 개최할 권리를 보장하지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이 제대로 운행되지 못하게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와 권리를 남용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로 어떠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박 대표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이 사건 집회는 적법한 신고 절차 없이 이뤄져 위법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 등이 버스 운행을 강제로 중단시킨 행위는 그 행위의 방법과 내용을 고려할 때 시위의 일환으로 행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서 업무방해죄에서 규정하는 '위력'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형법상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고 없이 집회를 개최한 점, 집회 방식이 버스 앞을 가로막는 등 위험성이 높은 방식이었던 점, 이로 인해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에 현실적인 장애가 발생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들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이동할 권리가 이렇게 하찮게 취급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공정한 판결인지 유감스럽다"며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집시법 위반죄, 업무방해죄의 성립, 정당행위,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박 대표의 상고를 기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