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전기차 전용주차구역 실태조사 결과 발표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 어려운 부적합한 위치에 설치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공용주차장 내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에 대해 실태조사한 결과,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현상 등에 대비해 주차면에 떨어진 거리(이격거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차장에 질식소화포를 비치하지 않은 곳도 상당수였다.
한국소비자원은 실내 공영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에 대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소방대원이 화재를 진압하고 민간인이 대피하는데 부적합한 위치에 있거나, 주차면끼리 서로 인접해 있어 화재가 확산할 우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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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소비자원] 2025.03.19 100wins@newspim.com |
전기차 화재가 지하에서 발생하면 소방차와 소방대원의 신속한 접근이 어렵고 밀폐된 공간에 연기와 열이 갇혀 대피와 소화 작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화재보험협회의 전기차 충전설비 안전기준(KFS-1130)에서는 전기차 충전설비를 지상에 설치하고 부득이한 경우 지하 2층 이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전기차 충전설비의 설치 위치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주차장 30개소 중 19개소(63.3%)가 지하층에 충전시설을 설치했다. 이 중 6개소(20%)는 지하 3층 이하에 설치해 화재 발생 시 진압이 어려울 수 있었다.
특히 직통계단(피난계단)에 인접한 곳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와 열이 직통계단으로 빠르게 확산해 화재진압과 대피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부산소방재난본부의 '전기차 전용주차구역 소방안전가이드'에서는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을 직통계단과 멀리 떨어진 위치에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직통계단 주변에 전기차 전용주차구역 설치 행태를 조사해 보니 조사대상 30개소 중 10개소(33.3%)는 직통계단과 인접한 위치에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해 화재 발생 시 직통계단 사용이 어려울 수 있었다.
전기차 화재는 제트 화염이 주변 차량으로 번지면서 화재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 이에 영국의 '실내 주차장: 전기차 화재 안전 가이던스'에서는 전기차 간 거리를 넓힐 수 있도록 기존 3개의 주차면을 2개로 전환하는 등 주차면 간 최소 90~120센티미터(cm)의 여유 폭을 둘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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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소비자원] 2025.03.19 100wins@newspim.com |
전기차 전용 주차면 간 이격거리 유무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주차장 30개소에 있는 전기차 전용 주차면 835개 중 좌우 모두에 이격거리를 두거나 별도 공간에 분리한 주차면은 48개(5.7%)에 불과했다.
또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이나 배터리 셀 간 화재 확산, 유해 가스 발생 등의 특성 때문에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화재진압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질식소화포 등을 통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조사대상 주차장에 질식소화포 비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주차장 30개소 중 절반인 15개소(50%)에서만 질식소화포가 비치돼 있었다.
소비자원은 조사대상 주차장 관리주체와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전기차 전용주차구역 및 충전시설에 소화설비를 설치하고 충전시설의 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아울러 관계 부처에는 전기차 화재 특성을 고려한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의 안전 기준 마련을 건의할 예정이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