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뉴욕 브로드웨이의 벨라스코 극장은 1960년, 한 연극이 폐막 위기를 딛고 성공을 거두며 '44번가의 기적'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유서 깊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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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토니상 6관왕을 휩쓴 '어쩌면 해피엔딩'.[사진=로이터 뉴스핌] jyyang@newspim.com |
뉴욕타임스(NYT)는 11일(한국시간) "벨라스코 극장에서 21세기 44번가의 기적으로 불릴만한 또 하나의 기적이 탄생했다"고 적었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최초의 한국 창작 뮤지컬인 이 작품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토니상 6관왕(뮤지컬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을 차지 '21세기 44번가의 기적'으로 불릴 만한 놀라운 반전을 안겼다.
2016년 서울 대학로의 300석 소극장에서 단 3명의 배우로 시작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 로봇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일본 공연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후 뉴욕 쇼케이스에서 브로드웨이 유명 제작자의 눈에 띄어, 2024년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으로 정식 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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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토니상 시상식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09 moonddo00@newspim.com |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에서의 시작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았다. 제목부터 생소하고, 인간의 감성을 탐구하는 로봇 이야기라는 다소 이질적인 소재는 브로드웨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도착하자마자 죽은 작품"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첫 공연은 공급망 문제로 한 달이나 연기되었고, 이는 재정난을 숨기기 위한 핑계라는 의심을 샀다. 한 틱톡 인플루언서의 '개막 불가' 가능성 제기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고, 주연 배우 대런 크리스조차 "이 쇼가 과연 막을 올릴 수 있을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회상할 정도로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프리뷰 시작 당시 티켓 판매액은 45만 달러에 불과했고, 주간 수입은 운영 비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좌석을 채우기 위해 티켓 가격을 45달러까지 낮춰야 했다. "로봇이 나오는 뮤지컬? 그게 뭔데?"라는 관객들의 반응 속에서 마케팅팀은 작품을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뮤지컬을 본 소수의 관객들은 그 진심과 감동에 매료되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개막 후 평론가들의 극찬이 쏟아지며 언론의 지지도 얻었다. 뉴욕타임스는 "황홀하다"고 평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사랑스러운 보석"이라 칭했다.
이후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주간 1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올 5월 초부터 이어진 매진과 함께 'K뮤지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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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대런 크리스, 데즈 듀론, 헬렌 J. 쉔, 마커스 최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 어워드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최우수 뮤지컬상을 수상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09 moonddo00@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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