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용자 위해 개인정보 보호정책 개선하기로
빅테크 기업 개인정보 유출 우려↑…"남용 방지"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제3자 등에게 제공한 한국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내역을 공개하라며 인권활동가들이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11년 만에 종결됐다. 양측은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 열람 사이트를 한국어로 제공하는 등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개선하는 데 합의했다.
이 사건에 원고로 참여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은 10일 서올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구글 열람권 소송 종결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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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구글이 제3자 등에게 제공한 국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내역을 공개하라며 인권활동가들이 제기한 소송이 11년 만에 종결됐다. 양측은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 열람 사이트를 한국어로 제공하는 등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개선하는데 합의했다. 2025.06.10 jeongwon1026@newspim.com |
지난 2014년 국내 인권활동가들은 구글 본사와 구글 코리아를 상대로 수집·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 및 서비스 이용내역을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구글 측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인권활동가들은 정보 내역 공개와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구글 본사가 비공개 의무가 부과된 사항을 제외하고 제3자에게 제공한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 제공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일부 청구를 인용했다. 구글코리아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구글코리아는 구글 서비스 제공 주체가 아니라 정보 제공 의무가 없다고 본 것이다.
2심은 구글과 구글코리아 모두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로서 개인정보 제공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보면서도 미국 법령상 비공개 의무를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열람이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위자료 청구는 1, 2심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외국 법령의 존재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고, 해당 법령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외국 법령의 존중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 요건이 충족돼 실질적으로 비공개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양측은 원고들의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 열람 의무를 이행하고, 미국 법령상 비공개 의무가 해제됐음을 미국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통보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문서로 제공하는데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비공개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 이용자들을 위해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 열람 사이트를 한국어로 제공하고, 개인정보 처리방침 추가 정보 페이지에 데이터 처리 목적과 목적별 처리 데이터에 관한 상세 내용을 추가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개선하는데도 합의했다.
원고 측 대리인 양홍석 변호사는 "구글이 이용자의 개인정보 등을 정부기관에 제공하는 경우 제공사실 자체를 비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한국 법정에서 소명하기는 어렵다. 또 구글이 비공개 의무를 지는지 여부 자체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도 이를 이용자들이 밝혀내는데 한계가 있다"며 "소송기술상 여러 어려움이 있다 보니 합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분쟁 해결방식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철한 경실련 기획연대팀 팀장은 "내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했고, 누구에게 제공돼 사용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개인정보 열람권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국내 이용자에게 한국어 개인정보 열람메뉴 제공과 일부 개인정보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피해보상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 등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은 막대한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이를 자사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개인정보 정책이 잘못 운영되면 대규모 유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