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
주택가격 기대심리, 높은 변동성·강한 지속성 지녀
기대심리 형성 8개월 후 실제 집값 상승 관찰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수요자들의 기대심리가 과열되면 실제로 주택 가격이 올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 과도한 시장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금리 인하기 더욱 심화될 수 있어 자산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한 별도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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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상승률과 기대심리 간 시차 상관계수. [자료=한국은행] |
17일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2023년 기준 한국 전체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1.5%다. 2024년 10월 한국은행 조사 결과 전체 가계신용 중 58.3%는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돼 있다. 집값이 급격하게 변하면 단순 자산가치의 변화를 넘어 금융시스
템의 안정성과 실물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택시장에서는 기대심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는 단순한 심리적 요인을 넘어 실제 주택 매매와 가격 형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기대심리란 현재 대비 향후 주택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지 응답자의 예상을 조사하여 지수화한 지표다. 100을 상회하면 상승 전망이 우세하고 반대로 하회하면 하락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한은은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물가 기대심리 대비 상대적으로 단기간 변화하는 폭이 크며, 한번 형성된 이후 장기간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일정 기간 가파르게 변화하다가, 추세가 전환되면 또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흐른다"며 "이는 통상 주택을 소비재가 아닌 투자자산 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가계의 심리에 따라 거시경제 여건 변화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그로부터 8개월 후 실제 집값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주택가격 자체의 과거
흐름보다는 주가, 금리, 착공실적 등의 여건이 기대심리 반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컨대 금리 상승은 주택 수요를 위축시키고, 착공실적의 증가는 향후 주택공급 확대 기대를 유발함으로써 주택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실제 가격과 가계부채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정책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높은 수준"이라며 "금리 인하기 기대심리 과열로 금융불균형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려면 유기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