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피고인신문서 "자료 제시받아 착오로 진술한 것"
최근 재판부에 의견서…"과거 검찰 진술, 사실과 달라"
민주당 "李 대장동 사건 증거조작"…담당 검사 고발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법정에서 "과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일부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부분이 있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대장동 일당의 배임 혐의 핵심이 되는 공공과 민간의 이익 배분 방식과 관련해 자신의 기억이 아닌 검찰이 제시한 자료에 따라 유도된 진술을 했다는 게 정 회계사의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정민용 변호사, 정 회계사의 속행 공판을 열고 정 회계사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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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 [사진=뉴스핌DB] |
정 회계사는 최근 재판부에 '피고인 정영학의 기존 진술 중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2021년 10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대장동 택지 예상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으로 예상했으나 공공의 이익이 많은 것처럼 모양새를 꾸미기 위해 평당 1400만원으로 사업제안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의견서에서는 "평당 1400만원으로 축소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검찰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평당 가격을 자의적으로 낮게 설정해 초과이익을 가져가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손해를 입혔다며 4895억원을 배임액으로 보고 있다.
정 회계사 측은 의견서를 통해 "잘못된 기억에 의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부분이 있고, 수사기관으로부터 피고인이 작성하지 않은 자료를 제시 받고 피고인이 작성한 것으로 오인함에 따라 객관적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부분이 있다"며 "구속에 대한 압박과 두려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 측도 이날 "대장동 택지 예상 분양가격과 관련해 검사가 잘못된 자료를 제시하면서 답변을 유도했다는 게 증인의 입장인가", "당시 진술 내용이 기억에 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진술했나"라며 정 회계사가 낸 의견서 내용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정 회계사는 당시 검사와 변호인이 싸우고 나간 적도 있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며 조사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는 택지 예상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으로 평가한 자료를 제시받고는 본인이 평가한 것으로 착오하고 진술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고의로 허위 진술을 한 것이 아니라 제시받은 자료가 있었고 김씨도 평소 (민간이) 공공보다 (이익을) 많이 가져가면 안 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는 구속에 대한 압박과 부담감으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도 검찰 질문에 따라 잘못 진술한 게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의견서 내용에도 동의한다고 했다.
정 회계사가 낸 의견서와 관련해 이건태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지난 1일 "정 회계사가 개발비리 범행 당시 분양가를 1500만원으로 예상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평당 1500만원이라는 엑셀 파일 자료'를 만든 것처럼 검사가 증거를 조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다음 날인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를 증거 위·변조 및 사용죄,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정 회계사가 제공한 파일에 실제 1500만원을 입력해 '당시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했었다는 것인지'를 정 회계사에게 확인했고, 모든 조사 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해 서명·날인까지 했다"며 "정 회계사는 2022년 9월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도 정 회계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가 이 대통령과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에 유출됐다고 지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