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텍사스 레인저스 초청한 경기에서 시구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메이저리그(MLB)에서 눈부신 커리어를 남긴 뒤 KBO리그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추신수(42·SSG 랜더스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총괄)가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은퇴식을 통해 '34년 야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의 마지막 인사는 롯데와의 경기가 끝난 뒤 만원 관중 2만3000명 앞에서 이뤄졌다. 이날 시구는 아내 하원미 씨, 시타는 딸 소희 양, 시포는 추신수 본인이 맡아 '가족이 함께 꾸미는 은퇴식'으로 의미를 더했다. 미국에서 야구를 배우고 있는 두 아들도 한국을 찾아 그라운드를 함께 밟았다.
추신수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뛸 때 마지막 경기가 MLB 커리어의 끝이라는 예감은 들었지만 팬들께 정식으로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다"며 "이렇게 인사를 할 수 있어 축복받은 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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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가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전광판 고별 영상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SSG랜더스 유튜브 중계화면 캡처] |
MLB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나섰던 2020년 9월 28일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는 무관중이었다. 당시 그는 번트 안타로 1루를 밟은 뒤 부상으로 교체됐고 관중석에는 아내와 자녀 세 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미국에서 하지 못한 걸 한국에서 한다. 가족들도 그라운드에 함께해줘 너무 고맙다"고 말한 추신수는 "아내가 20년 넘게 야구 선수와 살아왔는데, 공 던지는 재능은 없더라"며 농담을 섞어 웃었다.
일각에선 '특별 엔트리'로 은퇴식 한 타석에 서는 것을 기대했지만 추신수는 처음부터 이를 사양했다. 그는 "김광현이 타석 한 번 서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배트도 잡지 않았다"며 "선수 생활에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2001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해 미국 무대로 건너간 뒤, 2005년 MLB 데뷔했다. 이후 2020년까지 16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기록하며 한국인 빅리거 중 최다 기록을 남겼다.
KBO리그 SSG에선 4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0.263, 396안타, 54홈런, 205타점, 51도루를 기록했다. 누적 성적은 압도적이지 않지만 최고령 홈런·도루·출루 등 타자 부문 고령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모범적인 노장의 전형을 보여줬다.
은퇴식에는 MLB 시절 동료이자 절친인 아드리안 벨트레와 콜 해멀스도 방한해 자리를 빛냈다. 두 선수는 전날엔 SSG 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진행했다. 추신수는 "미국에서도 내가 나쁘게 살지는 않았구나 싶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벨트레와 해멀스에게선 야구 잘하기 위한 과정을 배웠다. 그걸 SSG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추신수는 오는 8월 23일 텍사스 레인저스가 초청한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선다. 그는 "텍사스 구단이 여러 차례 시구 요청을 했는데, 마침 미국에 갈 일이 있어 일정을 맞췄다"며 "MLB를 떠난 지 오래됐는데 이렇게 기억해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날 추신수의 은퇴식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SNS에선 "진정한 레전드는 기록보다 태도였다", "추신수 덕분에 한국 야구가 더 커졌다", "MLB에서 마지막 인사 못 했던 게 안타까웠는데 한국 팬들이 따뜻하게 보내주니 감동"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