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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족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제약업계 경영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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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이 봉합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제약업계에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의 그림자가 또다시 드리우고 있다.

최근 동성제약과 콜마비앤에이치에서 잇달아 오너 일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다. 내부 균열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돼 우려가 크다.

산업부 김신영 기자

지사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이름을 알린 동성제약은 1957년 설립된 전통 있는 중견제약사다. 갈등의 중심에는 지난해 경영권을 잡은 나원균 대표와 그의 삼촌 이양구 회장이 있다. 창업주 고(故) 이선균 회장의 막내아들인 이 회장이 지난달 보유 주식 전량(14.12%)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 분쟁이 촉발된 것이다. 

매각 조건으로는 브랜드리팩터링이 지정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고 계약일로부터 50일 이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선임 안건을 처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계약은 나 대표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고, 나 대표가 경영권을 잡은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지분 매각이 이뤄지며 회사는 혼란에 빠진 상태다. 

나 대표의 보유 지분은 4.09%에 그쳐 분쟁에 있어 불리한 상황이다. 이에 나 대표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맞불을 놨다. 법정관리 신청이 접수되면 가처분과 임시주총 소집 등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동성제약이 적자에 이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불안정한 경영이 지속됐지만, 나 대표를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전통 제약사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조직 내부의 불안감만 커지는 모습이다. 

콜마홀딩스의 계열사인 건강기능식품 제조사개발생산(ODM) 기업 콜마비앤에이치 또한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장남인 윤상현 콜마그룹 부회장과 차녀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간의 갈등이 한창이다. 지난 7일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에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면서다.

콜마홀딩스는 이사진 교체의 명분으로 실적 부진을 지적했으나, 콜마비앤에이치는 최근 2년간 건강기능식품 산업 전반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 성장을 달성하며 업계 내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615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는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2022년 611억원, 2023년 302억원, 2024년 246억원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윤 대표는 지난해 콜마비앤에이치의 단독대표로 전환되면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주요 경영 의사 결정이 모두 지주사와 윤 부회장의 협의 하에 이뤄졌음에도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돌연 과거 실적 부진과 주가하락 리스크 등을 이유로 경영정상화를 언급하며 여동생인 자회사 대표의 경영 역량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콜마비앤에이치의 최대주주인 콜마홀딩스가 지분 44.63%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사실상 결론이 정해져 있는 싸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제약업계의 오너 일가 중심 리더십이 기업의 정체성을 지키고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지만,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까지 지속됐던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 이전에도 과거 동아제약과 녹십자 등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문제는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피해는 구성원과 주주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고, 내부 직원들에겐 조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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