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장난감은 어떻게 전 세계를 사로잡았나
레고는 장난감 브랜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거듭된 위기를 극복하고, 최고 실적을 기록한 레고의 힘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전 세계적으로 매년 8천만 명에서 9천만 명에 이르는 어린이가 레고 박스를 선물로 받는다. 1천만 명에 달하는 성인이 자신을 위한 레고 세트를 구매한다. 레고의 역사는 곧 20세기 장난감의 발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고는 1932년에 덴마크의 작은 마을 빌룬에서 목공소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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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레고 이야기' 표지. [사진 = 민음사] 2025.06.18 oks34@newspim.com |
창업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일찌감치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뒤를 이은 고트프레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1958년에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인 레고 브릭을 선보임으로써 레고를 장난감 시장의 절대 강자로 만들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레고는 오늘날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레고 이야기'(민음사)의 저자는 1년 반에 걸쳐 제3대 오너 키엘 키르크 크리스티안센과 인터뷰하고, 레고의 공식 기록 보관소를 이용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를 발굴해 냈다. 이 책은 설립자 가족의 공식 승인을 받은 가문 연대기인 동시에 가장 성공적인 가족 기업에 관한 비즈니스 도서이며, 어린이와 놀이에 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 주는 100년간의 문화사다.
2000년대 초 심각한 매출 감소와 적자에 그룹 산하 레고랜드의 지분 70퍼센트를 팔 수밖에 없었던 레고는, 20년이 흐른 2024년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다. 레고는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를 잃지 않았고, 이에 비디오 게임 시대의 도래도, 첫 적자 기록도, 스마트폰 보급과 영상 시장의 확장에도 살아남아 강해졌다.
이 책은 레고가 어떻게 나무가 아닌 플라스틱 브릭에 집중해 장난감 시장을 선도했는지, 어떻게 전 세계로 뻗어나가 현대 놀이 문화를 혁신했는지 소개한다. 가족 기업으로 가부장적인 측면이 강했던 레고가 변화를 시도하며, '좋은 브랜드'에서 '위대한 브랜드'로 나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레고가 파는 것은 단순한 블록이 아니라 그들만의 독보적인 가치와 전략이다. 레고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팬뿐만 아니라 혁신을 꿈꾸고 인사이트를 원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옌스 아네르센 지음. 서종민 옮김. 값 24,000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