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K팝 시장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는 가운데, 인재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획사 공개 오디션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원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고, 계약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K팝 산업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연습생 수급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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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콘서트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5.16 moonddo00@newspim.com |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기획사 소속 연습생 수는 1895명이었으나 2022년 말에는 1170명으로 감소했다. 2년 만에 38.3% 줄어든 수치다. 공식 통계는 2022년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최근 중소 기획사들은 확연히 줄어든 연습생 지원자 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습생 시스템은 주로 10대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해당 연령대 인구 자체가 줄어들었고 혹독한 트레이닝을 견디더라도 성공은 커녕 데뷔도 불투명하다는 어려운 현실은 도전의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연습생 생활 강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배우 이종혁은 유튜브 채널 '슈밍의 라면가게'에 출연해 아들 이탁수가 연습생 생활을 하다 포기한 경험을 털어놨다. "스타쉽에서 제안이 왔지만,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막차를 탈 정도로 밤늦게까지 연습하다가 결국 지쳐 포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습생은 하루에 8시간, 많게는12시간 이상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체형 관리를 위해 식단도 극단적으로 제한된다. 학교 수업은 최소화되며 자유 시간은 거의 없다.
전직 20대 여자 연습생은 뉴스핌을 통해 "무대 위 화려함 뒤에 이런 가혹한 세계가 있는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레이닝이 너무 혹독하다"고 밝혔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정신적·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 오디션 학원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지망생이 이렇게까지 없진 않았다. 특히 남자 연습생이 부족하다"며 "기획사들이 끊임없이 인재를 찾지만, 추천할 만한 지원자가 적다"며 역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이미 데뷔 경험이 있거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이력이 있는 '경력직 연습생'들이 다시 서바이벌 오디션에 등장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내달 방송 예정인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이즈2 플래닛' 참가자 역시 절반 이상이 기존 데뷔자거나 오디션 유경험자다. 인재풀 자체가 좁아졌음을 보여준다.
연습생 시스템의 위기는 단순한 인재 관리 실패로만 보기는 어렵다. 요즘 10대와 20대는'될 지 안 될지도 모르는 길에 몇 년을 바치는' 방식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아이돌이 더 이상 유일한 성공의 길이 아니다. SNS,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스스로 팬덤을 형성하고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루트가 늘어난 것이다. 기획사의 사전 투자와 트레이닝을 거쳐야만 데뷔할 수 있다는 공식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데뷔한 걸밴드 QWER이다. QWER은 멤버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활동한 인기 스트리머 출신으로, 정식 연습생 시스템을 거치지 않았다. 짧은 연습 기간 이후 데뷔했지만, 방송 감각과 기존 팬덤을 바탕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쌓았다. 현재는 음악방송 1위, 단독 콘서트, 해외 진출까지 이뤄내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시스템 외 루트로 데뷔해 오히려 빠르게 성공을 거두는 흐름은 연습생 구조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키우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이 많아 포화 상태인데,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새롭게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유튜브, 틱톡 등 다른 경로로도 성공의 길이 열렸고, 많은 이들이 본인의 끼를 직접 발산하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쪽으로도 제작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김계란이 또 다른 성공 방식을 제시한 사례다"라고 덧붙였다.
moonddo00@newspim.com